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과편지
무코다 구니코 지음, 곽미경 옮김 / 강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피로가 밀려와 더이상 앉아있을 수 없을 때면 

침대로 간다.  

눈이 스르르 감길 때까지 책장을 넘기는 습관 때문에 

다시 침대옆의 스탠드를 밝힌다. 

요 며칠 잠들기 전 <아버지의 사과편지>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인터넷 서점에 좀처럼 리뷰를 올리지 않는 나이지만 

어째 이 책에 리뷰가 하나도 없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안타까운 마음에 간단한 평을 올리기로 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그것도 에세이적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2차  세계대전을 지나온 어린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대학시절, 그리고 월급이 밀려 곤궁했던 출판사 직원 시절을 거쳐 

방송작가로 살아온 날들까지 그녀는 기억속의 이야기들을 마술처럼 불러내  

21세기의 독자들을 20세기적 추억의 황홀로 이끌고 간다. 

그녀는 텔레비젼 드라마 집필을 중단하고 암투병을 하는 와중에 이 에세이들을 썼다고 한다. 

오른손이 마비되어 왼손으로 겨우겨우 써내려갔다는데,  

그녀의 글은 비록 몸은 굳었을지언정 정신만은 더욱 젊고 생생하게 파닥이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나는 일본 문화에 아직도 어느정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일본 작가에 대해서도 나쓰메 소세키 외에 이름을 외우고 있는 작가는 별로 없다. 

이 책을 읽고나니 무코다 구니코라는 이름이 가슴 깊이 새겨졌다. 

읽는 내내 도대체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작가는 누굴까 하고 자꾸만 표지의 작가사진과 이력을 들여다보게 됐기 때문이다. 

번역을 잘해준 곽미경 님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본문은 물론이고 작가 후기와 번역자의 글까지 어느 귀퉁이 하나 버릴 데가 없는 

보석같은 책이다. 

오진경 디자이너의 심심한 듯한 디자인도 글속에 담긴 풍성한 상상의 세계를 위해 배려한 여백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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