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값비싸게 여기는 것들은 애당초 철학자한테 필요 없는 것들이에요. 철학자들은 검소하고 가난하게 보이지만 풍족하게 삽니다. 삶의 가치를 뒤바꿔야 그렇게 살 수 있어요. 가난은 오래전부터 고민한 주제죠. 개인 경험도 있어요. 중학교 1학년 때였나. 세 들어 살 때 열 살 어린 집주인이 어머니한테 큰소리를 질렀어요. 그 남자의 힘, 어머니의 침묵과 무력함이 어디서 왔을까. 두군가는 그러니까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돈을 많이 벌면 그 남자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 가난은
‘찢어진 팔꿈치‘가 아니라 그걸 신경 쓰게 되는 상황이에요. 단지 재화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갖게 되는 복잡한 감정인 거죠. 저는 ‘빈곤‘ 이라는 말과 ‘가난‘ 이라는 말을 나누려고 해요.
원래 빈곤이 결핍과 관계된다면 가난은 고생과 관계된 말이죠. 결핍이나 궁핍에서는 빨리 벗어나야 해요. 하지만 고생이나 고통에서는 그저 도망치려 해선 안 됩니다. 거기에는 우리를 일깨우고 성숙케 하는 뭔가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난학을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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