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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부터의 도피 -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일련의 사회현상을 심층 분석 ㅣ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5
에리히 프롬 지음, 원창화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6월
평점 :
에리히 프롬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요 메세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봉건제, 르네상스 및 종교개혁, 그리고 근대국가 시대를 거쳐오면서 인간은 이중적인 의미의 자유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 즉, 근대인은 봉건시대의 전통적인 권위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개인'이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고독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러한 불안 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새로운 속박에 예속되고자 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책의 제목 그대로 참을 수 없이 버겁기만 한 '자유'로부터의 불가피한 '도피'를 통해, 자유를 지키는 것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본의 아니게 인정하게 되었고, 우리를 부자유하게 만들었던 전통적인 적들로부터 획득한 승리의 의미를 훼손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자유와 관련된 어떤 생각들, 예를 들면, 권력이나 권위 따위로부터 되찾았다고 생각하며 만끽해 왔던 개인의 자유와, 우리 스스로의 의지와 사고와 감정으로 만들어냈다고 믿었던 개인의 자아가, 얼마나 부자유하고 획일적인지를 덧붙여 준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는 법. 에리히 프롬이 제시하는 대안은 "~으로부터의 자유'를 벗어나, '~에 대한 자유'를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가 소극적 자유라면, 후자는 적극적 자유라는 것인데, 그것은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생존하는 능력을 포함하여 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 참된 자아의 실현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러한 적극적 자유는 궁극적으로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사회적 조건이 받쳐주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크~, 나는 이 대목에서,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언제 쓰여졌는지를 확인. 1941년이다. 문득, 1991년(구 소련 붕괴) 이후, '민주적 사회주의'란 것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21세기에, 에리히 프롬이 자유와 고독, 복종, 그리고 복종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 자유에 대해 다시 논하게 되었다면, 그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에리히 프롬은 누가 뭐래도 휴머니스트자이자 낭만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자유가 주는 고독과 불안 때문에 자유로부터 도피하여, 새로운 권위에 복종하고 자신의 자아를 상실한 채, 자동인형(사회의 생활방식에 순응하는)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그리고 마조히즘과 사디즘이 우리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으며, 그것들이 결국은 고독과 불안으로터의 도피를 갈망하는 같은 성질의 것이었다는, 이렇게 불쾌하고 노골적으로 인간의 심리구조를 파헤칠 수 있었던 그는 누구인가.
그래도... 결코... 자유를 포기할 수 없었던 에리히 프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