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7인 7색, 배낭 메고 인도차이나 반도 - 사도행전 묵상하며 여행하기 청소년! 7인 7색, 배낭 메고
박진섭 외 지음 / 북트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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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처음 우리나라를 떠나, 유럽 땅을 밟았을 때는 그저 너무 신기했다. ‘다른 나라에 와보다니. 나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와 같은 기분이었다고 할까? 책에서만 보던 명화나 작품들이 박물관 이곳저곳에 전시되어있어 시간가는 줄 몰랐고, 길을 가다 문득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들고 쉬는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 여유 넘치는 척 몇 시간을 멍하니 있어보기도 했다. 사람을 대하는데 적대감이 없는 듯 보였고 누구에게나 웃으며 건배를 건할 줄 아는 그들의 자유로움이 좋았다.

 

그리고 3년 후, 두 번째로 나선 대만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인상적이었고 줄을 서있을 때마다 코를 아리게 만드는 취두부의 잔향이 가장 뇌리에 남는 곳이었다. 취두부는 추억을 남기고 랄까? (BGM. 테이의 사랑을 향기를 남기고) 좀 오버하서 말하자면 그 냄새가 얼마나 진하고 꾸덕꾸덕했던지 숙소에 돌아와 씻고 누울 때까지 남아있었다. 각설하고 당시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선회한다고 했던 탓에 대만과는 수교 관계를 끊었던 탓인지, 역설적이게도 대만에 잔재하는 중국 특유의 문화 때문인지 몰라도 음식그릇을 턱턱 집어던질 때는 다소 문화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 다음, 1년 후 나선 일본 도쿄는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해보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훨씬 세련된 냄새가 났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우리나라 출퇴근 시간을 보는 것 같았지만 질서정연하였고 아담한 종지에 오색찬란하게 담겨진 정갈한 음식들은 먹기 전부터 이미 맛있어 보였다. 눈으로 먹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껴졌다고나 할까?

 

이곳저곳을 다니기 시작하자 매년 나는 뭔가 바람이 든 사람처럼 여기저기 쏘다니기 바빴다. 중국(상해, 칭다오, 사천지역 곳곳),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 코타키나발루), 홀콩, 마카오, 베트남(하노이, 후에, 하롱베이, 호치민), 미얀마(바간, 양곤), 라오스(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 스페인, 모로코, 일본(삿포로, 오타루, 오사카, 나라, 고베, 교토, 히메지, 요나고, 후쿠오카, 나가사키, 유후인, 벳푸, 모지코, 시즈오카, 나고야, 마츠야마, 도야마, 시라카와고, 오이타, 사가, 오키나와, 히로시마 등 일본은 사실 셀 수도 없다) 등등. 한 해에 3~4번 많게는 5~6번까지 외국을 나다녔다. 부모님이 이제 제발 좀 집에 붙어 있으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난 직업을 가지고 나니 시간을 길게 뺄 수 있는 날들이 많지 않음이 아쉬웠다. 짧게 밖에 돌아보고 오지 못해, 더 보고 싶은 곳들이 많음에도 마음을 접고 돌아와야 함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생각했다. 조금 더 어릴 때 많이 알아보고 다녀보고, 시간을 내보았다면 좋았을 걸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청소년! 7인 7색, 배낭 메고 인도차이나 반도’의 주인공들은 내가 바라던 –그러나 이제는 조금 늦어버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자신만의 경험을 쌓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기독 대안학교인 ‘소명학교’에 다니는 7명의 아이들이 사도행전을 묵상하며 다닌 인도차이나 반도 여행을 기록한 이 책은 지도교사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이 직접 꾸린 멋진 일들로 가득하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시작하여 앙코르와트, 라오스, 태국에 이르기 까지 17박 18일 동안 아이들은 빠듯한 예산 안에서 가격 흥정까지 하며 자신들만의 색으로 여행을 직접 만들어 나간다. 어른들도 잘 하지 못하는 일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시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하물며 그런 것도 하지 않아본 사람이야 두 말 할 것 없고 말이다.-을 해내는 아이들의 대견스러움에 자못 미소가 흘러나왔다, 나도 이미 기성품처럼 만들어진 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내가 그간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고충들을 아이들이 겪었던 에피소드에서는 공감으로 인해 고개가 주억거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아이들이 겪은 이 소중한 경험들이 후에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얼마나 큰 힘이 되어줄지 생각하니 부럽기까지 했다. 하물며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까지 한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말이다. 이런 아이들의 멋진 삶을 보니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흘러가는 대로 정규 교육과정을 받으며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대안학교를 다니며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 가는 이 아이들의 삶이 어쩌면 더 낫지않을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각설하고 이 글을 마치며, 멋지게 여행을 마치고 온, 그리고 앞으로 보다 더 멋진 여행으로 꾸려나갈 일곱 아니들의 앞날에 항상 기쁨과 행복이 충만하길 기도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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