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이 지나길

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한 때 디즈니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에 나오는 대사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대사를 떠올리며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다고 하루 하루 지낼때가 있었다. 그 후 그 대사가 유명해졌을 때 다른 사람들도 그런 위안이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긴긴밤을 읽으며 노든이 가족을 잃고 앙가부를 잃고 세상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가 되버리는 날들이, 버려진 알을 돌보며 윔보와 치쿠가 알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날들이, 치쿠가 자신이 부리가 헤어지는 줄도 모르고 들고 다니던 양동이에서 드디어 알에서 깨어난 펭귄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든과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아는 펭귄이 바다를 찾아 같이 가는 날들이.. 슬픔으로 읽혀도 마지막 장을 덮고 위안이 되는 건, 살아가는 건 인간들뿐만 아니라 흰바위코뿔소와 펭귄에게도 힘들지만 그래도 서로 이야기 나누고 안아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 때문인지 ‘푸른사자와니니’와 같이 언급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푸른사자와니니가 서로 다름을 인지하며 사자답게 살아가는 와니니의 이야기라면 긴긴밤은 유난히 어두워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만 느껴지는 밤을 옆에 있는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며 견뎌내면서 ‘우리’가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그림책과 어린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는 내가 읽고 감동한 이 책이 아이들에게도 같은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미 어른이 되버린 내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나 잔소리를 내 맘에 맞는 책으로 건네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고민은 5번레인을 읽으면서도 했고 긴긴밤을 읽으면서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