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슐리외 호텔 살인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1
아니타 블랙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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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는 말 그대로 추리소설의 황금기였고, 당시의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드라마나 영화로 재탄생 되기도 한다. 고전 추리소설에서 여성 탐정을 생각하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이 떠오를 것이다. 미스 마플은 빅토리아 시대의 유물과도 같은 노부인으로 세월의 흐름 속에 쌓인 지혜와 통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아가사 크리스티 이후, 추리소설의 황금기를 장식했다는 '후더닛(Who done it)' 장르소설 중 하나인 「리슐리외 호텔 살인」 을 받아 읽어보게 되었다.



 1937년에 발표되었던 「리슐리외 호텔 살인」 은 출간 후 몇 년 뒤, 저자인 아니타 블랙몬이 투병 끝에 사망하면서 잊혀졌었다. 2013년에 재 출간되면서 저자는 미국 클래식 추리소설의 'HIBK: Had I But Known(내가 알기만 했더라면)'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의 대열에 올랐다고 한다.


 「리슐리외 호텔 살인」 은 리슐리외 호텔에 장기 거주하고 있는 50이 넘은 괴팍한 독신녀 애들레이드 애덤스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애들레이드는 젊은 시절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사랑하는 남자와 이별하고, 끝내 독신으로 남아 교양과 격식을 따지며 보수적인 노인의 대표격인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로비에서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을 관찰하는데, 장기 투숙객들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호불호가 분명한 그녀는 호텔의 늙은 여주인 소피 스콧과도 친하게 지내다가 그녀가 돈을 노리고 접근했을게 분명한 연하남 시릴 팬처와 결혼하자 사이가 틀어져 버린다. 게다가 시릴은 유능한 웨이터들을 해고하고 젊은 여자들을 고용하게 하면서 더욱 미움을 샀다.



애들레이드는 남편과의 이혼으로 거액의 위자료를 챙기는 힐다 앤서니를 못마땅해 하고, 모든 여자들에게 들이대는 바람둥이 스티븐 랜싱을 경멸한다. 한 편으로는, 30대 후반의 미망인 메리 로슨과 그녀 덕에 상류층에 받아들여진 젊은 폴리 로슨, 그리고 치매에 걸린 어데어 부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캐슬린 어데어를 마음에 들어하고 그녀들을 응원하고 있다.



폴리 로슨은 유산도 상속받고 직장도 은행인 호워드 워런과 교제를 했었는데, 그들이 3개월 전 결별한 것을 안타까워 한다. 애들레이드는 어느 날 부터인가 호워드 앞에서만, 방탕스레 행동하고 스티븐 랜싱을 좋아하는 척 하는 폴리를 이상히 여긴다. 캐슬린 어데어가 남몰래 스티븐 랜싱을 좋아하는 것도 눈치챘지만, 캐슬린이 철저하게 방어하는 모습을 흡족히 여긴다.



 장기 투숙객들의 성품을 이리저리 재단하며 꼬장꼬장한 할머니 같이 대하는 애들레이드지만, 직원들에게는 따뜻하게 대하는 면이 있다. 새로 뽑은 웨이트리스 애니가 서투르게 서빙하는데도 그녀에게 마음을 써주고, 프론트의 핑크니 닷지가 부양하는 아픈 어머니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호텔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대한 애들레이드의 이야기에는 "그때만 해도 예상치 못했었다." 라는 말이 종종 끼어 있다. 그녀는 사람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어두운 비밀은 눈치채지 못했다. 물건이 없어졌다가 이상한 곳에서 나타나는 것도, 사람들이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도 그저 짜증나는 일로만 여기고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애들레이드의 스위트 룸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그는 호텔의 장기 투숙객 중 누군가가 고용한 사설탐정이었다.


 경찰은 장기 투숙객들을 호텔에 체류시키고 수사를 이어 나가는데, 각자의 비밀이 있는 사람들은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하지 않고 숨긴다. 사건 이후로 벌어지는 일들에서도 애들레이드는 용의자로 의심을 받기도 하고, 한밤중의 침입자 때문에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도 범인에 대해 특정하지 못하고, 호텔에 발이 묶인 사람들은 계속되는 경찰의 조사와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간다.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계속해서 바뀌어 나가고, 사람들의 감추고 싶은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며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던 사람들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긴장된 상황 속에서, 애들레이드에게 벌어지는 웃픈 헤프닝들이 조금씩 긴장을 완화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고, 반전을 거듭해서 뒤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더해져 갔다. 마지막 장을 덮고 표지를 보았을 때, 생각없이 지나쳤던 그림의 정체를 깨달았다.


 「리슐리외 호텔 살인」 은 전체적으로 애들레이드가 추리에 능한 인물은 아니지만 그녀의 꼬장꼬장한 성격이 단서를 파헤치게 만든 것 같았고, 그녀의 사람을 꿰뚫어 보는 눈과 따뜻한 마음씨가 예리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가 된 것 같았다. 클래식 추리소설의 매력이 듬뿍 담겨 있으면서도, 현재까지도 세련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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