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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귀 문원 세계 청소년 화제작 3
쎄르쥬 뻬레즈 지음, 박은영 옮김, 문병성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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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시간에 곱셈에 대해 배우는데 아무리 해도 알아듣지 못해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넘어 폭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주차장에 차가 몇 대인지 알아맞히는 문제였는데 곱셈이 안 되니 선생님은 일일히 차를 그린 다음 세어보라고 하지만 레이몽은 그럴수록 머릿속이 뒤죽박죽되면서 도대체 차가 몇 대인지 왜 세어야하냐고 묻는다. 나 자신이 숫자라면 일단 머리속이 하얘지는 터라 칠판 앞에서 쩔쩔매는 레이몽에게 심히 공감했다. 그래서 책에 빠져들었는지도. 책 제목인 '당나귀 귀'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늘 귀를 잡혀서 붙여진 레이몽의 별명이다. 


레이몽은 이렇게 공부를 못한다고 선생님에게 구박당하고 친구들에게도 왕따를 당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집안에서도 천덕꾸러기다. 푸주간을 운영하는 아빠는 세상에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속물에 거칠고 폭력적이다. 엄마는 게으르고 신경질적이다. 레이몽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상대는 용돈벌이로 일하고 있는 빵장수 프란시스 아저씨다. 레이몽의 처지를 알고는 아저씨는 레이몽을 도제 삼겠다고 하며 집에서 탈출시켜주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레이몽의 꿈은 산산조각난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해 샀지만 읽어보니 어른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어른들이 내뱉는 말투와 행동에서 내 모습이 없지 않았다. 아직 어른만큼 살아보지 않은 아이에게 어른의 기준을 적용하는 게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하고 터무니없는 짓인지.


집에는 1권만 있는데 알고보니 3권짜리다. 도서관을 뒤져서 전권을 읽었는데 어린이 책답지 않게 결말이 비극적이다. 레이몽은 학교에서 이상행동을 보이는데다 학습장애아로 판결 나 결국 학교에서 쫓겨나고 특수학교에 가게 된다. 모처럼 안정을 되찾고 첫사랑의 감정도 맛보게 되었을 때 다시 어이없는 실수로 집으로 쫓겨온다. 2권, 3권의 책 제목은 <난 죽지 않을테야>, <이별처럼>이다. 레이몽의 삶이 결국 어떻게 끝났을지 짐작케하는 제목이다. 


"난 아직 어린애였다. 어린아이들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아이들은 꿈을 꾸기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아직 꿈을 꿀 시간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훗날, 좀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모든 말들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훌쩍 자랄 것이다. 이런 사실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꿋꿋하게 혼자 울 수 있을 정도로 성큼 자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될 때까지 아빠는 기다려야 할 것이다." 레이몽이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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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을 사랑한 소년 미아&뭉크 시리즈
사무엘 비외르크 지음, 이은정 옮김 / 황소자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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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뭉크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단서를 어지럽게 마구 던져놓아 헷갈리게 만들었다가 막판에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기법이 날로 발전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뭉크 형사반장을 보는 재미로 이 소설을 읽는다. 가정보다 일을 우선하다 아내에게 이혼당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찌질한 그가 우리네 중년 남편들과 흡사해서 연민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아내는 새로운 남자를 만났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그는 형사로서 명석한 두뇌라든지 뛰어난 판단력을 갖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냉철해야하는 순간에 자존심만 내세우기는 등 지극히 인간적이다. 노르웨이가 겨울이 길어서인지 맨날 더플코트 차림이다. (영화화한다면 배우 마크 러팔로나 <보이후드>에서의 에단 호크가 어울릴 듯ㅎㅎ).  대신 그는 미아같은 뛰어난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갖고 있다. 또한 슬픔에 잠긴 피해자 주변 인물에게 테디베어처럼 위안을 주어 수사에 윤활유같은 역할을 해낸다.


뭉크와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미아는 마약중독으로 동생을, 이어서 부모를 차례를 잃고 우울증에 시달린다. 순전히 동생을 위해 경찰학교에 들어갔다 도중에 뭉크에게 발탁되어 형사가 된다. 남이 못 보는 것까지 보는 능력(뛰어난 추리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지만 동생을 죽게한 마약 중독자를 총을 쏴서 죽게한 이유로, 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전력으로 경찰 내부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배제된다. 마음이 약해 사건 현장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수시로 빠지는 우울한 감정을 떨쳐버리기 위해 목캔디를 찾는다. 그녀는 직업때문에 마음의 병이 낫지 않는다는 의사의 권유로 경찰을 그만두려고 하지만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뭉크에게 소환되는 처지이다. 

  

이번 책에서는 사건과 별개로 두 가지 반가운 소식을 접해서 마음이 좋았다. 뭉크가 지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마음까지 따뜻한 중년의 법의학자와 모처럼 데이트를 하게 됐다는 점이다. 또한 자살 충동에 사로잡히는 미아가 드디어 '살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작가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악의 뿌리가 어린시절 부모의 학대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은 이번 소설에서도 어김이 없다.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여러 명 등장한다. 그런 면에서 그의 스릴러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묵직한 호소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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