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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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부터 의미심장하다. 90년대 천재작가의 화려한 탄생, 새로운 소설의 시작. 사회규범에 억눌려 왜곡된 욕망에 사로잡힌 평범한 대학생 요스케의 내적갈등이 긴장감 넘치게 펼쳐지는 소설로,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차마 꺼내 보일수 없는 자기 내면의 '진짜' 목소리를 몰래 들춰보는 불쾌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당췌 불쾌한 재미란건 어떤건지 경험해 보자.
휘리릭 엄지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며 훑는다. 그 흔한 목차도 없이 시작되는 줄글이 사방 여백 가운데로 나란하다.

'눈이 마주치고, 그가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사사키가 고문을 맞고 있는 럭비팀 주장 출신의 평범한 대학생 요스케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정치를 꿈꾸는 옛 연인 마이코와 친구 공연에서 만난 히자 동아리 후배 아카리와 연예중이다.
규범적이고 여자에게 친절하며 매너있는 요스케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언제나 어긋나는 행동을 배제하며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받자마자 읽기 사작해서 한번에 읽힌다. 나는 책을 곱씹고 메모하며 감정을 추스리며 읽는 습관이 있다. 그치만 파국만은 예외다.

'고기는 역시 맛있고, 입에 넣으면 기분이 좋다. 껌처럼 간단하게 항상 고기를 씹을 수 있다면 매일이 좀 더 행복해지리라.' 절반정도 페이지가 넘어간 이 단락에서 갑자기 소름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하게 섬뜩하다. 무서운 장면이나 어떠한 공포도 없이 이런감정를 이끌어 내는 무언가를 찾기위해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얼마남지 않은 페이지에서도 책 제목이 왜 하필 파국인건지 궁금하다. 아스케가 파국으로 치닫는가? 아카리인가?

옮긴이 후기를 통해 작품이해를 한다. 궁금증이 해결되고 생각하지 않는 상태의 좀비를 새로운 시대의 인간군상이 아닐까 한다. 정말이지 쉽게 읽히지만 생각 많아지는 소설이다.
호불호가 갈릴것이다. 독자 평점이 5점 혹은 1점이다. 심사위원간 격렬한 찬반 논쟁. 일상에 스며든 기묘한 불안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따라온다. 틀린말이 아님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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