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 한승오 농사일기
한승오 지음, 김보미 그림 / 강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한승오, 그이는 고수다. 요즘 사람 누구나 들먹이는 참살이, 유기농, 생태, 자연농법 같은 말들을 한 번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이가 논일을 하며, 나무하며, 호박을 보며, 벼를 말리며, 김장을 하며, 몸살에 신음을 하며 해내는 생각들이 예사롭지 않다. 한 군데만 얼핏 보아도 그렇다. "퍼덕퍼덕 저 혼자 살아 날뛰는 배추에는 온갖 양념이 고루 배어들지 못한다. 자신을 죽여 여럿을 어울리게 하는 삶의 이치가 김장에도 깃들여 있다."

그런데 책 읽는 내내 궁금한 게 있다. 그이는 왜  가족들을 책 밖에 둔걸까? 아이들이나 아내 이야기는 여덟 차례 정도 언급하지만 그이의 가족들은 매번 서술 대상일 뿐이다. 농사꾼으로 살면서 자연의 흐름을 익히고, 몸의 몸살을 통해 삶의 몸살을 읽어내는 그이가 어떤 생각으로 가족들을 책 밖으로 빼돌렸을지 자못 궁금하다. 가족들 이야기는 혹시 그이가 아내 몫으로 챙겨둔 것일까?

그이 가족들이 주인공이 되어 소통하는 모습, 소통이 이루어지는 자리, 소통에 동반되는 과정의 아픔이나 그 상처의 딱지까지, 즐거움까지 엿듣고 싶다. 책에서 만난 그이에게 참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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