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세 살의 걷기 클럽 ㅣ 사계절 아동문고 108
김혜정 지음, 김연제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평점 :
아무것도 하기 싫은 장윤서는 학교에서 운동 클럽을 꼭 가입해야 한다고 하자 아무도 가입하지 않을 것 같은 걷기 클럽을 만들게 된다. 혼자 있을 수 있을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지도교사가 되겠다는 담임선생님의 도움 아래 오지랖쟁이 강은, 필라테스 클럽의 정원이 다차서 같이 다니던 아이들과 떨어지게 된 지혜윤, 아무도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공재희가 가입하게 된다.
클럽 지원금을 받기 위해 밴드를 만들고 클럽장은 성이 장씨인 윤서가 맡게 된다. 성이 장씨라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적인 이유로.
그렇게 운동장을 걷기 시작한 걷기 클럽은 여름 방학때 호수 공원을 걷고 둘레길을 걸으며 각자 마음 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풀어 놓기 시작한다.
아무런 의욕도 없고 하고 싶은 건 없어 보였던 윤서는 가정 폭력을 당하던 가장 친한 친구 채민이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던 부탁이 마음에 걸리면서도 엄마에게 이야기하고 그로 인해 엄마와 떨어져 살게 된 채민이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윤서는 친한 친구를 배신했기 때문에 다른 친구를 사귀고 재미있게 지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지랖쟁이 강은은 주변에 모든 친구들에게 오지랖을 부린다.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폭력을 당하던 아이를 도우려다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전학을 오게 됐지만 그런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혜윤이는 항상 같이 다니던 친구들 사이에서 조금씩 밀려나는게 슬프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는 혜윤이도 그런 친구들에게 왜 그러냐고 말하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재희는 통통한 자기 몸이 싫지 않다. 그런데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니 자신의 몸이 보기 싫어졌다. 그 친구는 키도 크고 날씬한 아이돌을 좋아하는데 자신은 매력이 없는 거 같아서다.
4명의 친구들은 천천히, 같이 혹은 따로 걷기도 하고 빨리 걷는 친구의 뒤를 보면서 걷기도 한다. 힘들어 하는 친구의 등에 손가락 하나만 대도 힘이 된다는 사실을 나눈다.
윤서보다 한 살 더 많을 때였나 무작정 걸을 때가 있었다. 지하철역을 하나에서 둘 혹은 세 개를 지나 걸어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며 무슨 생각을 했었나. 그 때, 옆에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걸었다면 뭔가 달라지는 것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요새 말하는 중2병의 고독을 씹으며 걸었던 그때의 생각들과 감정들이 지금의 내가 되는데 한 축을 담당하긴 했을테다.
걷는다는 것은 그냥 앉아서 생각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것 같다. 앉아서 생각할때보다 생각의 흐름이 빨라진다고 해야 하나? 걷는다는 건 나에게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천천히라도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는 믿음 또는 안심. 우울할 땐 무작정 나가서 걸어보라는 누군가의 말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걷기 클럽 친구들은 마음이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가 같이 있을수도 있을 만큼 복잡하다는 것, 친구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자신을 기대하는 법, 힘들 때 다른 친구에게 기대는 법을 배우며 열 세 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냈고 열네 살을 조금쯤 궁금해한다. 궁금하다는 것은 기대한다는 것과 같지 않을까? 자신의 내일을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아이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올곧게 자랄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