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
전성태 지음 / 실천문학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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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태란 작가를 알게 된 건 행운이었다. <매향>을 읽고 나서, 다시 욕심이 생겨, 다른 작품을 읽고 싶었는데, 찾아 보기가 어렵다. 그다지 적극적으로 글을 발표하는 분은 아닌 거 같다. 붓을 아끼는 만큼 완성도가 높은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얼마전 이문구 선생님이 타계하셨다. 그가 떠나고 뒤를 이을 작가가 몇이나 될까 생각하다가 다시 전성태님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문구 선생님은 대놓고 <경찰서여, 안녕>을 쓴 김종광 작가라고 했는데, 전성태님도 절대 빠지지 않을 것이다.

<관촌수필>도 그랬지만 <매향>도 만만치 않게 까다로운 작품집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이야기 꾼이나, 주인공은 단순하고,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들인데, 읽어 내려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토속어나, 풍토, 심성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껄끄러울 건 없다.

폭설로 교통이 두절되고, 핸드폰도 밧데리가 나갔을 때, 우연히 멋진 인연을 만나서 그 안에 고립되어 있다. 영원히 그 순간이 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 그게 바로 전성태의 단편을 읽는 솔솔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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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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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왜냐하면 누구나 숨쉬고 있는한 일정한 양의 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누가 더 맑고 순탄하게 피가 도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허삼관에게도 피가 있다. 그래서 그는 세상이 평등하다는 것을 알고, 또 그것을 누리려고 한다. 그는 피를 통해 통과의례 치르고 대소사를 꾸려나간다. 허삼관의 나무에는 바람 잘 날이 없고, 그의 수액(피)은 거친 바람이든, 부드러운 바람이든 기꺼이 맞아 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도 허삼관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데, 너무 그들의 지친 어깨를 오래동안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처럼 피를 팔진 않았지만, 거의 비슷한 크기로 애간장을 녹이며 가정을 꾸려나갔을 것이다. 진정 행복이란 무엇인가, 평등이란 무엇인가. 그 잣대는 아주 작은 곳에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저 아무런 댓가없이 숨쉬며,조용히 흐르는 피처럼 우리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잊고있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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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와 늑대 - 한승원 중단편전집 3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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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의 중단편집에서는 갯마을 냄새가 난다. 어머니의 품 안 같은 포근한 파도 소리가 아니라, 다된 밥에 재뿌리는 폭풍우, 어찌할 수 없는 신경질에 숨한번 크게 못 쉬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 바닷가 못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요즘 하도 잘 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들의 투박함이 무식해 보이거나 깝깝스럽지 않다. 하루 날이라도 잡아 그네들의 거친 손에 막걸리 한잔을 부어주고 싶은 애정이 생긴다.

한승원의 작품을 읽으면서, 귀한 제사에 쓰려고 아껴둔 꽃감을 하나씩 두개씩 엄마 몰래 뽑아 먹는 기분이 들었다. 왜 그리 맛있게 읽었을까. 시간과 공간은 지금 우리네와 다르긴 해도, 그 안에 들어있는 인물,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가슴, 그 가슴을 뜨겁게 하는 피의 농도와 온도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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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연기
우타하겐 지음, 김윤철 옮김 / H.S MEDIA(한신문화사)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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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받아 들고, 무대에 올라가게 되면 생각보다 행동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현장에서는 '무대에 들어가기 땐땐하다'라고 말한다. 무엇이 배우를 땐땐하게 만드는가? 무대에 서 본 경험이 많은 배우건, 아마추어 배우건 간에 인물 구축에 있어서 준비해야 하는 과제들은 많다. 개인적으로 배우훈련(화술, 신체, 즉흥연기등...)을 해야겠지만, 실전에 들어가서 작품 준비를 할때 자신이 맡은 인물과 하나가 되기 위해 세밀하게 구축할 자세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무작정 대본을 읽고, 무대에 나가서 행동을 찾는 것은 무오한 일일 수도 있다. 유타하겐은 <산연기>에서 배우자신, 대상물과 연습, 작품과 역으로 부분을 나누어 효과적으로 인물구축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실제로 경험했던 일화를 들어서 어떻게 했을때 잘 되었고, 어떻게 했을때 실패했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항상 준비되어 있는 배우, 그에게 더딘 걸음이지만 착실히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소위 말하는 '쪼(매너리즘)가 박힌 연기' 때문에 고민하는 기성배우들이나, 무대에 서는 것이 두려운 신인배우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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