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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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엽서라거나 편지라기보다 소포에 가깝다. 언젠간 오겠지하고 기다리다가 잊혀져버린 선물. 3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 서른 즈음의 방황을 어쩌지 못하고 떠났다가 230일 동안 음악을 통해 또는 영화를 통해 알았던 지명을 찾아 다니며 하루하루를 기록했고, 책을 냈고, 그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책이 되었다.

그리고 3년 후. 그는 또 다시 180여 일의 다시 긴 여행길에 올랐단다. 지난 여행은 오직 자동차 한 대로 홀로 미국을 횡단하는 여행을 했다면, 그리고 그 외로움과 불안감 속에서 청춘을 찾아냈다면, 이번에는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아예 인적이 드문 저 먼 북쪽 끄트머리 섬으로 떠났다. 길고 길었던 여행의 마지막인 것처럼 멀고 신비롭기만 한 땅 아이슬란드로 말이다.

서른 살의 여행 그리고 3년 후, 과연 생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나도 이것이 궁금했다. 책을 읽어보고 느낀 첫 번째 감정은 그가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만큼 그의 정서는 정제되었고, 청춘이라 불리는 뜨거운 공기도 차분해졌다. 오히려 더 외로울 법한 곳에서 외로움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던 지난 여행이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한 하나의 수행과도 같았다면 이번에는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이렇게 같은 곳을 두 번 가며 시간을 두고 버티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어린 애의 변덕 같은,  철부지 정서는 사라진 것이다. 어쩌면 3년이란 시간동안 그는 조금 더 차분해졌고, 물러서서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계속 청춘의 열병에 시달리거나 맞서자고 하면 진부할 것이 엎어져 있으면 그건 너무 시시하다. 그러나 3년의 세월 동안 성장을 한 작가는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세월과 시간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익숙해졌고,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말라고 한다. 젋음은 필연적으로 불안이란 연료와 함께하는 것을 말하며...

 

아이슬란드가 차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의 책에 담긴 공감이란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한 단어들과 그 분위기는 이 책 전반에 깔려 있다. 다행이다. 멈추지 않아서, 그리고 우리와 같이 같은 고민을 꾸준히 해주어서. 나만 위로할 것은 이기적인 제목과는 전혀 다른 우리 세대를 우리 시대를 위해 들려주는 작은 시낭송회 같다. 작은 카페에서 작은 불 하나 켜고 모여 앉아 낭독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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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그웬 쿠퍼 지음, 호란 옮김 / 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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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이 번역했다니...그런데 이렇게 표 안 나게 번역했다니 소란스럽지 않은 호란답다.
이 책 표지의 고양이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눈 없는 검은 고양이가 어떻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은 수많은 청소와 이웃과의 트러블, 그리고 각종 가구와 재화들의 손상을 야기한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사는 이유가 바로 이 검은 고양이 호머에게서 들어난다.

호머는 사랑스럽다. 사랑을 받을 줄 안다. 아니 사랑을 베풀 줄 알고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법을 안다. 미꾸라지 같은 장난꾸러기지만 그는 흙탕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게 만드는 행복 바이러스를 자기 주변에 흩뿌리고 다닌다. 

그러니 911이라는 인류 대재앙 속에서도 호머와 고양이들을 찾으려는 그웬의 눈물겨운 심정이 이해가 된다. 인생을 함께하고 삶에 향기를 더 가져다 준 고양이를 그냥 잊으라는 것은, 사람도 죽는 판인데 고양이가 뭐가 대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에 반기를 드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렇게 살아야지,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것에 앞서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 심정이다.

애묘인으로 소문난 호란이 번역하니 그 애정이 뭉클뭉클 피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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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서쪽으로 가라
양승희 지음 / 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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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서울만큼이나 넓고 크다. 워낙 특색없다고 치부하는 서울도 동서남북, 그리고 동네마다 분위기가 틀린데, 남들과 다른 개성과 역사를 존중하는 일본의 경우 같은 도쿄라도 동네마다 매우 분위기가 다르다. 그래서 도쿄를 안다고 하는 말은 사실 무지에서 나오는 매우 위험한 말이라 생각한다. 도쿄 여행이 아니라 도쿄 서쪽 여행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나는 이 책이 뭔가 알고 있구나 싶은 감동을 느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도쿄의 서쪽은 오래된 동네들이 대부분이다. 번잡하기보다 활기차고 낡았다기보다 고즈넉하다. 도쿄 서쪽은 공기만으로도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이다.게다가 괜찮아 보이는 가게들을 친절하게 소개해주고, 쉽게 찾아 갈 수 있게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자카'라 불리우는 소소한 일본의 악세사리를 만나고 싶다면, 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고즈넉한 골목길, 세련되고 편안한 카페, 맛있는 커피와 음식, 사람 좋은 웃음소리가 있는 도쿄의 서쪽. 그런 도쿄의 서쪽을 알려주는 책이 나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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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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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다고 생각한 박칼린.

 

그녀가 남자의 자격에 나왔을 때, 그 에너지에 반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들춰본 이 책은 그 에너지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양성과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을 것인가, 한 번 사는데 후회하면서 살 것인가...

 

이 책만 보면 박칼린은 정말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그녀가 갖고 있는 열정과 믿고 따라오라는 자신감도 모두 그 긍정적인 사고에서 발현되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 긍정적인 사고와 태도가 어디서부터 나오느냐는 것이 그냥 자기의 어린시절 이야기, 뮤지컬 이야기 등등 속에 담겨 있답니다.

 

그래서 용기와 희망이란, 인생을 새롭게 리프레쉬 하고픈 분들 모두에게 추천을 드리는 책입니다.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중년의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젊음이 상처가 되어버린 시대를 사는 20~30대에게는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10대들이 보면 물론 더 좋습니다.

 

그리고 가장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입니다. <그냥>을 읽다보면 박칼린 선생님이 지금처럼 훌륭하게 자기일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부모님의 교수법이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재능을 찾도록 배려하고, 또 극성이 아닌 사랑으로 아이를 대하고, 여행을 다니고 다양한 경험을 전해주며 감수성, 자신감, 그리고 자아를 찾도록 해준 것이랍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이렇게 길러야겠다는 다짐을 할 정도니까요. 

 

정말 그 어떤 모든 사람들에게 드릴 수 있는 선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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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케빈 마이클 코널리 지음, 황경신 옮김 / 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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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스로 변하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류의 수많은 지침과 격언들, 긍정의 힘이 진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듣고 나면 맥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슨 물리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상황 자체가 즉자적으로 변화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보통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면 대부분은 그래.. 내가 변해야지라고 생각하다 며칠 안 가서 잊어버리거나.... 사실 달라지는 게 없잖아. 하나마나한 소리다. 다 뻥이었다. 그게 뭐냐..... 이렇게 냉소를 던지거나 둘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도 긍정의 힘을 희망으로 노래하는 책 중 한 권이다. 허나 긍정의 힘은 이렇게 해보아라가 아닌, 선천성 장애를 안고 살면서 겪었던 저자의 여러 경험들이 담담하게 펼쳐질 때 나타난다. 시련이 멈추지 않고 계속 닥쳐올 것임에도 다시 인생이란 일상 앞에 서겠다는 다짐도 담겨 있다. 극적인 운명, 인생을 변화시킨 여행, 그리고 일상이 하나가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읽어왔던 그 어떤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보다도 막강하고 솔직하다.

저자인 케빈은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다리가 없다는 이유로 태어난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자란 그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보스니아,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체코, 뉴질랜드 등 세계 17개국 이상을 여행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진 프로젝트가 <롤링 전시회>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이 사진 속에는 다리가 없는 한 남자가 23년 동안 마주한 특별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과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공존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 똑같은 것을 바라보는 것 같더라도 각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와 세상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시선을 관찰하고, 그 렌즈를 다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한다. 
 케빈은 ‘다리'가 없을 뿐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레슬링도 배우고, 스키 선수로 활동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난다.
 허나 이렇게 용감했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애써 외면하거나 못 본 척 해왔지만 누군가의 특별한 시선을 받는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 덮어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예 정면으로 마주한다. 불완전한 신체를 가진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케빈은 이 작업을 하며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케빈이 세계 17개국 이상을 돌며 33,000장 이상의 사진을 계속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세상과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삶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친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지켜봐주느라 눈이 멀어버린 아버지,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에도 <X게임>에서 받은 상금으로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격려해준 어머니, 다리가 없다는 사실에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죄다 해보게 시켰던 스키 강사 벅, 만남에 설레고 이별에 아파하는 남들이 하는 평범하고 예쁜 사랑을 선물해준 자유롭고 유쾌한 여자친구 베스…… 그들이 빚어낸 ‘나라는 존재’ 앞에서 케빈은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를 혐오스럽거나 불편하게 바라본 시선 한 편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이 있었단 사실. 케빈 스스로 대단한 깨우침을 얻은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 시선, 세상이 케빈을 만들어왔음을 알아챈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케빈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은 “너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가 아니라 “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거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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