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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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돌아온 그녀는 미국에 있는 동안의 삶을 잊지 못하는지 심리적으로 방황한다. 그녀는 고국으로 돌아와 뻔하디 뻔한 한국의 문화적 환경에 지루해하며 한국과 미국을 무의식적으로 비교하는 것인지 아니면 짧은 기간에 느꼈던 미국의 향락을 잊지 못하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한국사회 속에서 미루고 미루었던,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우울한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그는 고장난 엔진처럼 적응하지 못하며 지낸다.   


미국에서의 즐거움은 단지 관광과 다름 없는 경험이었는지 모른다. 그곳에서 몸소 부딪치며 실제로 살아가는 것보다 관광하듯 경험했던 날들은 그녀에게 이상화된 문화적 환경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 건지 k가 한국에 돌아와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남자들에게 특별한 모습을 본다. 한 친구에게는 미래라는 건 신경 쓰지 않고 즐거움을 쫓고 다니는 과거 중산층의 삶을 느끼는 반면 그녀와는 반대되는 처지로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힘겨워 하는 삶을 사는 친구에게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생활양식을 알려주는 것에 즐거워한다. 


그녀는 '목적'을 찾기를 갈망한다. 과거 청년들은 목적이 있었다. 그것이 사상적으로든 뭐든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며 미래를 위해 열심히 나아가야 한다는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목표가 있었다. 그런 80년대가 지나가고 현대사회는 이상향으로 불리는 공통의 목적이 사라졌다. 사상과 이념의 시대가 가고 자본주의가 승리한 시대에 풍요의 세례를 받은 현재의 젊은이들은 길을 잃었다. 


 그 위에서 철저히 관리 되어 자라온 젊은이들. 소비와 쾌락이 장려되는 이들은 사실 절름발이인지도 모른다. 돈의 추구 이외에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돈 보다 나은 것이 있다는 것을 넌시지 알려준 것은 잠깐 미국에서 지냈던 친구들 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리운 미국생활이 궁금했던 k가 친구들에게 안좋은 일이 벌어진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마지막 이상도 함께 무너져 내린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혹은 애초에 그런 이상향 따위는 없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 


운동권이었던 80년대를 추억하며 장광설을 펼치던 그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해 통닭집을 차린 것처럼 모두 돈을 벌기 위해 뛰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처럼 들릴 지도 모른다. 아마도 책에서 언급되는 말처럼 발걸음을 돌리며"위선자!"라고 외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 전에 일단 위선자라는 비난 속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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