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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 흔들리는 오십을 위한 철학의 지도
바르바라 블라이슈 지음, 박제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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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초원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평화로운 삶을 갈구하는 우리네 희망을 암시하듯 겉표지를 수놓고 있다. 작가인 바르바라 블라이슈는 스위스와 독일 대중이 사랑하는 철학자이자 언론인이다. 100세 시대 인생의 딱 절반인 오십에서 우리가 걸어 온 삶을 되짚어 보고 앞에 놓인 삶을 가늠해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신체 지표는 노년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가고 있음을 여실히 느끼는 요즘, 내 나이가 벌써 쉰을 넘어섰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이는 사실이다. 아무리 뿌리 염색을 하고 매일 밤 팩을 붙이고 깊이 패여가는 주름과 거뭇거뭇한 잡티를 가리려고 뽀얗게 화장을 하고 다녀도 이제는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어도 상큼하던 20대로 돌아갈 수 없다. 


인간은 불멸이 아니란 진실을 인지하면서도 왠지 죽음은 유독 나에게서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생은 무한하지 않지만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 한정된 시간 안에 무한한 욕망을 충족하며 살아가자니 실패하기 겁이 나고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머뭇거리다 끝내 가슴 뛰는 모험은 해 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육체적으로 늙어간다는 것, 자신의 수명이 다해간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심지어 #단테에게 중년은 가시덤불 숲이었고, #보부아르에게는 악몽이었으며, #톨스토이조차 길을 잃었다. 


저자는 이 멋진 중년을 꽃이 피어나는 최고의 시기로 보고 일생 중 가장 빛나는 시기를 위한 철학 안내서로 이 책을 썼으며 생의 절반을 살아 온 중년기에 죽음과 삶을 철학적으로 고찰해 봄으로서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는 오십이라는 나이가 오히려 남은 생의 과도기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두려움과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다는 회한과 후회 속에 남은 나날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함을 느끼는 때이기도 하지만 이 시기가 그리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인생의 달고 쓴 맛을 모두 경험해 보아 노련함을 겸비하고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으로 나의 취향을 아는데다 무턱대고 돌진하지 않고 관망할 줄 아는 거리두기가 가능한 때가 바로 중년의 시기이니. #아리스토텔레스도 중년기를 올바른 선택을 하는 실천적 지혜를 갖추기 적절한 시기라 보고 그의 저서 <수사학>에서 이렇게 남겼다. 

“장년기에 속한 사람은 청년과 노인의 중간에 속한 성격을 지닐 것이 분명하다.” 


갈대처럼 연약한 인간들이여, 톨스토이처럼 길을 잃으면 또 어떤가. 

p242. 우리가 길을 잃기 전까지, 다시 말해 세상을 잃어버리기 전까지 우리는 자신을 찾기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헨리데이비드소로


지금 중년의 고비를 넘어가는 분,

더 나은 생을 위해 자신을 되돌아 보고 싶은 분,

늙어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봄직한 책이다. 


-웅진지식하우스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을 만들어 주신 출판사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인생의절반을지나면누구나철학자가된다 #흔들리는오십 #철학의지도 #바르바라블라이슈 #웅진지식하우스 #철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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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3 : 시계 밖의 정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9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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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영 작가는 충북 청원 출신이다. 어렸을 때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며 자연 속에서 자랐다 한다. 그때의 경험이 <시간을 파는 상점 3 시계 밖의 정원>의 배경인 [틈새, 노닐다]에 고스란히 그려지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들이 양갈래로 줄지어선 언덕길, 쌓인 낙엽에 발이 밀려 미끄러지다시피 올라가면 저 너머에 보이는 할아버지의 작업실. 자연을 벗삼아 지어졌을 그 곳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각양각색의 모습과 향기로 그려진다.


 김선영 작가는 경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는 다양한 소설을 써 왔으며 [시간을 파는 상점]시리즈는 그 최고봉에 있다.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은 소설이지만 “시간 없어서”를 연발하며 정신 없이 바쁜 생을 사는 어른들이 읽으면 더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표지 디자인이 독특하다. 일러스트 차현님과 박정은님의 디자인으로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배경에 양각으로 매끈하게 솟아오른 모자 모양의 집이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책과 조각보, 째깍거리는 시계의 톱니바퀴, 모자 난간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목각인형 두 개가 보인다. 책 아래부터 모자의 열린 문으로 연결되어 있는 긴 계단을 가방을 멘 한 소년이 그림자를 드리운 채 오르고 있다. 이곳의 배경인 [틈새, 노닐다]는 죽은 사람들이 쉬어가는 장소이다. 죽은 사람들은 그림자가 없으니 다른 등장인물과는 다르게 아직 죽지 않은 도하의 모습에 일부러 그림자를 넣어둔 게 아닌가 짐작해본다.


 책의 뒷표지에 작가의 메시지가 있다. 김선영 작가는 어린 나이에 삶을 버린 청소년들이 너무 안타까웠고 그들이 버리고 간 ‘시간’이 아까웠다.


 누군가 버리고 간 시간을 이어 쓸 수 있을까?


 “누군가의 시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축적된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 소설은 제목처럼 시간에 대한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목차는 3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 모양이다. 한밤중을 의미하는 12시 [선생님이 죽었다]란 소제목을 보는 순간 궁금증이 일었다. 목차에 유난히 죽음을 의미하는 단어들이 자주 보인다. 유서, 무덤, 시간선. 12시에서 1시로, 1시에서 2시로, 그리고 그 후로 시간이 흘러가며 선생님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가 하나 둘 등장하고 해결될 거라는 추측을 해 본다.


 첫머리는 ‘선생님이 죽었다. 그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도하가 아는 선생님은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다.’ 로 시작한다. 자살이 아니라면 타살이란 걸까? 그도 아님 사고?



 1. 도하

 금석학 서체 연구가의 손자로 [틈새, 노닐다]를 상속받았다. 평생을 문인으로 사셨던 할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독서 동아리 혜윰을 이끌고 학교 문집을 발행하기도 하여 늘 할아버지의 자랑거리였다. 박한상 선생님의 의문의 죽음을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하고 진상규명을 밝히려는 1인 시위에 참여했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눈을 떠 보니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한동안 가 보지 못했던 [틈새, 노닐다] 대문 앞에 와 있고 돌아가신 박한상 선생님을 만난다.


 "각자의 고유한 시간이란 무엇일까.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시간은 세상의 사람 수만큼 다르게 흐른다. 각자 다른 시간을 썼기 때문에 삶의 모습이 다르며, 그것이 운명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 3 p34



 2. 박한상 선생님

 일명 밥상 선생님. 셀프 아침밥 코너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고 학교의 잡다한 골칫거리를 해결하며 동료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선생님이다. 끝없는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다 발견한 희미한 빛, 그 끝에 만난 [틈새, 노닐다]와 애제자 도하. 어서 문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다 대문 안으로 가뿐하게 발을 옮기는데 왜 나만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걸까?


 "자신만의 배를 채우기 위해 산다면 그게 짐승과 무엇이 다르겠니. 사람이라면, 적어도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려면 최소한의 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니?

시간을 파는 상점 3 p108



 3. 진솔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괴로운 여고생, 시간은 없는데 하라는 건 많고 학생의 본분인 공부만 하며 하고 싶은 것은 죄다 뒤로 미루면서 살아왔는데 어처구니없이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영리하고 참하고 삶에의 애착이 많아서 정말 죽음이 아깝다 말할 수 밖에 없는 진솔은 [틈새, 노닐다]의 비밀을 풀어 가며 그곳에서조차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값지게 쓰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자신이 써 온 습관대로 시간을 쓴다잖아. 그러니 다르게 살고 싶다면 시간도 다르게 써야겠지."

시간을 파는 상점 3 p159



4. 접시꽃 할머니

CF에도 간간히 나왔던 셀럽이자 무역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멋쟁이 할머니. 평생을 지독히도 열심히 살았다. 일하는 것도 노는 것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완벽하게 추구하고 싶었다. 어느 날 너무 바쁘게 산 것 같아 떠난 크루즈 여행에서 생을 달리하게 되었고 이곳에 도착했다. 13시가 되어 아스팔트가 솟아올라 하늘과 맞닿아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신묘한 색으로 바뀔 때 시간 축적의 임무를 완수한 사람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잘 쓰고 싶다. 이번엔 바쁘지 않게, 나무들처럼 아주 천천히.


 "세상이 스마트해질수록 삶은 스마트하지 않아져. 숨이 가빠. 숨이 끊어질 듯이 가빠 오는데도 그게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건지도 모르고 계속 달리게 하거든, 이 스마트한 세상이. 이제 나는 저 나무들처럼 시간을 쓸 거야. 아주 천천히."

시간을 파는 상점 3 p140



5. 수암

전생에 허균이었다 믿는다. 쇠락해가는 구도심에서 돈도 안 되는 헌책방을 운영하며 살다 책방 일대가 개발되면서 고향으로 내려가 마을 뒷산 골짜기에 수암 서점을 열었다. 어느 해 여름 폭우가 덮쳐 허술하게 지은 서점이 무너지면서 책과 함께 수장되었다. [틈새, 노닐다]에서도 수암은 수암. 자신의 존재 증명인 책을 손에 놓지 않고 살아간다.


 "책은 내 존재 증명 같은 거지.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뭘 하겠어. 결국 자기의 존재를 인정하고 증명하는 것도 다 자신의 몫이야. 비록 그걸 하다 죽어도 그게 제일 행복한 일 아니겠어? 날 봐. 여기서도 결국 책을 손에 들고 있잖아. 삶을 중단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건 내게 바로 이거였어."

시간을 파는 상점 3 p153



다섯 사람이 우연히 만난 저승과 이승 사이의 [틈새, 거닐다]는 시간의 비밀이 깃들어 있다. 이들은 누가 버리고 간 시간을 이곳에서 이어 쓰게 된걸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다는 건 무수한 시간의 축적과 수많은 우연과 사건이 얽혔기 때문이다. 그 수만 가지 우연과 사건과 시간 중 어느 하나라도 어그러졌다면 지금의 나는 여기에 없을 지도 모른다. 찰나는 흘러가지만 그 찰나를 값지게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어서 오세요,

여기는 당신만의 고유한 시간을

축적하는 곳입니다.


시간으로의 여행이 궁금하면 어떤가?

오늘 [틈새, 노닐다]로 한번 떠나보는 건.



자음과 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선생님이 죽었다. 그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도하가 아는 선생님은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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