평소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좋은 기회로 신간을 제일 먼저 읽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 <첫사랑의 침공>이라니 제목부터 강렬하다. 총 네 편의 소설을 묶은 단편 소설집인데 네 편 모두 작가님의 섬세함이 느껴졌던 책이다. 사랑은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주제고, 감정이고,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평생 풀어야 할 숙제같다.<첫사랑의 침공>이걸 읽고 있으면 주인공의 설레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나까지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박하향이라니...어떻게 설렌다는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지..? 발췌한 부분 뿐만 아니라 설렘이라는 감정을 정말 다채롭게 표현했다. 그저 감탄.. 다만 침공은 비유가 아니다. 정말 침공이었다.<세상 모든 노랑>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결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수많은 색 중 왜 하필 노랑일까? 작가의 말을 봐도 이 결말엔 동의하지 못하지만 나도 영과 랑처럼 이 날 보았던 노랑에 내 멋대로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잘 참았는데 이 소설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지구가 멸망하고 나서야 그토록 원했던 누군가의 사랑을 받게 되는 서현. 평생 혼자였던 메로가 서현을 만나 소멸을 각오하고서라도 끝까지 함께 가려는 마음이 인상 깊었다.<하와이안 오징어볶음>제목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내용은 더 특이하고 신박하고 웃기다.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했다. 상여자의 표본;; 민정..너무 매력적이다. 그의 남편 정훈..정훈을 보며 참 나랑 비슷하다고 느꼈다. 총평 5점 만점에 4.5점권혁일이라는 작가를 알게 돼서 다행이다.<제2한강>도 읽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글 입니다.
여성 자영업자가 겪게 되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책.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이라 읽는 내내 화가 났고, 이게 수필인지 소설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카페 사장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은 쉽게 공감하면서 읽을 것 같다. 나부터도 우리 동네의 온갖 무례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그은 적은 처음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물음표까지 썼다.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일들이 어딘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주인공처럼 늘 불안과 공포심을 견디며 살아가야 할 여성 노동자들을(당연히 나 포함)응원해주고 싶다. 자연스레 내 경험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진 적도 있지만, 주인공처럼 서로 돕고 연대할 수 있는 주위 사람들이 있기에 잘 살아내고, 견뎌낼 수 있다.🖋그러나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손상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과연 나를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른이 아니지 않나. 아이처럼 보호자가 되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109p-🖋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뜻밖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에 관해 내가 알고 있던 진실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거짓으로 바뀐다. 그게 인간관계의 본질 같아서 나는 모든 게 허무해졌다. -161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글 입니다.
사실 이병률 시인의 추천사와 출판사만 보고 서평단 신청을 했었다. 그래서 어떤 내용인지도 잘 모르고, 에세이라는 것만 알고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하나도 가볍지 않았다. 후천성 시각장애인 작가가 쓴 에세이였다. 조승리 작가는 덤덤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이 책에 녹여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 카페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그냥 저항없이 눈물만 흘렸다. 울다가도 그녀가 불합리한 일을 겪은 페이지를 볼 때는 마치 내가 그녀가 된 것처럼 너무나도 화가 나서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도 유쾌한 작가의 농담엔 웃기도 했다. 나는 이런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에세이를 원했다. 꾸밈 없고 깊이가 있는 에세이는 사랑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처음에는 책 제목이 왜 이래? 생각했는데 읽고 나서 바로 수긍했다. 작가의 앞으로의 삶이 매일 축제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일상도. 사는 게 유독 지치고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내게 이런 소중한 책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비록 제한적인 감각이라 해도 나는 들을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으며 낯선 바람을 느낄 수도 있다.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여행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49p-진정한 복수는 모욕을 주는 것도 용서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를 동정하는 것이라는 걸 그 때 알았다. -77p-*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글입니다.
<고잉 홈>은 무려 아홉 편의 단편 소설이 실린 소설집이다.공통점은 소설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미국 유학생 신분이라는 것.그리고 줄거리를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 더 나은 미래, 또는 다른 무언가를 위해 낯선 땅에 왔는데 늘 불안정 속에서 살아가는 어딘지 위태로워 보이는 주인공들을 그려낸 책이다.사실 영어도 못하고, 살면서 미국은 가본 적도 없는 나는 유학생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마냥 여유롭고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만 생각했다. 참 멍청한 생각.그러나 그들은 나와 크게 다를 게 없어보였다.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막연한 미래를 걱정하면서 자기연민을 하면서 끝없이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읽다가 마음이 쓰라린 순간도, 그런 결말도 있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아홉 편의 소설 모두 빠짐없이 어떤 희망에 가까운(희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장면들을 보여준다.이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이 먹먹해지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작은 힘과 의지가 생겨난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고, 더 나아가 위로가 되어주기까지 하는데 이게 문학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 아닐까?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 이런 방식으로 망가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이 떨어졌달까요. 무서웠달까요. -183p-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불안이 어쩌면 바로 그 이유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저 희미하게 짐작할 뿐이었다. -231p-도망친 사람들은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벗어난 곳에서 정착할 수는 없다. 정착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도피는 다른 결말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두 사람에게는 정착할 곳이 필요하므로. -309p-읽고 쓰는 일이 우리를 구원하지는 못할지라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존재가 되게 하리라는 미련한 믿음을 나는 여전히 품고 있다. -작가의 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