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김경주 지음, 김바바 디자인 / 안그라픽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안그라픽스 / 김경주 지음 / 김바바 디자인)

˝이 기억의 기록은 관객이 열고 닫으며 판단의 주체가 될 때만 어떤 진리의 박스일 수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이 문장에 힘입어 서평을 쓰기 시작한다.
먼저 이 책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시극 블랙박스)해설 블랙박스 사용법}
여기서 나의 서평은 다음과 같은 위치이다.
[{(시극 블랙박스)해설 블랙박스 사용법}서평 나의 블랙박스 사용법]

굳이 해설까지 포함하는 이유는 내가 해설 속에서 나만의 시선에 대한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관적 삶이라는 단어에서 난 내멋대로 이 책을 바라보게 되었다.
카파와 미하일은 그들만의 시차와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불안한듯 보였던 기내는 사실은 내가 종종 원했던 곳이었다.
나는 시간에 쫓길때 다른이들과 다른 시간의 흐름속에서 내가 하고싶은것을 마음껏 하고 싶다고 상상하곤 했다.

˝죽음이라는 유일한 진리, 그것이 유일한 진리라고 우리가 인식하는 순간 죽음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주관적 삶, 주관적 언어의 필요성과 절박함, 실천의 불가피함이다.˝

내일 죽는다면 오늘 뭐 할래?
그제서야 사람들은 부모님을 찾아뵙는다던지, 여행을 간다던지, 지금 가진돈을 펑펑 쓴다던지 하면서
주관적인 관점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꺼낸다.
평소에는 객관적인듯 규정된 성공의 지표들을 쫓는 일이 많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추락하는 비행기, 죽음이 다가오는 시공간 속은 우리 모두의 배경이기도 하지만
주관적 삶을 되새기게 해주는 저 질문처럼 우리가 꼭 인식해야 할 삶의 조건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그 진리, 죽음이라는 한계를 생각한다면,
학생들이 의미없는 스펙만 쌓으며 젊음을 소비하진 않을 것이다.
나의 언어를 표출 할 유일한 기회인 한번의 인생을 타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허비할 것인가 정말?
각자의 내부에서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있는 블랙박스가 나는 꿈이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읽다가 꿈이라는 단어를 듣고 지겨운듯 표정짓는 사람들이나
오그라든다고 손발을 움츠리는 사람들, 이해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언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꿈의 의미를 진부해진 단어 꿈으로 표현하느냐, 추상적 개념으로는 낯선 블랙박스로 표현하느냐의 차이.
우리는 카파와 미하일의 삶의 공간을 훔쳐보았다.
우리의 블랙박스도 구동중이다.

나는 연출 불가능해보이는 기묘한 지문들 속에서도 꿈을 읽는다.
내가 생각하는 꿈이란 디자이너가, 선생님이, 의사가.. 등등의 무언가 되고싶은 존재가 아니다.
꿈은 불가능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내가 무엇이 되고싶은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싶은지.
그 꿈을 표현하려면 아주 기나긴 언어가 필요해야한다.
그러한 꿈이 진짜 꿈이라고 생각한다.
오지않는 고도를 기다리듯, 응답없는 그 분을 호명하듯
나는 모두가 불가능성 투성이의 허황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블랙박스는 진실의 창이라고 했다.
하지만 추락하고 나서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우리는 추락하기 전에도 블랙박스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다.
우리의 꿈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해야한다.
추락하고 블랙박스를 열어보며 난 이런걸 하고 싶었지,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어느 책에서인가 읽었던 글을 인용하며 서평을 마친다.

무언가 이루기위해 몰락하는 자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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