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역사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줄 감상 평 : 역사에서는 비약이나 생략이 통하지 않는다.

 

 

역사에서는 비약이나 생략이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지름길을 찾을 수 있을 따름이다.

 

    하나의 숙제와도 같은 이 책을 마무리하며 보았던 작가의 맺음말에는 위의 문구가 써져 있었다. 역사에서는 비약이나 생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문구. 작가는 책에서 인위적으로 무의식적, 의식적 역사의 흐름을 건너뛰려하는 행위가 파시즘, 변형사회주의, 급조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었음을 예로 들며 이를 통찰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고착화되지 못한 채 제국주의로 뛰어든 독일과 이탈리아는 필연적으로 시민사회의 제어기능을 갖추지 못했고 그때문에 광적인 파시즘으로 뛰어들었다. 왕정을 무너뜨린 이후 자본주의의 성장도, 시민의 존재도 부재 했던 러시아는 아이러니하게도 레닌이라는 또다른 1인독재를 맞이하고 변형된 사회주의를 경험했다. 겉으로는 민주주의가 심어진듯 보였던 동양문명권은 실은 시민과 민주의 개념을 제대로 이식하지 못했고 근본에서 유리되었다(책에서는 이를 '관료제'와 '신분제'에 얽매인 동양과 '계약제'를 근간으로한 서양의 특성차이라고 진단한다). 이 세 사례의 공통점은 역사가 인위적으로 특정단계를 뛰어넘으려 할 경우에 어떠한 후유증이 생기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점이다.

 

    작가의 말을 받아들이면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문명, 아니 동양문명권은 서양세계에 비해 실패했다고 진단할 수 있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들이며 자위할 수는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문명을 선도 (경제적/정치적)하고 있는 이들이 서양 문명이라고 볼 때 어쩔수 없는 진단이다. 이 중요한 차이의 직접적인 계기에는 시민사회의 성장을 충분히 경험했느냐가 영향을 끼쳤다.시민사회의 성장이 우물안 동양과 진출의 서양문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발전을 경험한 서양은 자기계발에 열을올렸으나 동양문명은 자기계발에 게을렀다. 왕 자신으로의 통일을 지향한 동양은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며, 상업을 기반으로한 아래계층 중심의 문명분산은 각 지역의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게 했다.

 

    시민사회의 성장을 보려면 기본적으로 더 오래 전을 거슬러올라가 문명의 시작에서부터 진단해 보아야한다. 이는 지리학적인 설명이 큰 설득력을 가진다. 중원이라는 통일의 지향점이 있었던 동양은 역사를 거듭해도 통일이 제 일의 덕목이 되었으며, 문명의 중심점이 계속 서쪽으로 이동한 서양문명에는 애초부터 통일의 기준이 있을리 만무햇다.

 

    통일이 주는 효율성의 이미지는 분명 어느정도까지는 한쪽에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몽골이나 투르크의 아시아문명이 서양을 정복했던 역사를 보면 이는 잘 증명된다. 하지만 이는 어느정도까지만 먹히는 시도였다. 곧 분산의 문명권(서양)이 역전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조잡하게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서양문명이 중화로 결집된 동양문명권을 이기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래계층의 성장과 유관하다. 왕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동양문명권에 비해 그저 계약관계 속 '주인'이었던 한층 느슨한 서양문명의 왕들덕에 시민계급이 성장했고, 이들의 성장은 곧 사회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성장하자 진출의 욕망이 강해졌다. 더불어 서서히 동양처럼 영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영토국가, 근대적 국민국가의 탄생 - 종교전쟁의 결과) 이제는 서양문명권 내의 국가들이 서로 각개약진 경쟁하는 관계가 형성되었다. 예전의 서양문명권 내부의 분쟁이 도시대 도시의 규모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나라와 나라가 싸우는 정도에 이르렀다. 국민국가의 탄생과 진출의 욕망은 곧 제국주의로 발전했고, 세계는 단숨에 제국주의 아래에 잠식되었다. 다시말해 서양문명이 동양문명을 압도하게 된 시기이다. 중국은 이내 항복했고, 일본은 부랴부랴 서양문명화 되었다. 서양문명의 압승이다.

 

    이같은 역사를 되짚어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역사의 지름길을 찾기 위해서이다. 어느 한 단계라도 정주행하지 않는다면 역풍을 맞게된다. 다시말해 우리는 후진적인 동양 문명의 일부 굴레를 벗어야한다. 걔중에서도 가장 버려야 할 것은 '소중화'이다. 중국에서 시작한 중화를 정통계승해 우리나라에 와서 변질된 소중화. 우리가 정통이라는 생각은 오늘날 과도한 쇼비니즘의 경향을 띠고있다. 이러한 소중화를 지금의 통일문제에 비교시켜본다면 우리가 얼마나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인위적인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후진적인 발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통일은 자연스러운 분산속에 자유로운 교류가 동반되면 자연스레 이루어질 과정이다. 지금의 서양문명이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었고, 독일의 통일도 교류는 권리라는 의식 속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중앙, 통일, 안정, 중심을 지향하는 동양문명권에서 분산이란 곧 쥐약과 같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통일에 대한 강박관념이 더 나쁘다. 국경에 상관없는 자연스러운 교류를 오히려 북돋아야한다.

 

    역사는 기회의 소산이 아니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특별한 계기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정주행 과정의 축적이 바로 역사이다. 특별한 기회를 애써 찾아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려 해봤자 역사는 반응하지 않는다. 부작용을 낳을뿐이다. 이 책은 이 간단한 메시지를 말하기 위해 세계사를 아우르는 설명을 했을것이다. 동양문명에게 경고를 하고싶었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면, 우리는 이제 비약이나 생략의 기회를 노리기보다는 역사의 과정을 착실히 수행해 나가야만한다. 다만 이 과정을 학습한 이상, 우리는 지름길을 찾을수는 있을것이다. 굵직굵직한 터치 포인트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된다. 아직 비 완성적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우리가 지름길을 찾아 도달하면, 그 불완전성에 새로운 답을 제시하고 역사의 새로운 주인으로도 부상할 수 있을것이다.

 

 

 

    방대한 역사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생각이든다. 끊임없이 비교대조하며 문명권의 발생과 전성기, 쇠퇴기를 거쳐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흐름을 알게되어 흥미로웠다. 물론 읽는데에도 책 이름처럼 하나의 역사가 되어 한달 내내 읽었다는 점은 유감스럽지만 역사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도 재미있게 읽힐수 있다는 점에는 되물어볼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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