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행자의 케케묵은 일기장 - 310일, 5대륙, 19개국 세계여행을 기록하다
김다연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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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로 떠나며 일기장을 안들고 다닌지 꽤나 오래된 것 같다

가방하나 달랑 들고 다니는 내 여행 스타일에 무엇인가를 물품하나를 더 추가한다는 것이 꽤나 번거롭기도 하고 여행 기록을 남기는 내 나름의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기장을 들고 다니던 이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선뜻 읽게 된 도서 #어느여행자의케케묵은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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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해외여행지는 2002년 월드컵이 끝난 후, 고등학교 단짝이었던 친구와 함께 간 서유럽이었다

 

그때만 해도 디지털카메라(일명 디카)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아버지가 큰 마음 먹고 사주신 300만화소의 캐논 디카와 일기장 하나를 손에 쥐고 룰루랄라 3주간 여행 길에 나섰다 

이국적인 사람들과 낯선 풍경들을 보며 감탄어를 수천번씩 내뱉고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사진으로 담으려 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내가 가진 메모리카드가 256메가 두 개가 전부

모든 사진을 가질 수 없었기에 많은 사진들이 더 나은 추억을 위해 지워지고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700여장의 사진 중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이 7장이 전부인 지경)

 

그 때 사용한 것이 일기장이었다
찰나의 순간을 담은 내 기억들을 대신할 그 때의 감정과 기분이 빼곡하게 채워넣은 일기장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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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가 모자란다고 마음마저 모자란 이가 되지 말자고. 배고픈 아픔을 알아주고, 구정물이 가득한 손을 함부로 외면하지도 동정하지도 모멸하지도 않겠다고, 어쩌면 사랑해주겠다고."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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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항상 일기장과 함께 했다

저녁 7~8시만 되도 횡량해지는 유럽 거리에서 별 달리 할 게 없던 나는 당시 묵던 게스트 하우스의 침대 어귀나 게스트 라운지에 쪼그리고 앉아 그 날의 감정과 일정들을 당시의 기분으로 끄적여갔다

친구는 수 개월의 알바비로, 나는 장학금과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 떠나온 터라, 여행 자금이 별로 없던 우리는 마트에서 파는 식빵과 맥주로 연명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나를 모르는 세계에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꽤나 특이하고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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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객관적이지 못한 걸까. 스스로에 대한 비약은 어디까지일까. 어쩌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자신에 대한 진위를 착각하며 사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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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문제도 많았다. 당시는 여행책자가 지금처럼 다양하지도 않았고 자세하지도 않았기에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차편을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잘못가기를 다반사에 각 국을 이동할 때도 무척 고생했다

그러다보니 단짝이었던 친구와도 트러블이 생기고 여행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했다

그럴 때면 다시 일기장을 들고 그 날의 일들을 기술하다보면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왜 상대가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지 반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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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변했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것보다 중요한 점은 어떤 사람으로 변하고 싶은지 스스로 정하는 일, 사람은 변할 수 없다며 단정하지 않는 일, 내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은 엉성하더라도 정성과 온건한 마음으로 빚어낸 모습이 좋은 사람을 성큼 닮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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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2017년에 세계일주를 하는동안 기술한 일기를 다시 다듬어 낸 책이다

 

이곳엔 내가 2002년에 유럽을 여행하며 느꼈던 기분보다 훨씬 큰 감정적 동요가 그려져 있고, 내가 2009년에 일본에서 생활을 하며 겪었던 일보다 더 큰 경험들이 쓰여져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하고 읽었던 건, 사람은 어떤 일에 대해 항상 반성을 하고 나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사실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도!
여행하는 동안 저자가 부딪힌 다양한 일들에 대한 여러 생각의 산물로 적어내려간 책이라 너무 좋았다

너무 잘 써 내려가기도 했고

 

코로나로 인해 여행다니던 그 시절의 나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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