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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통쾌한 농담 - 선시와 함께 읽는 선화
김영욱 지음 / 김영사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약 지식으로 앎을 안다고 하면
손으로 허공 움키는 것과 같지
앎은 단지 스스로 자신을 아는 것이니
앎이 없어져야 다시금 앎을 아네
#청매인오#간도지지편
수만권의 경전은 손가락질 같아서
손가락 따라서 마땅히 하늘에 있는 달을 본다네
달이 지고 손가락 잊어도 아무 일 없노니
허기지면 밥 먹고 졸리면 자게나
#소요당태능#지능
불가에서 말하는 앎은 무엇인가. 중국 남송 시대의 처목중봉 선사는 세 가지 앎을 말하였다. 도 그 자체인 靈智, 깨달음인 眞智, 알음알이인 亡智가 그것이다. 靈智는 본래부터 마음에 있는 것으로 누구나 관계없이 가지고 있는 차이가 없는 앎이다. 眞智는 일체의 법이 마음의 지성임을 알고 단적으로 깨닫는 앎을 말한다. 그리고 亡智는 성인의 설법과 경전의 문자에만 집착해서 얻어낸 미혹된 지식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누구나 靈智를 갖추고 있지만, 누구는 眞智로 깨달음을 구하고, 누구는 亡智로 미혹을 헤맨다.
말과 문자는 관념의 한 조각에 불과하며 공허한 것이다. 진정한 앎인 眞智는 말과 문자가 아니라, 마음에 담긴 본래의 앎인 靈智에서 피어난다.
#선의통쾌한농담#김영욱#김영사
이 책은 선종화를 소개하고있다. 선문답의 그 선종.
선종이라니...고등학교 윤리 생각나잖아...돈오점수 선혜쌍수...상구보리 하화중생....
선종은 자신의 마음을 깨우치고 철저하게 밝히는 것을 궁극적인 깨달음으로 본다. 고사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분발하도록 만든다면, 선종화는 우리에게 마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선종화가 주관적이고 암시적인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불법의 대의는 空과 般若다. 空은 실체가 없다는 것을 개념화한 텅 빈 상태로 근본적 진리를 의미하고, 般若는 이분법적인 분리 분별을 깨뜨리고 직관으로 본질을 파악하는 지혜를 말한다. 불법은 원래 텅 비어있으므로 성스럽다 할 것도 없다. 모든 존재가 참모습 그대로며 진리가 텅 비어 있으므로 굳이 분리 분별하여 생각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이분법적 분리 분별은 헛된 생각에 불과하다. 마음이라고 해도 마음은 없고, 얻었다고 해도 얻음이 없다. 즉 집착하는 마음이 없고, 분별하여 취함도 없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텅 빈 마음을 아는 것. 이는 곧 선을 아는 첫걸음이다.
#빙하착하시게나
"저는 모든 것을 버려서 어떤 물건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빙하착하시게나."
"이미 가진 것이 없는데 무엇을 내려놓으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지고 가게나."
선객은 아직도 자신이 모든 것을 버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고, 선사는 그 생각마저도 내던지고 놓아버리라고 한 것이다.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돌이켜보면 그저 한순간에 불과한 세월 앞에서 내 한몸 가누기도 어려운 법. 덧없는 시간 속에서 내 몸 챙기기도 힘든데, 두 손 가득 쥐고 있으려는 마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