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편집장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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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만큼 좋은 본보기는 없다. 그리고 좋은 롤 모델일수록 강렬하고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굿바이, 편집장>의 고경태 님이 그렇다. 30년간 신문이라는 매체에서 역사를 창조해 온 편집장의 이야기는 450여 쪽에 다 담지 못할 만큼 차고 넘치고 매우 흥미롭다. '재밌게, 멋지게, 독하게'라는 각오로 시작했던 한 편집장의 초심처럼 책은 재미있고 멋지며 때론 독하다.

책은 토요판을 만들게 된 배경과 과정, 기획에 대한 이야기, 저자가 만난 개성 넘치는 편집장 등 폭넓은 테마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각각의 맛이 너무 달라 뭘 먼저 먹으면 좋을지 모를 정도로 전부 매력적인 주제다. 한 파트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이 너무 많아 베스트를 꼽기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재미있었던 건 기획의 고통과 필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필진을 어떻게 구성할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갈지, 제목은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밤에 악몽을 꿀 정도로 몸부림치는 편집장의 고뇌. 하지만 그렇게 탄생한 꼭지들은 모두 히트를 쳤다. (자서전 강의만 빼고.) 김어준 씨와 김규항 씨의 쾌도난담도, esc도, 추후 스타 필자가 되는 인물들도 모두 그의 눈을 통과해 탄생했다. 이런 커리어를 쌓기까지 얼마나 많은 두통과 가슴께의 떨림을 겪었을지 생각하면 내 머리가 다 아파 온다. 셀 수 없이 많은 밤과 낮을 동분서주했을 그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신문사 편집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요즘 사람들은 기자를 두고 '기레기'라고 부른다. 매체가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옮겨 간 이후로 급격히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기사의 질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기레기란 말은 감히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그 바쁜 와중에 어떻게 쌓았는지 모를 교양과 박학다식함, 한국 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예리한 감각에 깜짝 놀라게 된다. 책의 두께만큼 깊이 곱씹어 볼 내용도 많다. 기자 특유의 단문에서 느껴지는 압축미와 내공이 깊게 쌓인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곳곳에 배울 점이 많아 한 번 읽어서는 그 모든 것을 다 주울 수 없을 것 같다.   

신문사에 들어가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은 필독서다. 대한민국 신문사의 흐름, 기자의 업무, 편집장의 무게, 기획의 요령을 알고 싶은 사람들도 이 책을 꼭 읽기를 바란다. 신문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분야에서 탑이 된 사람의 내밀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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