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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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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든 음식이 몇 백의 칼로리로 치환되는 환영을 본 적이 있다. 거울 속 내 모습 또한 숫자로 치환된다.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계산들이다.


'캐럴라인 냅'의 <욕구들>에서는 우리의 몸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한다.


어디까지 몸에 대한 이 숫자들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내 몸에 새겨진 숫자가 있다는 것만은 경계하며 인식한다. 그러니까 더는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숫자에 대해서. 몸에 대해서. 욕구에 대해서. 우린 잘못되지 않았으니까. 




발췌


*

모두 그 원칙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그건 바로 사이즈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사이즈(식사량, 신체 사이즈, 욕망 자체의 크기)를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

나는 이런 이미지들이 진정으로 얼마나 여자들을 소외시키는지, 몸에 대한 확신뿐 아니라 진실에 대한 확신까지 얼마나 강력하게 훼손하는지 이해하기까지 여러 해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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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위가 하나하나 따로 떼어져 평가되고 비교되며, 각각의 결점은 기괴할 정도로 확대되어 인지되고, 각 부분들 하나하나가 그것들의 총합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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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텍스트인 몸의 완벽한 예다. 글자 그대로 피부에 새긴 절망이며, 메스로 새긴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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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볼 때,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안녕을 나누는 선들은 어디에 위치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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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잡고 앉아서 자기가 인생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보았는데, 너무나 놀랍게도 그중 대부분이 이미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이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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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하는 것은 가슴 아플 정도로 복잡하고 힘겨운 작업이다. 

*

거식증은 기본적으로 부인하는ㅡ배고픔을 부인하고, 고통을 부인하고, 감정을 부인하는ㅡ상태이지만, 그 부인에는 아주 자주 균열이 생기고, 그러면 전력으로 닥쳐오는 허기의 위세를, 허함과 절망의 깊이를, 그 아픔의 막대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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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결국 욕구의 이야기는 공허를 메우려는 모든 실패한 시도들이 다른 시도로, 다시 또 다른 시도로 이어지는 대체의 이야기 혹은 연쇄적 대체의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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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모든 허기에 항상 붙어 있는 상수이며,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노력 뒤에 자리한 필요와 간절함의 끊임없는 박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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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는 열망의 어떤 내적인 회로로 들어가거나 이 길 혹은 저 길로 노선을 정해 수많은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

무엇이든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우리의 빈 곳을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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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 한국 의료의 커먼즈 찾기
백영경 외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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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에서 신간이 나왔다섯 명의 의료 전문가의 대담을 엮은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의 서문에서 다섯 가지 대담의 진행자인 백영경 교수는 한국 의료가 여러 문제들이 오래 곪아온 현장이며 환자부터 의료 종사자와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와 욕망의 실타래가 복잡하게 엉킨 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실마리라는 생각으로 기획되다고 밝히고 있다. 

비대면 의료 사업의 확대가 과연 무슨 의미일지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대담이었다. 그는 수상쩍은 기술이나 장비들이 방역을 구실로 해서 자꾸 등장하는 것은 재난 상황에서도 이윤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려면 의료 재정의 공공화, 병원들의 공공성 확충,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 구축 등을 밀접하게 연결시키면서 추진해가야 하며, 이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좀 더 직접적이고 밀접해지도록 하는 방향이고, 원격의료가 추구하는 비대면성과는 그 방향이 다르다는 그의 말이다.


금의 분위기처럼 의사 집단을 기득권층에 한정시켜 무작정 비난하기도 어려운 것이, 일이 힘들거나 의료사고 위험이 크면 전공 기피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말대로 공공 의대를 설립해서 의사 수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지금이라도 의사 분포 불균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의료 서비스 공급의 민간 의존도가 너무 높고, 배출된 인력이 사회로 나오게 되면 현실에 휩쓸려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의료 수가 개선을 통해 기피과에 의료 인력을 보급하고, 고령화 사회에 필수적인 지역 차원의 돌봄 지원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해야 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의사 분포 불균형, 지역 차원의 돌봄 지원 시스템, 주치의 제도 등과 같은 것보다는 비대면 의료 사업에 대한 정부와 기업들의 의지가 굉장히 높아 보이는 지금 이 시점이다. 오지에 사는 누군가에게 비대면 진료보단 실질적인 일차 진료가, 한 명의 가까운 의사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원격진료는 그걸 생각하지 못하는 혹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한 수 앞선 투자일 것이다.


두번째 대담의 최원영 간호사는 몇 년 전부터 기사에서 많이 본 분이다. 그는 병원이라는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간호사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다. 대형병원에 시 발생하는 인력 부족 문제 같은 것들 말이다사람을 갈아 넣는 만큼 유지되는 그런 것들. 그렇게 선봉에 선만큼 그는 이해관계에 있어 정면으로 대치되는 이들에게 전방위 공격을 받았고 지금도 찬가지인 상태다. 세번째 대담의 윤정원 전문의 또한 성폭력 피해자 진료와 성소수자 진료, 낙태죄 폐지 등 여성주의 의료와 여성 건강권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분이다.


자신의 신상을 내걸고 의견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려운 선택이다.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바뀐다고 믿는다.


그런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 사이에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지은 채로 나만 한쪽으로 빠지는 건 너무 비겁하다. 장벽을 부수고 나아가려면 앞으로 내가  선택들이 중요해지리라 본다.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이며, 사람의 본질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며, 나부터가 안전지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크고 작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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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무지개 에이드 2
은도화 / 가을편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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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이 더 재밌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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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무지개 에이드 1
은도화 / 가을편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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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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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소년 탐정단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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