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 번 죽었습니다 - 8세, 18세, 22세에 찾아온 암과의 동거
손혜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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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4세가 되는 손혜진씨.
8세부터 26년간 암투병을 해오고 있다.

8세에 소아암으로 수술과 항암을 하며
제대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없었던 그녀.
자신의 병원비를 모금하기 위해 촬영차 집으로온 같은 학교 방송반 언니가 불쌍한 애 도와준다는 자부심 넘치는 표정을 짓자, 자신의 불행이 그 언니에게는 자존감을 높이는 행복이 될 수 있겠구나 싶어 분노를 느낀다.

골수검사를 할때는 그 고통을 잊기위해 손톱으로 손가락을 힘껏 누르며 울음을 삼킨다. 어린 그녀는 그렇게 일찍 철이 들어 또래보다 한발짝 앞선 삶을 살게된다.

다행히 소아암은 15세에 완치 판정을 받았고 자신이 환자였다는 것 조차 잊어갈 그 무렵. 18세 그녀에게 또 다른 시련, 새로운 암이 찾아온다. 이름도 낯선 희귀암 GIST.

수술후 항암없이 지내다가 22세에 GIST 재발. 수술불가로 그 후 지금까지 항암을 하며 지내고 있다.

끝이 나지 않는 투병 생활 중에 우울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그 터널을 뚫고 나온다.

삶이 행복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삶에 불행이 기본일 수 있다면 가끔 행복한 것은 이상한게 아니다. 늘 행복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끔 기쁘고, 몹시 행복한 날도 있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한없이 불행하다고 느낀다해도
이 책 앞에서는 감히 나의 불행을 내색하지 못할 것 같다.

손혜진씨의 투병 생활에 좋은 기운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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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위하여 - 암, 호스피스, 웰다잉 아빠와 함께한 마지막 1년의 기록
석동연 지음, 김선영 감수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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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지침서.
슬기로운 투병 참고서.
그렇게 말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암진단 부터 죽음까지의 이야기가
4컷 짜리 만화로 변신하여
어렵고 무거울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혀졌다.

암투병 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딸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라 그런지
현재 투병중인 나 자신보다
10년전 폐암 투병 9개월만에 돌아가신
아빠가 더욱 생각났다.

30대의 나에게 갑작스레 닥친 아빠의 암진단. 그저 우왕거리고, 아빠가 충격받아 돌발 행동을 하실까 노심초사 하다가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아빠를 보냈다.

본인의 옷은 직접 손빨래를 하며 뿌듯해 하시던 모습. 하도 짜서 난닝구가 나달나달 했다는 컷을 보며 꼭 우리 아빠 같구나... 문득 아빠가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아빠를 보내고 애써 씩씩한 척 하다가
시장에서 아빠가 좋아하시던 나물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딸의 모습.
아빠와의 마지막 식사에서 가시 발라 밥에 놔주시던 꽁치가 생각나 어느날 아침 식탁에서 숫가락 들고 엉엉 울던 내 모습 같아 울컥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이런 감성적인 부분 뿐 아니라
유용한 정보들이 일목 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암이 어떻게 생기고, 커지고, 움직이고 또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줄 뿐 아니라, 투병 과정에서 알고 겪으면 환자는 그 고통이 훨씬 덜하고, 보호자 역시 간병이 수월할 수 있는 경험에서 취득한 팁들이 시기별로 가득하다.

사실 이러한 정보들은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낸다 해도 그 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어느 부분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텐데 이렇게 한 번에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참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화로 이야기 하는 암투병 이야기.
특히 본인이 혹은 가족이 암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내용이 가득한 책이라 꼭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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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삶이 될 때 -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
데이비드 파젠바움 지음, 박종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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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팀 쿼터백을 할 정도로 건장한 청년 데이비드. 어머니가 뇌종양으로 돌아가신 후, 의사를 꿈꾸며 의대에 입학하여 학업에 매진하던 중 진단 기준 조차도 없는 희귀병 '캐슬만병'에 걸린다.

치료와 재발을 거듭하는 의사 데이비드의 투병기.
환자이기에 검사와 경험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의사들의 한계를 넘어서려 했고.
의사이기에 그저 병원의 판단에 수동적으로 본인의 운명을 맡기는 환자들의 한계를 넘어서려 했다.

단순 투병기라기 보다
인생을 살면서 뜻하지 않는 위기가 닥쳐 왔을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나 역시 암투병 중 재발을 거듭하면서 데이비드 처럼 조금씩 치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다.

p120.
...그러나, 이제부터는 내 몸 상태가 허락하는 한 내 삶의 주도권을 잡기로 마음 먹었다.

p204
....이때가 바로 나 자신이 수동적 희망과 결별 했음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중략).. 그런데 드디어 나는 희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66
두려움을 어떻게 대면할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도 알고있었다. 두려움은 우리를 꼼짝 못하게 할수도 있지만 집중하게 만들수도 있다. 행동을 통해 두려움을 물리쳐 나갈 수 있다........

그렇다.
가만히 앉아서 자꾸 내게 나타나는 병을 대책없이 맞이하고, 의사들의 판단에 내 운명을 맡길 것인가. 공부하고, 의논하고, 고민하고... 능동적으로 내 운명을 선택하고, 결정한 것인가.

환자들의 질문을 극도로 싫어하는(피하는?) 의사들을 상대로 '능동적'이기가 얼마나 힘든지 병원을 좀 다녀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갑작스레

"더 이상 쓸 약이 없습니다. 이제 오지 마세요."

라는 말을 듣고 충격받아 넋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삶의 연장전의 연장전을 사는 사람들에게
데이비드가 병에 임하는 자세는
분명 '희망'을 넘어서 '의미'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나의 연장전이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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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병 - 인생은 내 맘대로 안 됐지만 투병은 내 맘대로
윤지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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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가 되어서 좋은 것이 있을까?
4기 위암 환자인 작가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 한다.

숨쉬기.
오렌지쥬스 벌컥벌컥 마시기.
아이스라떼 마시기.
허리 펴고 걷기.
김치먹기.
식욕느끼기.
산길을 걸으며 다리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고 발끝에 들어가는 힘을 온몸에 느끼기.

암환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게된 작가는 말로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의례적인 인부.. 잘 지내니?
물도 못넘기는데.. 억지로라도 먹어야 해.
내게 큰 일인데.. 요즘 암은 별거 아니래.

제일 좋았던 것은
무슨 말이라도 내가 답이 있든 없든 꾸준히 보내주는 문자메세지.

위로란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그의 입장에서 들어 힘이 되는 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나 역시 느끼고, 깨닫고,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 사실이다.

암환자가 되어서도, 여명을 논하는 순간에도
살아는 간다. 환자여도 한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부모님의 딸, 수많은 독자를 가진 작가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많은 부분 양해받고, 이해받고 살지만 결국 나로 살아야 한다.나를 한번도 환자 취급하지 않은 남편. 그래서 윤지회 작가는 환자가 아닌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자꾸 찾으려 했을지 모른다.


나 역시 4기 암환자.
나는 이 이픔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걸까?
아프다는 이유로 받게되는 주변의 관심과 배려속에 마지막까지 "나"로 살고 싶다는 바램을 잊은채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내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진다.

윤지회 작가의 "사기병"
암환자의 일상이라는 자칫 무거울수 있는 이야기를 핑크빛 표지에 예쁜 그림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얘기해준다. 오늘 무심코 지나보낼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잔잔하게 얘기해준다.

'살아간다'는게 무료하거나, 지치거나, 시시한 누군가가 읽으면 참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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