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교수님, 인생의 의미가 도대체 뭔가요? Meaning of Life 시리즈 1
줄리언 바지니 지음, 문은실.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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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는 뭘까?"


이러한 삶의 물음은 언어의 오용인가 정신적 질병인가 아니면 합당한 철학적 물음인가? 돌이켜 보면 나는 인생이 문제 없이 돌아 갈 때 이런 물음을 던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정신이 건강할 때 실존에 대한 물음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삶이 팍팍하고 어려울 때 이런 문제에 골몰하는 것은 어쩌면 철학적 질문을 가장한 정신적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골몰하는 것이 아주 무의미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서 유의미하다는 생각으로의 태도 전환이 가능하다고 믿어야 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만일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낸다면 곧 바로 "그렇다면 왜 자살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난감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나는 세계와 인간의 근원적 비밀이 풀리면 인간의 삶의 의미와 목적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왔다. 하지만 이는 곧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창조주가 인간을 만든 이유가 생각했던 것 보다 초라한 이유였다면 혹은 내가 원하지 않는 목적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과연 인간이 그런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받아 들일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해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해답을 들었을 때 과연 인간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아마 인간은 분노와 함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의미와 목표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리처드 도킨스가 말했던 인간은 유전자의 운반체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에도 다르지 않다. 유전자의 운반체라고 해서 인간의 지위가 폄하되거나 평범한 생활양식과 목적이 바뀌진 않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다양한 주장을 다루는 이 책은 유쾌한 표지와는 다르게 다소 진지한 주제인 궁극적인 삶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시작한다. 그는 이 물음에서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몇 가지 해답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위에서 말했던 우리의 근원을 알게 되면 삶의 의미를 알 수 있다는 발생론적 주장. 삶의 목표와 목적을 설정하고 이루는 것이 바로 삶의 의미라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목적론적 주장과 자신 보다 더 거대한 인류라는 커다란 보편적 가치가 삶의 궁극적인 의미라는 주장. 더불어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와 같은 주장 등등 11개의 주장들을 차례로 기각하며 마지막에는 조심스레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돈 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삶의 의미는 단답형으로 쉽게 답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독단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책 몇 권을 읽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건 오만한 생각에 불과할 것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여러 주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논박을 통해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게 해준 것이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삶의 무의미함에 저항해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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