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가 권하는 인간다운 삶 - 루소와 함께 자연을 거닐다 My Little Library 4
김중현 지음 / 한길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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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자유란 원하는 것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것이 내가 요구하고 자주 소유했던 자유다.

『루소가 권하는 인간다운 삶』 p.158

『루소가 권하는 인간다운 삶』『사회계약론』『에밀』로 유명한

장 자크 루소 입문서다.

감성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는 담을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연과 가까운 삶, 교육, 학문하는 삶을

루소의 저작을 통해 비추어 보며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통찰을 일관되게 말한다.


루소는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으며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친모를 잃는다.

아버지와 남겨진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어린 루소가 의지할 곳은 오직 독서와 자연뿐이었다.


본래 인간은 개미떼처럼 뒤엉켜 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드문드문 흩어져서 경작하며 살도록 되어있었다. 인간은 한곳에 모이면 모일수록 더 타락해진다. 정신의 타락과 육체의 병약함은 우글거리면서 사는 군집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결과다.

p.24

몰두를 통한 망각이야말로 마음의 자유에 이르는 좋은 방법이다.

p.78

내가 좋아하는 일은 별 것 아닌 일에 몰두하는 것, 수없이 많은 일을 시작하고도 아무 일도 끝내지 못하는 것, 마음 내키는 대로 오가는 것, 끊임없이 계획을 바꾸는 것, 날아다니는 파리 한 마리의 모든 행적을 쫓아다니는 것, 그 아 래에 무엇이 있는지 보려고 바위를 들어내는 것, 10년 걸릴 일을 열심히 시도하다가 10분 후에 그 일을 미련없이 포기하는 것, 되는대로 그러니까 온종일 빈둥거리는 것, 매사에 오직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기분만을 따르는 것 등 말이다.

p.79


루소는 인간이 군집한 도시를 타락의 장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달리 자연 속에 자리한 시골을 끊임없이 찬양한다.

인간은 본디 자연에서 났으며,

자연에서 생활하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고 말한다.

이는 루소가 시골에서 지냈던 경험과

도시에서 치인 경험이 만든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그들 자신이 되어보는 때를 찾지 못한다. 어린 시절에는 아이로, 청년 시절에는 청년으로 살지를 못한다. 그 시절은 그저 빨리 흘려 보내야만 하는 의미 없는 시기일 따름이다.

p.97

우리 시대에 행해지는 반권위주의적인 교육 모델 역시 부분적으로 루소의 기본사상에 기초한다.

p.104

아이에게 죽음을 막아주는 것보다 스스로 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산다는 것은 그저 숨만 쉬는 것이 아니라 활동하는 것이다.

p.115

결국 루소가 아이에게 가르치기를 바라는 것은 교실에서 암기를 통해 얻는 관념적이고 공허한 지식이 아니라 실용적인 지식, 즉 생존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다.

p.120


『에밀』에서 루소는 아이를 자연에서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과도한 교육은 아이의 '아이다움'을 해치며

아이, 청년, 어른의 시기에 각각 맞는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당시 프랑스의 교육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이지만,

이는 현대에 와서도 울림이 있다.

무한 경쟁을 통해 얻는 것은 부모의 만족이지

아이의 행복이 아니다.


야망도 허영심도 없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에게, 사막에서혼자 사는 것은 동료들 속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도 더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고독한 은둔 생활에 대한 성향은 분명 전혀 사악하지도 않고 염세적이지도 않습니다.

p.121

덧없이 사라질 존재인 내가, 모든 것이 변하며 모든 것이 순간적인 이 지상에서 영원한 구속의 끈을 마음 속에 만들어서 무엇 하겠냐?

p.149

사라지지 않는 아름다움 이외의 것에는 애착을 품지 마라...(중략)...삶의 모든 것을 관조함으로써 그것이 너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지 않도록 초탈하는 법을 배워라. 역경 속에서도 꿋꿋해지는 법을 배우라. 결코 죄를 짓지 않도록 의무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우라. 그러면 너는 운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행복할 것이며, 정념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숙할 것이다.

p.149

우리 인생에 곤란함이 생기는 이유는 결핍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애착 때문이다. 우리의 욕망은 커져 있는데, 우리의 힘은 거의 모자란 상태다. 인간은 바람에 의해 많은 것에 집착한다. 자신의 애착을 증대시키면 증대시킬수록 그는 자신의 고통을 더 증가시킨다.

p.162


루소는 사교성이 없었을뿐더러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혼자 지내며 자연 속에서 산책하거나

독서하는 등, 혼자 몰두하는 행위를 좋아했다.

루소는 혼자 지낼 수 있으며,

아무에게도 신세지지 않고 마음의 짐이 없는 상태를 선호했다.

욕망은 자신의 한계 안에서만 일어나야하며,

한계를 벗어나 욕망하게 되면

이는 곧 불행으로 다가온다는 충고를 한다.


인간의 정신은 모든 학문을 공부하기에 충분하지 않고 항상 한 가지 학문을 전공으로 선택해야 하지만 다른 학문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개념이 없으면 자기 학문에서 깜깜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p.181

'오늘'은 내일, 내달, 20년 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오늘로 존재하며 또 존재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오늘의 삶도 중요하기에, 오늘의 삶을 향유해야 한다. 목표를 갖고 살아가되 그것을 이루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 목표에만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p.203

인내와 온유함과 체념, 청렴 그리고 공평무사한 정의는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이기에 죽음이 그것들의 가치를 앗아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없이 계속 축적해도 좋은 재산이다. 내가 내 노년의 여생을 바치려는 것은 오직 그 유익한 공부를 위해서다. 나 자신의 향상과 함께 지난 시절 보다 더 덕망 있는 모습으로 생을 마치는 법을 배운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p.210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정을 도외시하는 삶.

이는 내일, 내달, 20년 후를 위해 오늘을 수단으로 소비하는 것과 같다.

루소의 말은,

욜로, 카르페디엠과 같이 무한한 희망을 주는 문구가 아니다.

근거 없이 오늘을 즐기란 말이 아니다.

목표를 향해 달리되,

오늘을 그저 내일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필요한 것 외에 욕망하지 않는 삶,

오늘을 음미할 줄 아는 삶.

이런 것이 루소가 말하는 인간다운 삶의 덕목이다.


『루소가 권하는 인간다운 삶』은 전혀 어려운 책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사회계약론이니 뭐니 하는 어려운 철학도 절대 아니다.

잔잔하게 과거의 지식인과 대화하는 느낌의 책이다.

루소가 들으면 좋아할 법한 말로 풀자면,

루소와 한적한 시골에서 산책하며 나누는 담소와 같다.

이 책에서 루소가 말하는 인간다운 삶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읽는 이의 삶에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부분부분을

적당히 재조합해서 읽는다면,

충분한 정도가 아니라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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