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사용설명서
이영진 지음 / 샘솟는기쁨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교회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영혼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참 낯설다고 생각했다. 내게 영혼은 죽음 이후에나 나타나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지만 죽음 이후에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존재, 그것이 영혼이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교회를 다니면서 영혼이 죽음에서 생기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영진 교수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사용설명서>는 어쩌면 모든 이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는 영혼이라는 주제를 철학적, 신학적으로 풀어 설명한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데 아니마>>를 현대적 시각에서 해석하여 설명한 것인데, 데 아니마의 뜻이 바로 ‘영혼에 관하여’이다.

 

저자는 영양섭취능력, 감각능력, 운동능력, 욕구능력, 사고능력, 상상능력, 윤리능력이라는 7가지 기능으로 영혼을 설명했던 아리스토텔레서의 기본 테제들을 현대 환경에 맞춰 설명한다. 철학적 내용과 신학적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그렇게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솔직히 읽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 책에서 <<데 아니마>>의 전문을 다루는 완역본은 아니다. 그렇다고 <<데 아니마>>의 주석서도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데 아니마>>라는 위대한 고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서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각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데 아니마>>의 일부를 발췌한 후 그와 관련된 내용을 원문과 철학적 관점, 기독교적 원리 등을 적절히 연결하여 설명한다. 각 장 마지막 부분에는 INSIGHT라는 란을 수록해 각 장에서 이원론, 유물론, 유심론, 일체론, 심리론, 뇌이론, 영혼의 일곱 능력 Vs. 여섯 가지 심신이론을 설명한다.

 

각 장에서 설명하는 기능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영혼은 결코 지금 살아 숨 쉬는 육체와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먹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육체의 기능이 바로 영혼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성경적 관점과 철학적 관점 모두 깊이가 없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에 대한 사고를 조금이나마 엿보았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럽다. <<데 아니마>>라는 책을 완독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인문학적 문헌으로 성경을 조명했다는 사실도 새롭기도 하고.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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