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악어 크로커다일과 미시시피악어 앨리게이터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5
델핀 페레 지음,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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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날 보고 크로커다일이라고 불러서 화가 나. 난 엘리케이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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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꼬꼬마 시절이 까마득해진 나이이지만 정신연령만큼은 여전히 ‘어른이’에 머문 나는 가끔 동화를 찾아 읽곤 한다. 지독하게 피로한 현실이 이야기 도처에 반영된 어른들을 위한 책들로부터의 도피 같은 것이다. 물론 동화 역시 현실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게끔 완충작용을 충분히 가미한데다 현실을 가미한 농도가 훨씬 연하거니와 감성적이고 풍성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나일악어 크로커다일과 미시시피악어 엘리게이터’는 두 악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차이를 알려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약간의 공포(?)와 함께.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두 악어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구분하지 못함을 억울해한다. 마치 우리가 백인이나 흑인을 마주할 때 그 사람이 다 그 사람인 것 같다고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까. 혹은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을 볼 때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을 구분 못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근데 그 와중에 느껴지는 그런 감정 있지 않은가. 우리보고 중국인이라거나 일본이라고 하면 미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은, 그런 감정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미묘한 감정에서 시작한다.


두 악어는 진흙탕에서 목욕을 하며 논의를 한 끝에 아이들이 있는 학교를 가기로 한다. 그러는 와중 아이들을 잡아먹어도 되냐고 험상궂게 묻기까지 한다. - 세상에! 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발언인가! 정말 지독히 현실적이다- 그렇게 두 악어가 걸어걸어 도착한 학교에서는 받아쓰기가 한창이다. 두 악어는 그 교실을 급습(?)한다. 그런데 놀란 선생님과 달리 아이들은 한쪽 발을 물려도 태평하다. -세상에! 공포스러운 장면이 또 나왔다. 그 단단한 이로 연약한 아이발을 콱 하고 물다니- 근데 여기서 재미난 것은 이제까지 현실적인 느낌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하다가 갑자기 동화적 상상력이 가미된다는 것이다. 바로 발을 물린 꼬마 아이가 자신보다 훨씬 클 (거라 예상이 되는) 악어를 업어 메치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악어를 제압한 아이들 사이로 평소 똑똑하다고 소문난 테오도르라는 아이가 생물 도감을 통해 두 악어의 차이를 설명한다. 아이들은 두 악어가 다른 종임을 인지하게 되고 –물론 글을 읽는 나와 다른 독자들도 알게 되겠지- 일주일동안 축제를 연다. 그리고 행사의 마지막에 학교에서는 두 악어에게 킥보드를 선물하며 모험은 끝을 맺는다.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삽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검정 펠트펜으로 그려진 바탕에 두 녀석만 초록으로 칠한 것이 인상적이다. 더불어 깨알같이 적힌 내용들이 재미를 더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바라보니 미묘하게 둘의 생김새가 달랐는데 그 점도 잘 표현된 듯 했다. 여러모로 짧은 시간동안 유익하게 읽었던 책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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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윤영수 지음 / 열림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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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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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끊임없이 명령해. 자기 말을 들으라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자기에게 맞춰 자고 자기에게 맞춰 일어나고, 자기에게 맞춰 일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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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책을 가려 읽지는 않지만, 그 중 좋아하는 것을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나는 장르소설을 가장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판타지를 좋아하는데 새로운 세계관을 머릿속으로 상상해가며 내가 구현해 낸 세상에 색을 덧입히듯 그림을 그려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힘든 일들로 그득한 일상을 지나와, 또 다시 지긋지긋하게 현실을 덧입힌 이야기들을 읽는 것보다, 새로운 세계를 덧입혀 휴식을 취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나는 즐겁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는 현실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들을 향유키 위해 판타지나 장르소설을 부러 읽기도 한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건 장르의 특수성 때문인지, 보통은 오락성이 짙어 책에 대한 좋은 사유를 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등을 위시한 외국형 블록버스터 급 판타지야 자주 보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하지만, 사실 국내에는 퇴마록이나 이영도 작가가 만들어 낸 판타지 세계 이후에는 사람들에게 회자될 만한 이렇다 할 작품이 나오지 않아 좋은 장르소설을 뽑아내 읽는다는 일조차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런 와중 한국형 환상소설이라 하는 문구에 오랜만에 공을 들여 읽은 것이 바로 이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였다.

 

이야기는 할머니와 네 살배기 손주가 단풍나무(나무인간) ‘연토’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한다. 그는 긴 여름 수고가 많았다고 하며 놀라는 사람들에게 인간들의 말을 ‘준호’라는 인간친구에게 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그늘 아래 있는 이들에게 영원한 새벽의 나라인 동굴국을 배경으로 ‘나무인간’인 어른이들의 일대기를 읊조린다. 이야기의 사이사이 여러 종족들이 나오기도 하며 판타지(환상) 소설로써의 매력을 뽐낸다. 더불어 앞서 이야기한 나무인간인 ‘어른이족’은 물론 특별한 예지력을 지닌 맑은이족과 하얀이족은 물론 배설기간이 따로 없어 악취가 나는 황인족,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지녔지만 배설기관이 따로 없어 역시나 악취를 풍기는 햇빛족이 나온다. 상체는 자유롭지만 땅에 뿌리가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땅옷족과 검은머리짐승이라 불리는 사람이 등장하며 재미를 배가 시킨다.


이야기는 약 700페이지에 다다를 만큼 방대하고 기묘하다. 그런 와중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단순히 오락성만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여타의 장르소설과는 그 깊이를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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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있다. 살아있으므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 살아 있으므로 우리 자신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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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작가가 만들어 낸 생소한 단어가 많아 글을 읽는데 몰입이 덜 되었던 건 아쉽다. 본인이 창조해 낸 단어들에 대한 정의를 따로 내려주거나 묘사를 조금 더 세심하게 만들어 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살짝 고개를 치민다. 장르소설인데다 작가 혼자 만들어낸 공간이다 보니, 독자가 함께 하기에 이해가 어렵거나 그로인해 작가의 호흡을 따라가기에 힘든 조그마한 공백들이 생겼던 것이다. 특히나 책의 두께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집중력이 저하되어 중간 중간 가독성이 떨어지는데 생소한 단어들 탓에 몰입까지 방해되었던 것이다. 좋은 책이다 보니 분명 증쇄가 이루어질 것이라 본다. 만약 2쇄본이 나온다면 조금 더 친절한  단어해석을 별첨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재미와 사유의 공유는 너무 좋았다. 특히 이만큼이나 심도 깊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이끌어나간 윤영수 작가에게는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다. 그가 앞으로 써내려갈 다른 이야기들도 자못 기대가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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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살인의 문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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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도 필요하겠지만 환경이나 타이밍, 그 당시의 기분 같은 것들이 모두 맞아떨어졌을 때 사람은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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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 그거.’라고 할 <용의자 X의 헌신>을 시작으로 <가면산장 살인사건>, <그대 눈동자에 건배>, <라플라스의 마녀>, <기린의 날개>, <위험한 비너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최근 여럿 읽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장까지 눈을 땔 수 없는 그의 매력적인 이야기에 담뿍 빠져들었던 것이다. 특히 매번 예상을 비껴가는 이야기 전개 방식 때문에 책장의 마지막즈음엔 항상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특히나 다른 작가들에 비해 다작을 하는 그가 어떻게 매번 이렇게 독자에게 참신함을 줄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 새로움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이번에 나온 ‘살인의 문’을 집어 들었을 때만해도 과연 그의 매력이 이 소설에도 잘 드러났을지에 대해 궁금해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였다. 아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그리고 왜 우리는 여전히 히가시노 게이고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가하는 대답을 내게 알려주는 소설같았다. 특히 이번 소설은 주인공을 기만하면서도 끊임없이 아껴주는 친구와의 연을 쉽사리 끊을 수 없었던 섬세한 심리묘사가 일품이었던 작품이다.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주인공 다지마 가즈유키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치과의사인 아버지를 둔 덕택이었다. 하지만 부유하다하여 그의 일상이 행복하지는 않았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대립, 아버지의 외도, 할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소문, 그리고 부모의 이혼까지. 그렇게 그는 서서히 몰락해간다. 운명은 자꾸만 그의 행복을 앗아갔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마음 둘 곳이 없었다. 늘상 외로움을 견뎌야했다. 집에서조차 그가 있을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그에겐 사사건건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여자에게 미친 아버지는 호스티스인 여자에게 돈을 전부다 갖다 바친다. 가즈유키는 결국 친척들에 집에 맡겨진다. 그리고 그가 짝사랑하던 여자는 자살을 하게 되고 겨우 구한 일자리에서는 드디어 안착을 느끼나 했더니 같이 일하는 동료로부터 살인미수를 당하게 된다. 회사에서 퇴출을 당한 그는 여기저기 떠돌며 다시 한 번 가구회사에 안착하게 된다. 그리고 친구네 부부의 권유로 결혼을 하게 되나, 그마저도 순탄치 않다가 결국 그간 모아둔 돈 –어릴 때부터 정 둘곳이 없었던 그는 집을 사고 싶어했다. 자신만의 공간, 즉 마음의 안식처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혼을 당하고 만다.


그 모든 불행에는 사실 그의 어릴 적부터 무수한 악연으로 맺어진 친우 구라모치의 계산된 행동에 있었다. 가난을 싫어했던 그는, 태어난 환경에 따라 빈부 격차가 생기는 현실을 싫어했고 그래서 가즈유키를 질투했다. 그는 가즈유키(의 부유하고 안정적인 가정)이 불행하길 원했다. 하지만 가즈유키를 가장 믿고 신뢰하기도 했다. 사람으로서, 친구로서 가즈유키를 아끼는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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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가 주어짐으로써 살인이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경우 바로 그 계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계기가 없으면 살인자가 되는 문을 통과하지 못하죠. 아, 물론 통과하지 못하는 편이 낫지만 말입니다. 그런 문은 영원히 지나가지 않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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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두 사람의 미묘한 심리가 소설 전반에 깔려 이야기를 잇게 하는 구심점이 된다.


각 인물들이 가지는 수많은 심리들이 섬세하고 교모하게 연출되며, 그 씨줄과 날줄이 촘촘히 엮여 견고한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또 한번 이래서 ‘히가시 게이고’구나하고 감탄해마지 할 수 없었다. 정말이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힘과 신박한 소재에 박수를 쳐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에 혼자 방구석에 찌그러져 지리한 시간을 보낼 게 뻔히 그려지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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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일하고 크게 어필하고 싶을 때 읽는 책 - 다 잘하고도 한소리 듣는 직장인을 위한 커리어 매뉴얼
김희양 지음 / 팜파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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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인간적 맥락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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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형태의 제거(?) 과정을 통해 회사에 입사하는 직원들의 기본 스펙은 서로 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조건’에서 이미 한번 걸러지고, 인·적성 검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걸러지며 최종 면접에서 쥐어짜듯 마지막까지 한 번 더 걸러지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그 누구보다 크게 뛰어나지 않은 이상, 회사에서 우리는 그저 그런 자리에서 그저 그런 업무를 하며 그저 그렇게 적응해나가게 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욕심이란 것이 있고, 죽자 살자 아등바등 매달려 완성한 본인의 업무에 대해 칭찬을 받고 싶어 한다. 아니, 칭찬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이 조직에서 이정도로 필요한 존재, 혹은 자신의 몫은 해내고 있음을 증명해 내고 싶은 것이다.


비슷한 일례로 일본어에 보면 ‘한 사람의 몫’을 다한다는 의미의 ‘히토리 마에’라는 단어가 있다. 업무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에 한 사람이 자신의 몫을 다해내지 못하면 타인이 그 몫까지 해내야 한다. 즉, 자신의 몫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해 다른 조직 구성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일본은 특히 타인에게 민폐/피해(메이와쿠)를 주는 것을 가장 혐오한다. 따라서 업무적으로도 자신의 역량을 다해내지 못할 때 그를 무시하고 신출내기 취급하며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조직을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몫을 다 했을 때 진짜 어른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까지 회사 업무나 프로세스에 적응이 안 된, 신출내기가 처음부터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일단 신입사원에게 중요한 일을 건네는 상사란 없다. 잡무부터 시작한다. 잡무를 해본 사람이야 알겠지만 일은 많은데 눈에 띄지는 않는다. 계속 무언가 바빴던 것 같은데 실제로 보면 티가 하나도 나지 않는다. 그렇게 조금씩 업무에 적응해가며, 상사나 선배들로부터 업무를 나눠 받기 시작하면 더 바빠진다. 잡무 역시 여전히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성과는 나지 않고 실수하기 바쁘다. 일은 많은데 어필은 되지 않고, 힘들다고 징징대기라도 하면 별 거 아닌 일 맡아서 우는 소리한다고 혼나기만 한다.
 
이 책 ‘적게 일하고 크게 어필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은 그런 신입들에게 필요한 ‘수학의 정석’과 같은 교과서인 것 같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듯 보인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절실히 공감했던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인간적 관계’에 대한 것을 무시 못 한다는 점이었다. 기본적인 예절이라 이를 수 있는 인사에 대한 것은 물론, 먼저 다가와 간식을 것을 나누어 주거나 –선배나 상사라고 하여 간식을 먹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긴 그도 인간이니 말이다.- 점심은 잘 챙겨 먹었는지 혹은 무엇을 먹었는지 먼저 물어오는 후배나 신입에게 더 눈길이 간다는 것이다. 즉, ‘인간적인 유대’를 기저로 하여 우리는 업무 평가에 대한 부분을 판가름하고 좋게 본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다. 문자나 전화 예의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고 E-mail 작성 시 신경 써야할 부분 에 대해서 전달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서 그 사람의 역량이 평가된다는 것이다. 즉, 회사에 들어올 때 가진 스펙보다는 업무에 대한 센스와 인간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사회 초년생이나 회사에서 여전히 꾸지람을 받는 사원, 대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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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으로 크게 어필하는 사바를 실행하기 위해 사바 수첩을 써보자. 사바 수첩은 사소한 말이나 행동을 적는 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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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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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이든 네가 살고 있는 곳에 뿌리를 내리면 되는 거야. 그곳이 고국이고 고향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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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이 이처럼 구구절절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원작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저자 이주호 작가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역랑’은 임진왜란 당시 큰 공을 세웠으나 역사가 숨긴 항왜 사야가(김충신)의 일생에 대한 역사소설이다. 그는 실존인물의 삶에 상상력이란 살을 덧붙여 가공한 뒤 이번 책을 내놓았다.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상황이 치다들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당시 시대 상황과 결부해 읽다보면 우연적이거나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의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져,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인지 절로 그의 삶에 빠져들게 되었다.


책의 첫 장면은 사야가(김충신)의 뎃포부대가 크게 맹활약한 1953년 행주대첩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사야가라는 낯선 인물을 등장시키고, 항왜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독자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나 역시 사야가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봐서 그런지 책을 보자마자 그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갓난아이를 안고 도망가는 한 여인의 모습이다. 다급한 듯 누군가의 배에 아이를 실어 보내는 여인은 죽임을 당하는 순간까지 아이를 지키려한다. 하물며 그 갓난아이는 천식까지 있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하여, 원래 주려던 노잣돈보다 돈을 더 얹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아이를 끌어안고 살지 못하는 못난 어미는 어미도 아니라며 자신이 품고 있던 가락지 5개를 더 보태어 아이를 품에서 떠나보낸다.


그렇게 세 살배기 아이가 간 곳은 켄카쿠가 마고이치로 있는 일본의 한 용병단 ‘붉은돌’이었다. 그곳은 전쟁을 일으켜 부모를 죽인 뒤, 부모를 잃은 아이를 데려다가 키워 용병으로 만드는 곳이었다. 천식을 앓던 아이는 어른도 힘들다는 뱃길을 건너며 다행히 가는 목숨을 연명하게 되고 -배를 몰던 이는 당연히 아이가 죽을 것이라 예상을 했다- 용병단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히로’가 된다. 히로는 그가 한국에서 사용하던 이름 ‘김석운’의 ‘석을 일본어로 읽은 것이었다.


히로는 앞서 이야기했듯, 천식으로 인해 유난히 몸이 유약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잘 못하는 부분을 옆으로 과감히 치워두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에만 매진한다. 바로 뎃포의 이론과 전술에 대한 공부였다. 즉, 어떻게 하면 뎃포를 잘 쏠까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뎃포의 성능을 높일까하는 원초적인 부분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는 뎃포를 가장 먼저 만들어 사용했던 포도국(포루투갈)의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해가며 공부를 했다.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해, 히로는 뎃포의 성능을 높이고 전투이론에 대한 새로운 전법을 강구하여 전국시대에 새로운 인물로 부각되기에 이르는데 이로 인해, 히로의 인생에 더욱 큰 불행이 드리우기 시잣한다. 여러 장수들이 그를 탐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곳에는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있었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앞뒤 가리지 않는 인물로 그려지는 히데요시는, 이 책에서 주인공을 괴롭히고 죽이려드는 절대자이자 악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런 와중 히로는 자신의 마고이치인 켄카쿠의 딸 아츠카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실 처음에 히로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아츠카가 이전에 자신을 길러주던 유모처럼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즉, 연애에 대한 감정적 고저가 없는 쑥맥으로 그려진다.- 아츠카와의 관계 역시 이 책의 줄거리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큰 재미거리 중 하나이다.


이런저런 사건들 -아츠카가 결혼을 하고, 켄카쿠가 히데요시의 계략으로 인해 죽임을 당하고 히로가 이를 복수하기 위해 뎃포 2대를 가지고 그를 죽이러 가는 등의 사건사고- 끝에 결국 히로는 20살의 나이로 붉은돌 용병단의 차기 마고이치가 된다. 그리고 아츠카를 데리고 도망간 히로는 그녀와 결혼한 부부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그들은 노부나가의 죽음으로 인해 큰 힘을 얻게 된 히데요시 -앞서 이야기했듯, 그는 가지고 싶은 것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으려했던 자로 그려진다. 그리고 자신이 갖지 못할 경우에는 아무도 가져다 쓰지 못하도록 부셔버리는 인물로 그려진다.- 에게 쫓김을 당하게 되고, 결국 용병단원들은 물론 히로를 이용하기 위해 인질로 데려간 아츠카 역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인질인 아츠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히데요시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히로는, 사랑하던 여인의 죽음으로 인해 항왜를 결심한다. 이때 히로가 이끌던 부대의 이름을 잘못들은 이순신이 그를 사야가라고 부르게 된다. 한 인물의 이름이 또 한 번 바뀌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다시 행주대첩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사야가는 뎃포부대를 이끌고 전쟁에서 승리를 하게 된다. 그는 그 공으로 김충신이라는 이름을 왕으로부터 사사받게 된다.


책은 매우 극적인데다 읽기가 쉬었다. 특히 각 인물들이 눈앞에서 그려질 정도로 확실한 캐릭터성을 부여받았으며, 인물이 가진 서사성으로 인해 충분히 이야기에 힘이 실려 있었다. 역사에 약한 내가 읽기에도 무리가 없었으며, 역사란 고루하고 지리한 것이라 여겨 역사소설을 읽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사야가이자, 김충신이자, 히로이자, 김석운인 주인공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찾아 읽어보고 싶을 정도였으며, 영화로 제작된다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야기를 거하게 펼쳐놓았던 앞부분들에 비해 그 이야기를 주워담기에 바빠보였던 뒷부분은 다소 아쉬움이 일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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