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이야기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다다미 넉장반의 세계일주>의 작가인 모리미 도미히코는 내 타입의 작가가 아니었다.
일본 작가 특유의 아기자기한 귀염성은 가지고 있지만 <태양의 탑>이나 <밤은 짧아~>류의 책을 좋아하기에는 내가 쬐금 나이를 먹었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자신의 생활에 충실하지도 성격이 조화롭지도 못한 주인공들을 보면 풋하고 웃어지기는 해도 공감은 가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번에 기담이라는 명목하에 만들어진 이책을 볼까말까 정말 고심했었다..ㅎㅎ
읽기 시작해서 한번도 쉬지 않고 그냥 달려버렸다.
네개의 단편이 독자적인 작품이면서도 방련당이라는 골동품점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말그대로 기기묘묘한 이야기들이다.
교토라는 일본의 오래된 도시를 배경으로 네가지 기묘한 이야기들이 딱히 실체는 없지만 왠지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솜씨가 일품이다. 
여우에 홀린듯한 주인공들은 어디선가 뭔가를 보고 어디선가 뭔가를 느낀다.
손에 잡힐듯한 풍경 묘사로 바깥을 내려다보면  어두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듯한 캄캄한 하늘.. 비오기 직전의 눅눅하고 비린내가 나는듯한 공기... 어디선가 들려오는듯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 괴물이 튀어나오지 않아도 오싹 섬뜩하다.
이전 작품에서 감춰져있던 작가의 필력에 다시한번 놀라면서 ..간만에 집중해서 한번에 달린 이책은  밝은 대낮에 읽기보다는 소나기가 내릴듯한 흐릿한 저녁무렵에 읽으면 어디선가 빗소리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귀 기울여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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