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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계절 - 김지훈 이야기 산문집
김지훈 지음 / 니들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책 표지가, 마치 연한 분홍으로 물들어가는 저녁 하늘 같기도 하고
봄날의 복숭아꽃 (벚꽃 말고) 같기도 했다.

 

정말이지 이렇게 섬세한 남자의, 감성적인 은 처음 읽는다. 그래서 좀 낯설게 읽었다. 

내용만 놓고 보자면, 그냥 평범한 연애 소설이다. 운명 같은 여자를 만나서 사랑했고 헤어진 뒤에 쓴 글이다. 그러니까 '사랑의 계절'을 지나 '이별의 계절'에 닥쳐서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 하며 쓴.

 

하지만 가장 보편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하고 또 절실하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야기.

늘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추억에 기대어 버텨내어야 하는 '사랑'의 씁쓸한 본질들까지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삽화가 없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내가 40대다 보니 20대의 이런 사랑 이야기는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인데... 

결혼해 보면 책임지고 감당해야 하는 사랑이란 것의 고달픔이 또 달라서. 

그래도 마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연애담을 훔쳐 보듯, 달달한 기분의 독서가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대체 나의 연애세포는 어디에 ~~ !!!! ㅠ.ㅠ

 

개인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것 보다도 인간관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훨씬 공감이 갔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굳이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미리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평소에 어떤 사람인지보다 너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가 중요한 것이고,
나에 대해 미리 설명하며 알려주기보다 함께하는 시간 안에서 보여지는 나를 알아가게 해 주고 싶으니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상대적이어서 늘 이런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무엇보다 잘 아니까. -15page- ]

[모든 관계는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 그러니까 그 관계 안의 내가 어떠한가에 따라 어떤 사람이든 좋게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니 중요한 것은 자존감 높은 내가 되는 것. -57page-]

[가끔 누군가와 연락을 할 때, 대답만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 순간 그 사람에게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적어도 나를 좋아하는 넌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최소한의 정성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으니까.나는 절대 나를 내던지면서까지 누군가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21page-]

[나는 늘 마음이라는 것이 중요해서,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편인데,
누군가를 보고 싶으면 그것을 보고 싶음에서 그치지 않고 보기 위해 노력하며,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누군가와 마음이 맞는 척 애써 만나기보다는, 만나지 않으며, 그렇게 마음을 속이지 않고자 노력한다. -52page-]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에 닿고 닿지 않느냐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다른 가치를 내세웠다고 해서 나는 그 사람과 마음이 닿지 않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옳고 그름은 달라도, 서로의 이야기에 얼마만큼 집중하고 있고, 얼마만큼 귀를 기울이고 있고, 또 공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느냐 하는 그 태도에서 나는 위로를 받으니까. -308page-]

 

[늘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려고 하고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에 질투를 하고
혹은 타인에게 진심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을 두고 사람을 만나거나 오만하거나 불평불만이 가득한 사람, 호전적인 사람, 그리고 자기 연민에 빠진 채 신세 한탄을 하며 동정을 구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었으면 좋겠다. -412page]

 

벚꽃은 다 졌지만, 그래도 봄!

나도 안부를 묻고 싶다 내가 떠나왔던 이들에게

그대는 지금쯤 어느 계절에서 머물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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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 시인의 "꽃" 첫행이다.

이름을 불러 준다는 것은 눈길을 준다는 것이고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고 애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 모든 관계들은 눈길을 주고 관심을 주고 애정을 주는 것으로 발전해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화려한 원예용 화초들에 비해 야.생.화.

뭇 사람들에게 눈길 받는 것 조차 힘든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작은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에 '시선을 주고, 오래도록 그 모양새를 바라보고,

종이에 옮겨 그려다 다시 천에다 수를 놓는'는 작업은,

그저 무심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아주 특별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 책 <야생화 자수, 시가 되다>가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시 나태주, 글·자수 김주영...

풀꽃시인 나태주의 시와 자수 작가 김주영의 작품어우러진 시집이면서

또한 자수 책으로 기획력이 돋보이고 편집 또한 정성이 가득하다.

책 표지부터 구성, 내용까지 한땀 한땀 수 놓듯 섬세하게 신경을 쓴 흔적들이 느껴진다.

책의 절반은 일상 생활에 응용해볼 수 있는 자수 만들기 정보가 함께 담겨있다.

따라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야생화 자수, 시가 되다" 중에서, 셔츠 리폼과 앞치마)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중에서) ​

거둬지는 것도 버려지는 것도 너무 쉬운 세상...

어렵게 시작하고, 시간을 들이고, 그래서 특별한 무엇들로 채워지는, 진지한 삶을 살고 싶다.

시도, 자수도, 그러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 작업들이 아닐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자세히 보고 오래 곁에 두고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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