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을 보았다 바다로 간 달팽이 11
구경미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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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거부감도 들고 낯설기도 하기에 무거운 느낌이 드는 일반적일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제목을 듣고 처음에는 까뮈의 <이방인> 생각나면서 사회 부적응자 혹은 외국인 노동자 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17 소년, 소녀들이라서 그런가? 생각과는 달리 발랄하고 상큼한 기운이 넘치는 글이었다.

 

 

새로 지은 빌라로 이사한 인호네는 이사한 얼마 돼서 변기, 계단, 하수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것을 알고 부동산업주, 시공업자를 찾아가지만 분양업자인 장문규 찾아가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수리하라는 얘기만 듣는다. 인호네 부모님이 받지 못한 공사비를 받기 위해 한음과 만하, 달이, 인호는 밤에 몰래 노인의 집에 들어가 오래된 엘피판을 훔쳐 나온다. 하지만 엘피판을 다음날 노인은 서재에서 쓰러져 숨진 발견된다. 경찰은 노인의 죽음을 고독사로 생각하지만 한음은 결코 노인의 죽음이 고독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명의 악동은 노인이 죽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라 그런지 그리 길지 않은 200페이지 정도 분량의 소설인데다가 글자 크기도 다른 책에 비해 조금 편이고,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상당히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노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점점 흥미로워진다. 또한 중간 중간 드러나는 밤이를 향한 한음의 마음이 풋풋함을 풍기며 재미를 더해준다.

 

 

책에서 말하는 이방인은 누구일까? 작가가 말하는 이방인은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내게는 다른 이방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인호네 아버지 혹은 인호네 식구로 수도 있겠다. 부실 공사를 따지기 위해 장노인 집으로 함께 갔던 빌라의 이웃들은 장노인을 만나지 못하자 다음 일요일에 장노인의 앞에서 다시 모이기로 한다. 하지만 그날 장노인의 앞에 모인 사람은 오로지 인호네 아버지 혼자였다. 이웃 사람들은 인호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계단에 간다고 당장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하수구 문제야 댁에서 알아서 일이고...... 우린 바빠서요.(p.20)

 

 

하나인 알았던 이들은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 금세 낯선 이방인으로 돌아선다.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마 우리 모두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각자의 문제는 각자가 처리하는 낯선 이방인인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다. 아이들과 함께 웃을 있어서 너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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