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형식을 빌린 실존주의 철학 설명서

니체가 교토에 와서 17살 나에게 철학을 가르쳐 주었다
하라다 마리루 지음, 노경아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3월

제목이 특이해서 일단 풋, 하고 한번 웃고 시작했고  

계절감 가득한 표지 그림(벚꽃 날리는 교토 풍경)에, 하필 봄이라, 기대감을 안고 펼친 이 책! 

(표지 그림 때문에) 순정만화 같은 소설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철학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소설의 형식을 빌린 '실존주의 철학 설명서'다. 그렇다고 무겁고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첫 인상 그대로 가벼운 느낌 속에... 아래와 같은 니체의 '어려운' 철학 개념들을 정말 쉽고 재미있게 녹여냈다. 

교토에 살고 있는 17살 소녀 '고지마 아리사'는, 

부상으로 육상을 그만 두고 기숙사를 나와 자취 중이다.

얼마 전 썸남에게 실연까지 당하면서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인데! 

그런 아리사에게 19세기의 철학자 '니체'가 나타나 그녀를 '초인'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한다.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하는 현생남으로 등장한 니체, 그와의 만남을 통해 아리사는 철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건, '교토'라는 실재하는 공간을 그대로 소설의 배경으로 가져왔다는 것! 

아리사와 니체, 그밖에 다른 철학자들이 만나고 대화하는 공간들은 모두 교토에 실제로 있는 곳들이다. 

왠지 이 책을 들고 다시 한번 교토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니체의 철학을 대표하는 '신은 죽었다' 때문에 어쩌면 나는 의도적으로 그의 사상을 외면해 왔는지도 모르겠다.44살 내게, 이렇게 재미있는 모습으로 다가와 오해와 편견을 풀어 준 니체가 고마웠다."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의심을 품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것, 그게 철학이야. 니체, 159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