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요괴
정진호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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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도력을 닦은 여우는 간을 1,000개 먹으면 무슨 소원이든 이루게 된다나. 그렇지. 무슨 소원이든 이루는 정도는 되야 간을 1,000개나 찾아먹지. 당췌 왜 인간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간에 집착하는지 의문이었던 것이 첫 장에 해결되니 왜 이리 그림책이 점점 비싸지는 거냐며 투덜거리던 게 쑥 들어가고 단숨에 읽게 되었다.

책을 덮은 순간, 역시 사랑이지 라는 말을 읇조리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아들은 읽어보라는 말을 들은 체도 않고 방에 들어가 버린다.

여우 요괴의 광고 문구가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사랑!‘ 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역시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왠지 뿌듯해 지기도 했다.

다짜고짜 큰 간을 먹어보겠다며 피비린내 풍기며 김생원을 찾아간 여우 요괴는 더 키워서 먹게 해주겠다는 김생원을 쭐래쭐래 따라다니며 김생원이 주는 꽃 한 송이에 홀랑 넘어가 버린다. 그렇게 둘이 살아가며 유한한 생이 끝났을 때, 기어코 인간이 되기를 바라겠구나라는 나의 생각은 맞아 떨어졌지만, 머리로 생각한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 사랑을 이렇게 온전히 표현할 수도 있구나.

책 앞에 적혀 있는 작가의 이야기."무섭고, 아름답고, 애절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피와 꽃 사이, 죽음과 사랑 가운데에 숨은 여우 요괴를 만나보세요." 작가는 목표를 이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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