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나 민감해요
나가누마 무츠오 지음, 서수지 옮김 / 뜨인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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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쯤 사귀던 전(前) 여자친구가 카페에서 문득 나에게 그런 소릴했던 적이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 말이 시발점 - 발음 주의 요망 -이 되어, 우린 헤어짐이란 길을 서로 걷게 되었던 것도 같다.


민감함은 나약함에서 비롯되지 않았고 노력부족의 결과도 아니다.
갖고 태어난 기질일 뿐이다
- 그녀 : 오빠. 우리 오늘은 이야기 좀 하자.
- 나 : 응. 요즘 서로 바빠서 이야기 할 시간이 없었지?
- 그녀 : 오빠가 나한테 무관심해진 거지 뭐. 만나도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고.
- 나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너가 친구들하고 오던 길에 연락하고 있었다고 잠깐 핸드폰 좀 본다고 한 뒤, 계속 그러고 있으니 나도 할 일이 없어서 만진 거 잖아.
- 그녀 : 그럼 오빠가 먼저 말을 꺼내면 되지. 우리 이야기 좀 하자고.
- 나 : 아니. 친구랑 잠깐 이야기한다던 애가 줄창 핸드폰만 붙잡고 있으니, 중요한 일인가 싶어서 가만히 있었던 거지. 배려해줬더니, 뭘 또 그렇게 뾰족하게 이야기 해.
- 그녀 : 아니 왜 말이 그래. 내가 뭐든 잘못했다는 투로.
- 나 : 어우. 말을 말자, 말을 말아.
- 그녀 : 오빠. 이야기 좀 하자했더니 뭐가 그렇게 불만이라 사사건건 내가 하는 일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거야?
- 나 : 아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는 건데?
- 그녀 : 이것봐. 또 예민하게 반응하잖아.
- 나 : 아니, 가만히 있는데 괜히 너가 먼저 시비를 걸잖아, 지금.
- 그녀 : 난 대화를 하자는 거잖아. 누가 오빠랑 싸우쟤?
- 나 : 됐다, 됐어. 내가 다 미안하네, 그래.

예민함. 민감함. 뾰적함. 신경질적임 등. 일상에서 우리가 타인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단어들이 있다.
스트레스가 만연화된 사회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뿐만아니라 날이 선 상태에서 아무렇게나 막 내뱉는 말들로 인해 서로가 상처받기도 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민감함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일상적인 예민함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들보다 조금 더 민감하고 신경이 곤두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HSP라고 명명한다.

HSP란? : Highly Sensitive Person

이 유형의 타입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진다.

 

매우 민감한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 다섯가지

1. 자극에 민감하다.
2. 다른 사람의 영향을 잘 받는다.
3. 직관력이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좋다.
4. 신중하고 자기 페이스대로 행동하기 좋아한다.
5. 내적생활이 소중하다.
자극에 민감하며 타인의 감정에 잘 휘둘리는 이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감정적 조절을 컨트롤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래서 스트레스와 관련한 병들의 발병율이 높고, 그런 감정적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자신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가지기를 권유한다.

하지만 그러한 민감함이 무릇 나쁘다고만은 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HSP형 사람들은, 타인에 비해 직관이 뛰어나 아이디어가 뛰어나며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분위기를 살피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또한 신중하고 자기 페이스대로 행동하기를 좋아해, 굼뜨다거나 자기 밖에 모른다는 이야기를 더러 듣기는 하지만 그런 연유로 일의 업무 성과가 좋고 실패가 거의 없다고 한다.

더불어 저자는 말한다.
남들보다 조금 더 민감하다는 사실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하고 각오하라 말한다.

먼저, 안다(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매우 민감한 기질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이해하는 과정이다. 내가 무엇에 민감한지, 어떠한 문제를 안고 사는지 조목조목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HSP'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HSP'가 무엇인지 좀 더 세심하게 이해해야 한다.
내가 어떠한 부분에게 남들보다 민감한지 알았다면 나의 민감함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삶의 무게를 덜기 위한 대처법과 실천법을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내  삶을 긍정하며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자신을 긍정하게 되면 삶이 가벼워지는 건 시간문제다.

내가 얼마만큼의 민감함을 지니고 있는지, 책 초반에 테스트지가 있어 실험해보았다. 저자가 생각하는 HSP 들의 성향에 비해서는 그 정도가 낮은 수치였다. 그럼에도 나에게도 분명 어느 특정부분에 관해서는 예민함이나 날카로움이 있어서 인지 책을 읽는 내내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나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실리적인 도서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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