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는 집
정정화 지음 / 연암서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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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정정화라는 작가의 이름이 낯설었지만 이 단편집을 선택해서 읽은 이유는 책에 수록된 단편이자 책 제목이기도 한 <고양이가 사는 집>이라는 글귀 때문이었어요. 어렸을 때 고양이를 키웠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궁금해졌어요.

 

단편집이라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고 가장 궁금했던 ‘고양이가 사는 집’부터 읽었어요. 생각했던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 잠깐 동안이지만 당황스러웠어요. 실직한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새끼를 낳은 어미 고양이의 이야기와 어우러지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어렴풋이 느껴지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라서 그런지 무언가 아쉬움이 남기는 했어요.

 

다른 작품들도 하나씩 읽어가면서 작가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죠. 이 시대의 가장 낮은 곳에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 작품들은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듯해서 가슴 한 쪽이 아프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우리가 몰랐던,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했던 이야기들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할 수 있었던 이야기도 있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분노하면서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도 있었어요. 또한 어렸을 살았던 시골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10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소설의 기능이 무엇일지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글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았거나 외면하고 살았던 인간의 본질적인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그런 기능이 소설에 있다는 것을요. 특히 시대적으로 아픔을 나눠야 할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굴곡을 돌아보게 한 <김필립>이라는 단편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나게 한 그런 작품이었어요.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요.

 

작가의 첫 번째 작품집을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현실을 제대로 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기도 하고요. 얼마나 변화된 삶을 살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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