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오른손에서 서글픈 냄새가 나, 냄새 맡으면 우는 소리가 나
개미라면 더듬이를 맞대고, 개라면 서로 냄새를 맡고, 새라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서로를 확인하고 판정할 것이다. 인간은 애초에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키스를 했어도 잠자리를 함께 했어도 알 수 없는 부분은 남는다. 말을 써서 생각하고 말을 써서 뜻을 전하게 되면서, 다시 말해 인간이 인간이라는 유별난 생물이 된 이래로, 전달될 게 전달되지 않게 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까.
내 목소리는 명백히 힘을 잃고 파울플라이 같은 포물선을 그리며 어딘가에 떨어졌다.
어떤 작정이 없다면 사람은 / 금방 슬퍼지고 만다 / 고적 덥네 더워 여름이네 여름 / 하면서 그렇게 부끄러운 일만 / 잔뜩 떠올리면서
당신의 고백을 나는 기다리네/허공이 쏟아지기를 기다리는 절벽처럼/꽃을 기다리는 화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