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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 - 졌지만 잘 싸웠다, 좌충우돌 여자축구 도전기
고상훈 지음, 한항선 그림 / 한그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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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돈 안 드는 유행에 아주 민감하고, 그런 아이들이 누가누가 더 유행에 더 앞서있나를 겨루는 초등학교에는 1년에 수십 개의 유행어가 스쳐 지나간다. 교사들은 그런 유행어가 들릴 때마다 때로는 못 들은 척 하면서, 때로는 한 글자만 들려도 예민하게 굴면서 그 유행이 지나가기를 견뎌낸다.
  하지만 가끔 아이들 머릿속에 잘 자리잡아 주었으면 하는 유행어도 있다. 내겐 '졌잘싸'가 그런 유행어 중 하나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 고작 수업 시간 퀴즈 대결에서 지고도 분해서 씩씩거리는 아이에게 친구들이 농담으로라도 "졌잘싸!"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인지 이 책, <졌잘싸>는 표지부터 흥미로웠다. 제목의 뜻과 '성공기'가 아닌 '도전기'라는 소제목에서부터 이 이야기의 결말이 중심 인물들의 우승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승리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어떻게 패배를 향해 가는지, 어떤 자세로 진 경기를 받아들이는지 궁금했다.
  <졌잘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학생들의 이야기에 교사가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교사인 작가가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쓰는 경우 교사가 아이들 사이의 사건에 너무 깊게 개입하는 전개가 펼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졌잘싸>에서는 아이들이 대부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고, 축구 감독인 김성훈 선생님은 아이들의 요청이나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부분만 수행하고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또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여자축구부의 원년 멤버인 수연이가 스스로 골키퍼가 되겠다고 나서는 부분이었다. 스스로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 타인을 위한 배려와 그 배려가 자만심으로 비치지 않을 만큼의 설득력 등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많은 덕목들이 배어 있는 장면이라고 느꼈다.
  표지만 보고도 알 수 있었듯 <졌잘싸>는 결국 경기에서 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해원초 여자축구부는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고, 정말로 '졌지만 잘 싸웠다'. 인생에서 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 책을 읽은 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패배에 대해 '졌지만 잘 싸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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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너무 느린 이유노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정유리 지음, 김규택 그림 / 책속물고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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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너무 느린 이유노>는 주변에 너무 관심이 많아 정작 자신의 것을 챙기지 못해 늘 행동이 느린 이유노가 행동을 빠르게 고쳐 주는 타임피아에 가게 되고, 다녀온 후 행동이 바뀌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림책의 삽화와는 다른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동화책에서도 삽화는 늘 중요하다. 머릿속에서 등장인물과 배경을 상상하는 힘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삽화에 의지해 낱말을 읽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삽화를 그린 김규택 작가의 귀여운 그림체와 채도가 낮은 색감이 눈을 편안하게 해 글을 읽기 편했다. 똑같이 김규택 작가가 그림을 그린 <라면 먹는 개>의 삽화도 따뜻한 글의 분위기에 삽화가 잘 어울려서 좋았는데, <느려도 너무 느린 이유노>도 느리긴 하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 이유노와 삽화의 분위기가 잘 어울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해 생각했다. 수업을 짤 때마다 활동 하나에 시간을 얼마나 줄까 하는 문제를 가지고 늘 고민한다. 한 교실에 모인 학생들은 흥미와 수준이 모두 달라서 같은 활동을 내밀어도 5분 만에 완벽히 학습 목표에 도달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20분을 붙잡고 있어도 뾰족한 결과물 하나 나오지 않는 학생도 있다. 또한 결과물의 질은 상관없고 무조건 빨리 끝내는 데만 집중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친구들의 활동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진행해서 내가 준 시간의 세 배는 써야 하지만, 결국엔 친구들과 내가 모두 감탄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학생도 있다.

속도의 차이 하나만으로 누구에게 누구를 닮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간을 길게 써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학생은 다른 친구들에게 시간을 들이는 것의 가치를 알게 한다. 활동을 빨리 끝내는 학생은 할 일을 먼저 끝내고 남는 시간에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뿌듯한지 알게 되고, 속도가 느린 학생을 돕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재촉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지 않는 것이다. 이야기 속의 이유노 가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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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쫌 하는 김토끼 씨의 초등 정치 수업 말랑말랑 요즘지식 2
지수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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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좀 하는 김토끼 씨의 초등 정치 수업>정치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하여 기본적인 정치 체제에 대한 설명, 국제 정치에 대한 내용까지 정치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인데, 만화의 형태를 하고는 있지만 내용의 수준이 다소 높다. 그래서 정치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일정 수준의 읽기 능력을 가진 학생이 아니라면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도 조금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책의 전체적인 모습을 살펴보면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웹툰이나 이모티콘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친숙한 김토끼라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김토끼 캐릭터의 작가가 단순히 그림작가로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글작가로도 참여했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글과 그림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들지 않고 적당한 균형을 이루며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는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간단한 예시를 통해 정치에 대해 능동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예시들은 학교에서 사회 수업뿐만 아니라 국어나 도덕 수업을 할 때도 다양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참고문헌도 인상적이었다. 존 롤즈의 정의론부터 시작하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까지 정치에 대해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기본적인 고전들을 충실히 참고하고 있었다. 이론적으로도 잘 정리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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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의 종이집 - 2022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2021 KBBY 추천도서, 2021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2 문학나눔 선정도서 바람동시책 1
김개미 지음, 민승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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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개미 시인의 <티나의 종이집>가 티나를 처음 만나고, 티나를 좋아하게 되고, 티나와 점점 친해져 가는 과정을 여러 편의 시로 묶은 연작 동시집이다. 만화로 표현된 부분이 몇 군데 있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동화에 가까우면서도 의 감정의 흐름은 모두 시로 표현된다. 동시집 자체를 몇 권 읽어보지 않았기에 이런 구성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이야기를 주로 읽었을 어린 학생들도 보다 쉽게 시집을 펼칠 수 있는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쩍 교실 안에서 누가 누굴 좋아한다더라하는 소리가 많이 들리는 시기이다. 대중 매체를 통해 어른들의 연애 놀이에 너무 빨리 노출되어버린 아이도 있다. 두루두루 만나 보고 나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을 알아가야 할 시기에 특별한 단 한 사람을 너무 쉽게 고르기도 한다. 다른 친구의 좋아한다는 감정을 쉽게 입에 올려 서로를 속상하게 만들 때도 있다. 그런 아이들이 심장이 뛰어서/내가 뛴다(<티나랑 한 반이 되고 나서>)”는 오롯한 혼자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이 시집의 시를 순서대로 하나씩 읽어 주고 싶다.

  분홍색에 하트가 가득한 표지와, ‘가 처음에는 티나에 대해 마냥 궁금하기만 하다가 티나의 다양한 면을 점점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 말랑말랑하게 표현되는 시들을 읽다 보니 겨울의 기온이 조금은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날씨가 다시 따뜻해지는 봄에 읽게 된다면 또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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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고양이 행복한 책꽂이 21
장미 지음, 윤정미 그림 / 키다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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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고양이>는 재개발을 위해 폭파되는 목화 아파트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한 공간을 찾는 고양이들과, 그런 고양이를 돕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이다. 목화 아파트 폭파로부터 180일 남은 시점에서 시작되어 폭파 전날까지 고양이 장군이와 인간 어린이인 난희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길고양이의 눈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생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어린이와 그런 어린이를 따뜻한 눈으로 돕는 어른들의 이야기라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고양이를 단순히 인간의 도움이 필요한 동물, 인간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동물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 속의 이사 가는 고양이프로젝트 진행자들은 고양이 터널을 만들어 목화 아파트에 사는 고양이들이 다른 곳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돕기는 하지만, 모든 고양이들이 그 터널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목화 아파트 고양이들은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자신이 결정하려 한다. 또 난희가 마지막에 장군이를 결국 입양하지 않는 결말도 인상적이었다. 이야기 내내 장군이는 길고양이들의 독립적인 부분을 대표하는 모습이었는데, 난희를 마음에 들어한다고 해서 난희에게 입양되어 같이 살게 되었다면 인물의 완성도와 이야기의 완성도를 모두 해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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