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 시인의 "꽃" 첫행이다.
이름을 불러 준다는 것은 눈길을 준다는 것이고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고 애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 모든 관계들은 눈길을 주고 관심을 주고 애정을 주는 것으로 발전해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화려한 원예용 화초들에 비해 야.생.화.는 뭇 사람들에게 눈길 받는 것 조차 힘든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작은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에 '시선을 주고, 오래도록 그 모양새를 바라보고, 종이에 옮겨 그려다 다시 천에다 수를 놓는'는 작업은, 그저 무심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아주 특별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 책 <야생화 자수, 시가 되다>가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시 나태주, 글·자수 김주영... 풀꽃시인 나태주의 시와 자수 작가 김주영의 작품이 어우러진 시집이면서 또한 자수 책으로 기획력이 돋보이고 편집 또한 정성이 가득하다. 책 표지부터 구성, 내용까지 한땀 한땀 수 놓듯 섬세하게 신경을 쓴 흔적들이 느껴진다. 책의 절반은 일상 생활에 응용해볼 수 있는 자수 만들기 정보가 함께 담겨있다. 따라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 |
("야생화 자수, 시가 되다" 중에서, 셔츠 리폼과 앞치마)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중에서)
거둬지는 것도 버려지는 것도 너무 쉬운 세상...
어렵게 시작하고, 시간을 들이고, 그래서 특별한 무엇들로 채워지는, 진지한 삶을 살고 싶다.
시도, 자수도, 그러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 작업들이 아닐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자세히 보고 오래 곁에 두고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