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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탄생 - 알파고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훔쳤는가?
레이 커즈와일 지음, 윤영삼 옮김, 조성배 감수 / 크레센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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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파고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훔쳤을까, <마음의 탄생>

 지난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벌어진 이후로,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공지능의 출현과 발전 방향성에 대해 저마다 나름의 예측을 하며,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에 끼칠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개개인의 분석 모두 의미가 있겠지만 더욱 정확한 예측을 하고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석학의 '제대로 된 분석'이 뒷받침되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에 출간된 <마음의 탄생>은 그 두께에도 불과하고 공들여 읽어볼 만한 책이다.

 

<마음의 탄생> 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현 구글 머신러닝과 자연어이해 구현 책임자로서, 음성인식기술회사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와 디지털피아노 브랜드 커즈와일뮤직시스템의 창업자이며, NASA가 후원하는 융합벤처교육기관 싱귤래리티대학의 설립자이다. 20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각종 매체에 의해 혁신적인 인물로 선정되는 등, 최고의 기업가이자 과학자, 그리고 미래학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공 지능이 인간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를 위협하느냐'라는 두 가지 질문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답을 내놓는 방식으로 논증을 진행한다. 과연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류를 위협하게 될까?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그렇다와 아니다 모두이다. 인공지능은 단지 조금 더 편리한 기계를 발명하는 수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물학적 작동 원리를 디지털 공간에 구현한다면 그 기계는 인간의 의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인공 지능을 어디까지 개발해야 하며, 우리 삶의 어느 부분까지 도움을 받아야할 까?

 

 저자의 풍부한 자료 조사와 논증 외에도 <마음의 탄생>은 여러 장점이 있는 책이다. 풍부한 각종 시각 자료,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정보, 지식의 진화, 미래 예측 방식 등 어렵게만 느껴졌던 신경과학 분야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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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란 무엇인가 - 하버드대 최고의 심리학 명강의
브라이언 리틀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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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Myself, and Us

내게 주어진 내 모습 그대로 잘 살기 성격이란 무엇인가 by. 브라이언 리틀





































성격이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MBTI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 애니어그램 등과 같은 성격유형 검사를 통해 개인 성향을 분류화하는 작업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었다그러나 여러 사람과의 관계망 속에서 다양한 사건에 얽매이다 보니사람에게는 주어진 본성이 있으며, 그 본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근래 성격이론과 본질적 성향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성격-동기심리학자인 브라이언 리틀의 <성격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저자 브라이언 리틀은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 심리학과 교수이자, ‘성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활발하게 펼치며 활동하는 세계적인 학자이다


 ‘내 성격 그대로 잘사는 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기 전에저자는 개인 구성개념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였다개인 구성개념이란어떤 사람의 겉모습이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구성한 정보를 일컫는다사람마다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방식이 있고이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하면 타인을 비롯해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을 알아낼 수 있다이 개인 구성개념은 고립되기 보다는 여러 속성으로 ‘체계를 이루며우리가 사건을 해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방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해봤을 것이다나 또한 마찬가지인데고등학교 때부터 십 년이 넘도록 같은 유형의 결과가 나왔다그러나 저자는 이 검사을 신뢰성이 낮고매번 네 글자 유형이 달라지기 쉬운 검사라고 말했다나는 어째서 같은 유형이 계속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저자는 신뢰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MBTI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했다그 이유들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검사자들이 검사를 마치고 나면 거의 동일한 ‘마법적 변화를 겪는다는 사실이다막상 검사 중에는 “상황에 따라 다른 거지.”라고 중얼거리다가결과가 집계가 되면 자신을 그 성격 범위 안에 집어넣고는나랑 정말 똑같잖아!”라고 외치곤 하는 것이다따라서 저자는 신뢰도가 낮고 검사자가 자신을 성격 유형에 끼워 맞추는 MBTI 검사 대신에 성격의 5대 요소 모델을 알려주었다이는 성격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성격의 5대 요소는 성실성친화성정서적 안전성경험 개방성외향성으로서나의 경우 기존에 내가 인식한 내 성향과 겹치는 부분도 있었지만예상에 어긋난 결과도 나오기도 했다이 요소들은 서로 대조적인 다른 유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하나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단지 주로 분포되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리고 이 5대 특성들 모두 삶의 질에 기여한다각각의 특성이 삶의 질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 글에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무엇보다도 성격과 삶의 질의 연관 관계를 파악할 때는 개인의 성격을 비롯그 사람이 활동하는 사회의 생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한 가지 특성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격의 5대 요소 중저자의 외향성-내향성 요소에 대한 분석이 내게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외향성-내향성 특성은 삶의 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최근 이와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저자는 그 이유를 나도 역시 읽었던 수전 케인의 책, <콰이어트>의 영향일 것이라 말한다수전 케인은 그 책에서 미국이 가진 ‘외향성 이상’ 때문에내향적 행동에 대해 조직적인 편견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녀 언급한 사회는 미국이지만그녀의 주장은 미국 독자뿐 아니라 한국 독자들 사이에서도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고, <콰이어트>라는 책은 곧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향성과 내향성


 외향성은 다른 요소들처럼 유전 가능성이 높은 편이며내향적인 사람은 일상에서 자극적인 상황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본다면 반사회적 인물로 오해할지도 모른다그에 반해 외향적인 사람은 일부러 자극적인 상황을 찾고활발한 상황에서 자기 능력이 더 빛난다고 생각한다내향적인 사람은 데시벨이 높은 음량을 잘 참지 못하는데사실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고통에 대한 민감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흥미롭게도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인 사람들은 신경 흥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음료를 마셔서 흥분 정도를 최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외향적인 사람은 술을 두어 잔 마시면 흥분이 가라앉고내향적인 사람은 반대로 수다스러워 질 수도 있다외향적인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 업무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반면,내향적인 사람은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업무의 양이 많거나 시간에 쫓길 때라면 더욱 그렇다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은 외향성-내향성 척도에서 중간 수준의 점수를 얻는다그런 양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적정한 흥분 정도를 유지하고 싶다면위스키를 섞은 아이리시 커피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외향성은 지적 성취에도 영향을 미친다내향적인 사람은 학교 성적이 좋다가 대학을 졸업할 때면 학점이 최고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그 이유는 학습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외향적인 사람은 자극적인 환경에서 학습 효과가 좋은데보통의 학교는 그런 환경을 제공하기 쉽지 않다따라서 외향적인 아이의 경우유치원 때가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성적의 전성기다부모는 유치원 시절의 성적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겠지만 말이다외향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보다 단기 기억력이 더 좋고장기 기억력의 경우 내향적인 사람이 더 좋다일을 할 때도 외향적인 사람은 양을 선택하고내향적인 사람은 질을 선택한다이러한 인지적인 차이 덕분에 서로 다른 이들이 한집에 있으면 언짢은 감정이 오래 이어질 수 있고공동 작업을 하면 갈등이 발생한다그러나 중요한 점은 외향성-내향성 요소 또한 다섯가지 성격 요소 중 하나 일뿐이므로,수전 케인이 했듯이 성격을 둘러싼 정책을 이야기할 때는 외향성뿐 아니라 다른 특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앞서 소개한 성격의 5대 요소 테스트에서 나온 점수에 따라 삶의 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성격 특성은 유전적 요소가 바탕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비교적 고정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것이 타고난 특성 탓에 삶을 개척하는 자유의 폭이 제한되고변화하려는 시도도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사람들은 저마다 상황에 따라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다.

 

나답지 않은 행동하기


 우리는 심리학자들이 ‘반기질적행동이라 일컫는나답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물론 우리의 행동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특성이 다른 사람보다 “” 드러나는지 아니면 “드러나는 지에 관한 순위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낯설고 피곤할지라도 내향적인 사람이 파티에 가서 버티는 이유는 우리의 행동이 생물 발생적 동기즉 유전에 따라 행동 할뿐 아니라사회에서 발생하는 동기와 개인의 목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그리고 사회적이거나 개인적인 동기에 의한 행동이라고 해서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러한 행동을 장기간 동안 하게 되면치러야 할 정신적육체적 대가도 존재한다개인의 생물 발생적 특성과 환경 특성이 맞아떨어질 때 삶의 질이 가장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환경이 자신의 기질과 맞지 않거나 기반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면다행히 우리는 전략적으로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타고난 나로 돌아갈 수 있는 ‘틈새’ 공간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나의 성향을 위한 변호


 이렇듯 우리가 타고난 성격은 우리가 속한 환경과 건강창조성성공그리고 개인 목표에 영향을 미치고 또 이것은 삶의 질로 이어진다성격이 삶의 어떤 부분에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저자의 구체적인 설명을 따라가면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더 잘 파악했을 뿐아니라내 의도와 상관없이 과거에 가족,직장애인에게 받았던 상처들이 술술 떠오르기도 했다여느 심리 전문가가 그렇듯이저자 역시 우리가 성향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상처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독자들의 마음을 그들에게 맞는 방식대로 어루만졌다그의 설명 중 내 개인적인 상황과 “너무나도” 일치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LSM 이라서 ...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는 SM(self-monitoring)검사라고 하는데이 점수가 높을 수록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내 행동이 내가 속한 환경의 규범을 반영하는 데 관심있 는 사람이다간단한 검사가 책에 나와있지만그것보다 더 간단한 검사가 있다누군가 당신을 마주 보고 서있다고 생각하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에 Q자를 써보는 것이다. Q의 꼬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와있는지에 따라 자신의 성향을 추측할 수 있다. (결과는 책에 나와있으니 궁금한 사람들은 확인해보면 좋을 것이다.) SM 시험의 점수가 높은 사람(HSM) 은 주로 상황에 영향을 받고낮은 사람(LSM)은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는 편이다


 “HSM ‘사회적으로 적절하다고 표현할 행동을 LSM “가짜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p. 120

 “LSM은 애인인 HSM에게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태도나 취향믿음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바꾸느냐며 실망을 표시할 수 있다....(중략하지만 HSM도 나름대로 불만이 있다왜 내 애인은 상황을 보면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고 가족의 3분의 2를 멀리할까다른 사람들이 눈치로 말했듯이그는 정말로 자기 밖에 모르는 무신경한 또라이일까? – p. 121


 이 예시를 통해 나는 확신했다나는 LSM인 사람나의 친언니는 HSM인 사람이다우리가 성장하면서 그토록 자주 싸운 이유도 언니와 나의 성향이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나는 속으로 언니가 위선적이라고 비난했고언니는 나에게 “대놓고” 또라이라고 놀려대곤 했다


 또한 회사에서 작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HSM은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고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사람에게 흘러가지 못하게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그들은 갈등이 생겼을 때도 타협과 협력으로 해결하려 한다반면 LSM은 대화의 방향을 바꾸어 자신을 향한 시선을 돌려놓지 못하기 때문에실패의 질책을 고스란히 떠맡는다많은 LSM들은 그런 행동을 정직하다고 여기지만그런 가식없는 태도가 조직에서의 대인관계에 늘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직장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도 그들은 그들 생각에 옳은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다따라서, HSM LSM보다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


2) 페이스북에 그런 것 좀 안 올리면 안 돼?


 환경과 성격의 궁합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저자는 물리적인 공간이나 환경뿐 아니라사이베리아(Cyberia), 즉 가상 소통 공간의 특성과 성격에 따른 사용 경향에 간단히 분석해 놓았다사람들은 페이스북을 이용해 소통하더라도 전체 공개보다는 일부 또는 어느 한 사람과 공유하는 기능을 선호했고외향적인 사람이 일반적으로 페이스북을 더 즐겨 사용한다페이스북에는 너무 사소하거나 사적인 내용은 잘 올리지 않는 반면트위터에서는 굉장히 일상적인 일들을 자주 올린다성별에 의한 차이도 뚜렷했다스트레스를 받을 때일반적으로 여성은 페이스북에 스스럼없이 공개하는 한편 남자는 그렇지 않는다이것은 페이스북이 나오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그런 일을 공개할 때 남성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 같아 오히려 스트레스가 심해지는데여자는 사람들에게 격려받을 수 있기에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알고나니내 과거의 행동들과 그것 때문에 들어야 했던 핀잔들이 떠올랐다지난 날 발생했던 갈등이 어느 한 사람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그저 성별에 따른 본질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자,비로소 죄의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3) 틈새 경쟁 싸움

(…은 중략) “혹시 형제끼리 성격이 왜 이렇게 다른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같은 엄마한테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서로 다르지 않을까 의심한 적이 있지는 않은가?...첫째 아이는 틈새를 선점하는 반면 막내는 자기만의 틈새를 보이는데규칙을 지키고 부모의 가치를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나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궁지에 몰린다…. 손위 형제가 먼저 점령한 틈새를 놓고 직접 경쟁하기가 어렵다 보니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데그것은 바로 자기만의 틈새를 만드는 것이다그러면서 성실하고 주의 깊고 틀에 박힌 아이가 되기보다는 모험을 추구하고 규범에 저항하며 반항적 기질을 품은 아이가 된다.

그런데 나중에 태어난 아이의 생물 발생적 영향이 주의 깊고 신중하고 고분고분하다면?…그 결과 나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성격을 벗어나 행동한 대가를 줄이기 위해 회복 틈새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손위 형제보다 더 커진다동생의 비밀 장소를 차지하여 할 때 동생이 왜 그렇게 격렬히 저항하는지동생에게 혹시 집안의 진짜 반항아가 아니냐고 물을 때 동생이 왜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는지 이제 그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이다.” – p. 305 - 306


 ‘집 안에 어느 구석이든 울 곳이 필요하다고 했던가이 내용을 읽자마자 나는 당장 언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이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내가 중학생 때부터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좁은 집으로 이사간 탓에 가족 서열에 따라 내 방은 사라졌다그때부터 나는 집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주로 밖으로 나다녔다그 특성은 아직도 남아있어서이제는 내 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혼자 모든 일들을 처리하기 좋아한다그러나 나의 이런 성격적 특성을 온전히 이해할만한 지식이 가족들에게는 없었다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곳을 찾아 다니고가족의 전체적인 의견이나 논리와 늘 다른 나를 보고가족들은 이상한 해’, ‘또라이와 같은 애칭으로 불렀다그런 말을 듣는 것이 치가 떨리도록 싫었지만나는 정말 내가 과하게 반항적이거나 성격이 모가 나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자랐다그러나 이는 막내라면정도는 각자 다르겠지만 응당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성격 특징일 뿐이었다이것을 깨닫고 나자 가족에게 받았던 상처가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나와 화해하기 


이처럼 우리 모두는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마음을 꿰뚫는 저자의 설명이 위로가 되긴 하지만언제까지고 내게 상처 준 사람들만을 탓할 수 없다사실 내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들은 내게 가장 큰 사랑을 주기도 했다우리에게 주어진 생물학적 본성을 파악하여질 높은 삶을 살도록 가장 잘 격려할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그러므로 이제는 각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


 “친구가 죽고 추도사를 부탁 받았는데 추도사를 읽다보니 눈물이 흐른다슬퍼서만은 아니다죽음을 애도하는 글에서 자꾸 자신이 보이기 때문이다.” P. 308


"나와 나 자신 사이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유익할지언정 힘들어질 수 있다나와 나 자신은 어떤 식으로든 화해가 필요하다.” P. 309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에게 받았던 오해와 상처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그리고 잠시상대에게 ‘미안했다라는 사과를 받고 싶기도 했다그러나 내게 사과하고 상처와 화해할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


인생을 사는 동안 졸업결혼이혼실업퇴직 등과 같은 굵직한 사건을 겪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성격과 지나온 삶을 성찰하기 마련이다그러다 보면 지난 시절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고 나와 자아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그러나 과거는 그것이 어떠한 모습이었던지 간에잊어버리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덮어주고 안아주어야 할 대상이다내가 내 자신과 화해하지 못했는데누가 나를 이해해 줄 것이며 또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나의 지난 날은 어떤 방식이든 지금의 내가 되도록 일조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엮은 추억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마지막 문단을 반복해서 읽으며찡해지는 코 끝을 부여잡고 이 모험의 시기를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 춤에 두 번째로 초대되는 사람들은 (첫 번째 사람은 내 역할의 자아그동안 우리에게 중요했던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우리에게 미래를 심어주고우리 모험을 응원하고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건배하자당신을 위하여누가 뭐라 해도 당신 자신을 위하여그리고 ‘우리당신의 인생 여정을 함께할 우리를 위하여당신의 성격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당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당신의 농담에 웃고가장 절실한 순간에 당신을 꼭 붙잡아주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 p. 311

"나와 나 자신 사이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유익할지언정 힘들어질 수 있다. 나와 나 자신은 어떤 식으로든 화해가 필요하다." P.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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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in KYOTO+ 나우 인 교토+ - munge의 컬러링 프로젝트 NOW in 시리즈 3
munge(박상희) 지음 / 김영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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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며 떠나는 여행_나우 인 교토 Now In Kyoto

 

 다른 것은 몰라도 어릴 적 부터 그림에는 소질이 없었다. 색에 대한 감각도 꽝이었고, 난 어차피 해도 안되는 분야에는 애초에 손을 대지 않는 편이다. 컬러링북이나 드로잉북이 한창 화제가 되었을 때 건드리지 않은 이유는 바로 해봤자 예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우 인 교토>를 보았을 때는 2011년 겨울, 오사카 대학으로 세미나를 갔던 기억이 떠올랐고 (세미나라고 쓰고 먹방여행 이라고 읽는다) 다시 한번 간절히 오사카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오사카 대학에서 이 주간 열렸던 세미나와 토론이었고, 나는 과 친구들 몇 명과 함께 그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드넓은 오사카 대학 캠퍼스를 거녔던 기억도, 오사카 대학/대학원생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도, 아침이면 거리를 가득 메우던 자전거 출근족들도 모두 그립지만, 가장 다시 경험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오사카 "음식"이었다. 그리하여 <나우 인 교토>를 펼치자마자 나는 음식 그림이 있는 페이지를 찾아보았고, 다시 한번 먹고 싶은 마음에 입이 침이 고일 정도로 열심히 색칠했다.


 

 


 사실 먹방 그림만 꾸몄던 이유는 오사카 음식이 그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풍경 그림을 예쁘게 색칠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토의 봄이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덕에 셔터만 누르면 화보가 된다는 그 풍경이라 더욱 망설였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교토의 봄을 완성하고 계시던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컬러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더니, 우리 엄마는 이 그림을 채우는 동안 정말 편안하고 즐거워보였다. 이 책 뿐만 아니라 시리즈북은 <나우 인 스페인>, <나우 인 파리> 도 사드릴까보다. 

 이 음식 그림들을 완성하며 얼마나 행복했던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는 음식 하나 때문에 진심으로 일본에 가서 살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을 정도로 일본 음식과 나는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매일 매일 이런 음식들을 먹고 산다면, 나도 일본 영화에서 자주 보던 주인공들처럼 밥상 앞에서 이미 행복을 느낄지도 모른다.

 


 와가시 채색 후.. 인데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사진을 열심히 찾아보다가 맞는 모양을 찾기 힘들어 그냥 알록달록 색칠해버렸다. 사진에서 색이 너무 채도가 높게 나온 듯 하다.

 

 귀여운 페코짱 ... 은근히 힘들었다. 이거 칠하고 나니 빨간 색연필이 엄청 닳아 있었다. 아이폰 6 카메라가 지나치게 좋아서 채도가 다 높게 나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녹차 아이스크리-무

 

 오니기리! 오사카는 편의점 음식마저 환상적이었다. 언젠가 하루는 친구들끼리 숙소로 묶었던 호텔 근처에 있던 편의점에서 음식과 캔맥주를 다 털어서 새벽 4시까지 먹고 마시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다다음날도.....


 초밥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음식인데 가장 먼저 완성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먹고 싶다.

 

 은근히 타코야키가 가장 그리기 까다로웠다. 가지고 있던 색연필의 색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코야키도, 소스도, 생선포(?)도 그리고 이쑤시개 마저도! 갈색톤이어서 어떻게 칠해야 할지 굉장히 난감했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색으로 명암을 주려고 노력해봤으나, 실패였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먹방 그림에 타코야키를 빠뜨릴 수 없었다.

 

 오사카의 타코야키하면 그림에 나온 저 가게가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당시 예상치 못하게 훨씬 맛있는 집을 발견하였다. 내가 묶었던 호텔 근처 동네였는데, 밤에 친구와 함께 동내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동네 포장마차였다. 거기서 먹던 타코야키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나던 쫄깃한 타코야키.. 오사카 여행을 다시 가면 그 가게에 꼭 다시 들리고 싶다. 제발 아직도 장사를 하고 계시길 바란다.

 


 몇 년전 밤에 보았던 빛나던 도톤보리 거리를 떠올려보았다. 그때는 겨울이어서 싸라기눈이 흩날리고 있었는데, 추운 줄도 모르고 거리를 샅샅히 뒤졌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쩌면 '학생'이라는 신분은 인생에서 가장 흥분되고 빛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단지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낯선 곳에 가서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할 기회가 주어졌니 말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새로운 세상을 알고자 뻔질나게 인천공항을 다녔던 나의 선택은 지금 돌이켜봐도 잘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때 쌓은 추억의 힘으로 현재를 버티고 있다. 그러나 그 추억의 힘이 시들해져가는 요즘, 이제는 더이상 공부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분이 아니니 떠나고 싶다면 순전히 나의 자본만으로 떠나야한다. 게다가 배움의 기회도 예전처럼 많지 않을 것이니 덜 흥분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컬러링북으로 교토와 오사카를 만나고 나니, 다시 한번 온전히 그곳을 느끼고 싶어졌다. 곧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것만 같다.

 


안녕 교토, 오사카, 고베, 나라! 다시 만나서 반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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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 유럽 근대의 뿌리가 된 공자와 동양사상
황태연.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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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경쟁을 넘어설 때,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유럽 근대의 뿌리가 된 공자와 동양사상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몇 해 전 화제가 되었던 책의 제목이다.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우리  사회에 깊이 박혀있는 낡은 유교주의 관습을 철폐해야  세대갈등이 줄어들고 사회가 발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공자철학은 물론이거니와 동양철학 전반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철학 공부를 좋아하긴 했지만, 유교사상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에 갇혀 더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치철학자 황태연 교수와 김종록 작가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하여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에서 서양 근대 문명의 근원을 밝히고 공자철학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려주었다. 

 

 유럽 계몽주의를 신봉했던 사람들은 공자가 18세기 유럽 사상의 바탕이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러나 많은 실증 자료들이 위와 같은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동아시아 열풍은 14세기 르네상스의 토대가 되었고, 공자 열풍은 18세기 계몽주의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으며, 동양 선비문화는 로코코문화를 꽃 피우게 했다. 심지어 자유주의 경제학의 바탕이 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사마천의 '자연지협'에서 상당 부분 차용한 것이다. 

 

 당시 유럽의 선교사들은 중국에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중국 문화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공자의 매력에 빠진 그들은 본분을 잊어버리고 도리어 중국의 문화와 사상을 유럽 사회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철학자 크리스티안 볼프는 공자철학 전파의 첫 발걸음을 뗀 유럽의 지식인이었다. 대학 총작 이임식에서 그는 공자의 무신론적 도덕철학을 칭송하다가 자신의 나라에서 추방당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미 그와 공자철학에 매료된 대중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그를 지지했다. 마침내 조국으로 다시 돌아온 볼프는 제자들과 함께 독일 최초의 학파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그 학파는 19세기 칸트주의가 흥기하기 전까지 독일 사상계를 주름잡았다. 종교전쟁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와 종교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잡혔던 유럽인들은 신의 계시 없이 인간의 이성만으로도 완전한 철학이 가능하다는 공자철학에 깊이 빠졌던 것이다. 이후 공자철학은 서구의 계몽주의의 밑바탕이 되었다.

 

 우리는 보통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인본주의 철학이 세상을바꾸었다고생각한다. 하지만,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현재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서유럽 국가  대부분이 과거 공자가 주장했던 정치, 경제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들이 발전할 수 있었던 사상적, 문화적, 경제적 뿌리는 모두 중국 특히, 공자의 사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많은 지성인들은 공맹철학이 계몽주의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신뢰하지 못하며, 그에 관한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다. 공자사상과 동아시아 문화의 영향을 받은 서구 사회는 오히려 동양사상을 새롭게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반면, 그 발상의 진원지인 곳에서는 아직 미미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컬 하다. 

 

경쟁을 넘어, 지속가능한 문명의 길로 가는 방법

 

 동아시아의 전통적 가치와 문화는 서구인들보다 오히려 아시아인에 의해 평가 절하됀 측면이 많다. 당시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성조 시대 이래 생활 수준이 꾸준히 높아지기 시작했고 영정조 시대에는  정점에 달했다. 출판, 인쇄, 교육 수준 또한 높아서 대중의 문화복지를 고양시켰고 수준 높은 기술을 외부로 전파하기도했다. 

 이와 같이 18세기 유럽에서 공자철학과 동아시아 문화는 상당히 추앙과 찬사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에는 왜 뒤쳐지게 되었을까? 저자는 모든 문명의 낙후성의 원인을 자문화에 대한 자만과 폐쇄성으로 인한 문명 패치워크의 실패로 돌린다. 18세기 중국 그리고 한국은 자국의 번영과 풍요에 지나치게 만족한 나머지 외부 세계에 관심이 없었고, 서양을 '서양 오랑캐'로 취급할 정도로 자만했다. 이러한 문화적 자만과 폐쇄성이 19세기 이후부터 동아시아를 서구 사회에 뒤떨어지게 만들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융성했던 모든 문명은 패치워크, 즉 짜집기 문명이었다. 문명은 융합하거나 충돌하는 것으로 생각해왔지만, 문묭은 융합될 화학 물질도, 충돌할 권력도 안다. 문명은 생활양식이자 문화와 사람의 정체성이다. 이제 다시 세계사의 중심이 동양 문화권으로 넘어오고 있으므로, 문명은 유압 없이 결합되고 갈등없이 짜집기 된다. 이제 더 이상 아시아적 가치를 폄하하거나 서구 콤플렉스를 가질 필요가 없다. 이제 동아시아 문화권에 깊게 침투한 서구 경험론을 공자철학으로 보완하며 지속가능한 새로운 문명의 길을 열어야 한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문명 패치워크'와 '문명 전쟁' 사이에서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를 읽으면 서구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동아시아 사람들이 자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을 읽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저자의 문화에 대한 시각이 일치하지 않은 탓이었을까. 아쉽게도 이 책에서 논리의 모순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정으로 동양의 서양이라는 경계선을 넘어 문화가 자유롭게 패치워크되어 발전하길 바란다면, ‘문화 전쟁’, ‘문화 경쟁’과 같은 기본인식부터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패치워크 문명론'을 주장하면서도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의 경쟁이라는 개념을 끝내 넘어서지는 못하였다. 사실 에필로그에서부터 마치 독자들을 서구 사상의 망령에서 벗어나게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끌어당기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에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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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낱낱이 밝히듯이 서양철학과 서구 사회는 그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인류의 소망스런 미래는 동아시아 지성들의 몫이다.  -p. 11 

 

복합적 콤플렉스에 빠진 라이프니츠의 오만한 유럽주의와 합리주의적 기독교적 편견 속에서는 성선설을 확신하는 중국인들에게 기독교의 원죄설을 전파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인식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중국인의 우월한 도덕성의 원리도 끝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 p. 89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급부상하는 동아시아가 장차 서양을 다시 앞지를 것이라는 각종 예측은 당연해보인다. 인류에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p. 290

 

동양사상은 계몽주의 시대 서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문화와 예술로도 선풍을 일으킨 터였다.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진 이 마당에 더 이상의 서구에 대한 동경이나 열패감은 있을 수 없다. -p.268 


 

 ‘문명의 대역전’, ‘오만’, ‘열패감’, ‘앞지름’, ‘경쟁’ 등 저자가 선택한 단어들을 보면, 상당히 자극적이어서 자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는 명확하지만 정말로 ‘문명 패치워크’를 추구하는 것이 맞나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게다가 기독교와 공맹철학의 비교한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 기독교에 대해 잘못 해석한 부분이 눈에 띄었고 저자의 시각이 그러하다면 그에 대한 이유가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했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어조로 '서구 콤플렉스를 말끔히 씻어내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인식을 아예 하지 않는다. 동아시아가 서양을 앞지를 것이라는 예측이 어떻게 인류에게 다행스러운 일로 이어지는가? 무엇보다도 서양철학의 '분명한 한계'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동양철학에는 한계가 없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책 끝까지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원조이니 우리가 더 낫다.'라는 논리는 맛집에나 어울리는 문구 아니던가.

 

 저자가 지적한 대로,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문화가 여러 타문화권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풍성해지길 원한다면 일단 ‘문화 경쟁’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공자 , 잠든 유럽을 깨우다>는 기존의 편견을 깨뜨리고 깨달음을 주는 책이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문화를 경쟁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즉, 저자의 주장과 근거가 서로 충돌하면서 결론적으로 설득력을 조금 잃어버린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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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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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람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 <아이언맨>을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의 첫 공식 전기인 <일론 커스크, 미래의 설계자>를 읽기 전까지 그가 아이언맨 속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인 줄 전혀 몰랐다. 나중에야 그의 삶이 아이언맨 캐릭터의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놀랐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이 사람의 삶은 지나치게 영화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그에게 영감을 받아 인물을 창조했을 만큼, 그는 굴곡이 있는 흥미로운 삶을 살았으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CEO를 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등을 떠올리겠지만, 그들이 실생활에 가까운 제품을 선보인 것에 반해 일론 머스크가 제시한 세상은 지구의 일상을 뛰어넘었다. 그는 미래를 이끌어갈 혁신적인 CEO인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보다는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모험가이다. 많은 이들이 페이팔, 테슬라 모터스, 스페이스 엑스가 이룬 혁명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기업들이 현대인들의 일상에 끼친 영향력은 모를 수가 없다. 그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혁명의 시초가 되었으며, 놀랍게도 일론 머스크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다. 일론 머스크는 창의적인 기업가나 위대한 발명가 중 하나가 되는 대신에, 기업가이자 발명가로, 기존의 역사적인 인물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이 되었다.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이 사업가를 꿈틀거리게 만드는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가 꿈꾸고 계획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질문을 마음속에 품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수많은 자극들로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을 것이다. 사업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를 만나고 실행하고 싶거나 또 다른 미래를 그리는 중이라면 일독을 추천한다.


 전기문의 특징에 따라, 이 책 역시 일론 머스크의 지독하고도 동시에 진취적인 면을 뽑아 드라마틱에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객관적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들인 저자의 노력 또한 곧곧에 배어있다. 저자 애슐리 반스는 일론 머스크의 입에서 나온 말뿐만 아니라 두 명의 이혼한 전 부인들, 친구들, 가족, 직원, 심지어 해고당한 전 직원까지 인터뷰하여 그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하였다. 일론 머스크 입장에서는 딱히 밝히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한 인물을 추앙하지 않기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신뢰가 간다.


 

 전자 금융 시스템을 설립한 페이팔, 전기 자동차를 만들어 낸 테슬라 모터스,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스페이스 엑스, 태양에너지를 대중화 시킨 솔라시티 등 일론 머스크가 추진해 온 사업의 목록만 봐도, 평범한 사람의 환경이나 성품으로는 이룰 수 없어 보인다. 그가 이러한 일들을 처음 계획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터무니없고 무리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자금난에 처할지라도 자신의 목표를 꺾은 적이 없었다.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직원을 채찍질하며 그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능력을 발휘하도록 이끌었고, 그로 인해 매번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도무지 한계가 없어 보이는 일론 머스크의 최종 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재 인류에게 부족한 것을 살피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멸망하게 될 경우 화성으로 이주시켜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실제로 그는 나이가 들어 화성에 가게 되면, 지구로 돌아오지 않고 그 곳에서 죽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성으로 가겠다는 계획을 글로만 읽었을 때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일론의 비전은 매우 명쾌합니다. 그 비전을 들은 직원은 최면에 걸리고 말아요. 일론의 말을 듣고 있자면 직원들의 눈동자는 화성에 갈 수 있다는 열망으로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인간미도 부족하고, 주말과 밤낮 구분 없이 충성을 요구하고,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배려 없이 해고하는가하면, 그렇다고 엄청난 인센티브를 주지도 않는 CEO를 따르는 이유가 혹시 신앙과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그의 목표와 요구를 글로 읽기만 해도 마음이 답답해지는데, 직원들을 한 곳으로 뭉치는 점을 보면 리더로서 일론 머스크가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처럼 남다르고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은 그의 약점마저도 남다른 곳이 있는 것 같다. 일론 머스크를 아는 몇 명의 고위 정부 관리는 “그의 최대 적은 자신인 동시에 자신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고 털어놓았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서투른 약점 때문에 일어난 에피소드는 자주 등장했는데, 그 중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2002년 이베이와 페이팔의 거래가 성사되어 성취감을 느꼈을 무렵, 그와 첫 번째 부인 저스틴 사이에서 놓은 아들이 생후 10주 만에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엄마였던 그녀는 슬픔이 외부로 표출될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럴 경우 머스크는 그의 아내가 ‘감정을 꾸며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아내에게 그 일에 관해 다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따라서 저스틴 또한 감정을 숨겼고, 후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세쌍둥이를 출산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경악할 정도로 놀랬지만, 저스틴은 ‘머스크가 보였던 반응은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에 습득한 방어기제’였다고 밝혔다. 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진 않지만 일론 머스크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성장과정동안 따뜻한 영향을 받으며 자라지 못했으며, 아버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상당히 꺼렸다고 한다. 아픔을 재빨리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머스크의 삶의 방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한 직원이 자녀의 출생을 지켜보느라 회사의 행사에 참여하지 않자 머스크는 당장 그 직원에게 이메일을 썼다.

 “당신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나는 극도로 실망했습니다. 당신의 우선순위가 어디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매일 열심히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이 대목을 읽는 동시에 나또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머스크 자신은 자녀와 일주일에 4일 이상 함께 시간을 보내고 좋은 경험을 선물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히면서, 어째서 직원에게만 전적인 헌신을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감정은 이 책의 후반부인 에필로그 부분에 다다르자 많이 사그라들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강하게 꿈을 추구하는 사람이며, 굉장히 맹렬하게 그것을 향해 달려나가는 바람에 주위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는 사실 자신의 아내나 자녀들에게는 따뜻하고 괴로움도 노출한다. 또한 인간을 개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전체로 보는 성향 때문에, 인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개선하며 더 좋은 미래를 향해 헌신하는 사람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어찌됐든 그의 열정과 헌신 덕분에 인류 전체의 삶이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를 읽고 나서 '천재는 분명히 괴짜일거야.'라는 기존 통념을 바꾸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남다른 업적을 이룬 사람들을 바라볼 때, 그들이 괴짜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을거란 선입견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이를 통해 수많은 영화나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위대한 사람들이 비슷한 유형의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이후, 나는 한 가지에 몰두하느라 주변을 잊어버린 사람들 대신 다른 방식으로 성공을 써내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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