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 중고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
채만식 지음 / 홍신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세상이 탁류처럼 더러운 물이 되어 흐른다면 그보다 불쾌할 수 있을까? 탁류는 바로 그러한 세상이 정말로 온다면 그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를 초봉이라는 한 여인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매우 어두운 소설임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매우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초봉이가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남자들에게 꾐을 당하고, 제법 유식하단 부모의 배신으로 그런 인생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그렇게 꼬일 대로 꼬인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자기가 낳은 자식을 돌봐주고 그것을 낙으로 살아가는 비참함이랄까.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매일 마다 인터넷으로 날아오는 이 세상의 처참한 소식들이 떠올랐다.

이 소설은 비현실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으면서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할법한 스토리를 적당한 상황을 만들어 묘사하고 있다. 소설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나는 이러한 비참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과 경험을 같이 할 수 있었다. 절망에 빠진 사람이 취할 행동과 생각등을 계속 고뇌이며 이 책의 후반부를 읽어 나갔다. 정말 이러한 절망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절망이라면 나는 지금까지 내 마음속으로 다짐했던것 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작지만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이렇게 카이스트에 입학까지 하게 되었다. 국제 대회를 나가던것, 과학고를 들어와 남들에 비해 뒤처진 학습 진도에 대한 고민. 그리고 대학 입시에 대한 고뇌와 스트레스가 떠오른다. 어른들은 예기한다. 인생에서 큰 실패를 일찍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나중에 큰 고난이 닥쳐올때 갈대처럼 꺾여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고. 짧지만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되돌아 볼때 나는 정말 그렇게 큰 어려움 없이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내가 그런 고난이 찾아 왔을때 잘 대처할 수 있을까란 질문은 실제로 그런 고난이 찾아오기 전가지는 영원히 대답할 수 없을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을 넘어가서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이러한 스토리는 결코 소설에만 존재하는 이야기는 아닌것 같다. 정말 이러한 어이없는 스토리가 진행되는게 바로 현실이라는게 최근들어 내 생각이다. 9월 11일 미국 국제 무역 센터 빌딩이 붕괴되는 사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황우석 박사가 논물을 조작하고 그 주위 사람들이 돈에 눈이 멀어 어이없는 일들을 한것도 모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렇듯 이러한 비참한 스토리는 결코 우리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인간의 이기적인 본심은 많은 부분에서 나타난다. 그렇게 이성적인 인간도 모두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절제할 줄 모르는 상황이 많고, 돈이라는 물질적인 욕구로 한 나라를 팔아먹기 까지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은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이기심으로 이루어 진 것이 이 세상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을 느긴게 내가 과학고등학교를 들어오고 나서 부터이다. 보통 사람이 어른스러워 진다고 하면 생각이 남을 배려하고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로 말을 하지만, 거꾸로 설명을 하자면 정말 계산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과학고의 학생들은 대부분 이러한 ‘어른스러운’ 사람들의 부류였다. 자기 인생이 벌써부터 치밀하게 계산된 하나의 과정 정도로 까지 보였다. 사람들을 사귀는 것을 하나의 이용 방편으로 사용하는 애들을 보고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음을 느낀다. 그러한 친구들 때문에 정말 실망도 많이 했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친구 관계가 가식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학교에서 살기란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러한 각박한 세상 삶에 있어서도 희망은 보인다. 탁류에서도 계봉이나 승재 같은 인물을 등장 시키므로써, ‘이 세상은 그렇게 각박하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살만하다’ 라는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다. 과학고에서의 내 삶도 그랬다. 그렇게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애들도 있었지만, 정말 진실되고 친한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애들부터 도인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애들까지 많은 애들을 사귈 수 있었다. 이러한 친구들과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그런 각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졸업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성선설을 믿고싶다. 우리 모두 어렸을적엔 순수했다. 하지만 사람간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그런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가려 바뀌게 되어버린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만들지만 결국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아 변해가기 시작한다.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서 우리들이 사는 이 세계는 점점 힘들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우리들도 모두 이기적이고 계산적으로 바뀌어 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사회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거나, 정말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 하기에 아직도 우리 세계가 멸망하지 않고 유지 되고 있다. 결국 이렇게 완벽하지 않으면서 너무 낙천적이지도, 너무 비관적이지도 않은 이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닐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