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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란 무엇인가 - 하버드대 최고의 심리학 명강의
브라이언 리틀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5년 7월
평점 :
Me, Myself, and Us
내게 주어진 내 모습 그대로 잘 살기 - 성격이란 무엇인가 by. 브라이언 리틀
성격이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MBTI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 애니어그램 등과 같은 성격유형 검사를 통해 개인 성향을 분류화하는 작업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여러 사람과의 관계망 속에서 다양한 사건에 얽매이다 보니, 사람에게는 주어진 본성이 있으며, 그 본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 성격이론과 본질적 성향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성격-동기심리학자인 브라이언 리틀의 <성격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 브라이언 리틀은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 심리학과 교수이자, ‘성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활발하게 펼치며 활동하는 세계적인 학자이다.
‘내 성격 그대로 잘사는 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기 전에, 저자는 ‘개인 구성개념’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였다. 개인 구성개념이란, 어떤 사람의 겉모습이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구성한 정보를 일컫는다. 사람마다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방식이 있고, 이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하면 타인을 비롯해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을 알아낼 수 있다. 이 개인 구성개념은 고립되기 보다는 여러 속성으로 ‘체계’를 이루며, 우리가 사건을 해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방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해봤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십 년이 넘도록 같은 유형의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 검사을 신뢰성이 낮고, 매번 네 글자 유형이 달라지기 쉬운 검사라고 말했다. 나는 어째서 같은 유형이 계속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자는 신뢰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MBTI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했다. 그 이유들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검사자들이 검사를 마치고 나면 거의 동일한 ‘마법적 변화’를 겪는다는 사실이다. 막상 검사 중에는 “상황에 따라 다른 거지.”라고 중얼거리다가, 결과가 집계가 되면 자신을 그 성격 범위 안에 집어넣고는“나랑 정말 똑같잖아!”라고 외치곤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신뢰도가 낮고 검사자가 자신을 성격 유형에 끼워 맞추는 MBTI 검사 대신에 성격의 5대 요소 모델을 알려주었다. 이는 성격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성격의 5대 요소는 성실성, 친화성, 정서적 안전성, 경험 개방성, 외향성으로서, 나의 경우 기존에 내가 인식한 내 성향과 겹치는 부분도 있었지만, 예상에 어긋난 결과도 나오기도 했다. 이 요소들은 서로 대조적인 다른 유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단지 주로 분포되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5대 특성들 모두 삶의 질에 기여한다. 각각의 특성이 삶의 질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 글에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도 성격과 삶의 질의 연관 관계를 파악할 때는 개인의 성격을 비롯, 그 사람이 활동하는 사회의 생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한 가지 특성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격의 5대 요소 중, 저자의 외향성-내향성 요소에 대한 분석이 내게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외향성-내향성 특성은 삶의 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최근 이와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저자는 그 이유를 나도 역시 읽었던 수전 케인의 책, <콰이어트>의 영향일 것이라 말한다. 수전 케인은 그 책에서 미국이 가진 ‘외향성 이상’ 때문에, 내향적 행동에 대해 조직적인 편견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 언급한 사회는 미국이지만, 그녀의 주장은 미국 독자뿐 아니라 한국 독자들 사이에서도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켰고, <콰이어트>라는 책은 곧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향성과 내향성
외향성은 다른 요소들처럼 유전 가능성이 높은 편이며, 내향적인 사람은 일상에서 자극적인 상황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본다면 반사회적 인물로 오해할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외향적인 사람은 일부러 자극적인 상황을 찾고, 활발한 상황에서 자기 능력이 더 빛난다고 생각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데시벨이 높은 음량을 잘 참지 못하는데, 사실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고통에 대한 민감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인 사람들은 신경 흥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음료를 마셔서 흥분 정도를 최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술을 두어 잔 마시면 흥분이 가라앉고, 내향적인 사람은 반대로 수다스러워 질 수도 있다. 외향적인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 업무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반면,내향적인 사람은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업무의 양이 많거나 시간에 쫓길 때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은 외향성-내향성 척도에서 중간 수준의 점수를 얻는다. 그런 양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적정한 흥분 정도를 유지하고 싶다면, 위스키를 섞은 아이리시 커피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외향성은 지적 성취에도 영향을 미친다. 내향적인 사람은 학교 성적이 좋다가 대학을 졸업할 때면 학점이 최고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학습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자극적인 환경에서 학습 효과가 좋은데, 보통의 학교는 그런 환경을 제공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외향적인 아이의 경우, 유치원 때가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성적의 전성기다. 부모는 유치원 시절의 성적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겠지만 말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보다 단기 기억력이 더 좋고, 장기 기억력의 경우 내향적인 사람이 더 좋다. 일을 할 때도 외향적인 사람은 양을 선택하고, 내향적인 사람은 질을 선택한다. 이러한 인지적인 차이 덕분에 서로 다른 이들이 한집에 있으면 언짢은 감정이 오래 이어질 수 있고, 공동 작업을 하면 갈등이 발생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외향성-내향성 요소 또한 다섯가지 성격 요소 중 하나 일뿐이므로,수전 케인이 했듯이 성격을 둘러싼 정책을 이야기할 때는 외향성뿐 아니라 다른 특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앞서 소개한 성격의 5대 요소 테스트에서 나온 점수에 따라 삶의 질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성격 특성은 유전적 요소가 바탕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비교적 고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타고난 특성 탓에 삶을 개척하는 자유의 폭이 제한되고, 변화하려는 시도도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상황에 따라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다.
나답지 않은 행동하기
우리는 심리학자들이 ‘반기질적’행동이라 일컫는, 나답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물론 우리의 행동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특성이 다른 사람보다 “더” 드러나는지 아니면 “덜”드러나는 지에 관한 순위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낯설고 피곤할지라도 내향적인 사람이 파티에 가서 버티는 이유는 우리의 행동이 생물 발생적 동기, 즉 유전에 따라 행동 할뿐 아니라, 사회에서 발생하는 동기와 개인의 목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이거나 개인적인 동기에 의한 행동이라고 해서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을 장기간 동안 하게 되면, 치러야 할 정신적, 육체적 대가도 존재한다. 개인의 생물 발생적 특성과 환경 특성이 맞아떨어질 때 삶의 질이 가장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환경이 자신의 기질과 맞지 않거나 기반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면? 다행히 우리는 전략적으로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타고난 나로 돌아갈 수 있는 ‘틈새’ 공간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나의 성향을 위한 변호
이렇듯 우리가 타고난 성격은 우리가 속한 환경과 건강, 창조성, 성공, 그리고 개인 목표에 영향을 미치고 또 이것은 삶의 질로 이어진다. 성격이 삶의 어떤 부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저자의 구체적인 설명을 따라가면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더 잘 파악했을 뿐아니라, 내 의도와 상관없이 과거에 가족,직장, 애인에게 받았던 상처들이 술술 떠오르기도 했다. 여느 심리 전문가가 그렇듯이, 저자 역시 우리가 성향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상처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독자들의 마음을 그들에게 맞는 방식대로 어루만졌다. 그의 설명 중 내 개인적인 상황과 “너무나도” 일치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LSM 이라서 ...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는 SM(self-monitoring)검사라고 하는데, 이 점수가 높을 수록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내 행동이 내가 속한 환경의 규범을 반영하는 데 관심있 는 사람이다. 간단한 검사가 책에 나와있지만, 그것보다 더 간단한 검사가 있다. 누군가 당신을 마주 보고 서있다고 생각하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에 Q자를 써보는 것이다. Q의 꼬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와있는지에 따라 자신의 성향을 추측할 수 있다. (결과는 책에 나와있으니 궁금한 사람들은 확인해보면 좋을 것이다.) SM 시험의 점수가 높은 사람(HSM) 은 주로 상황에 영향을 받고, 낮은 사람(LSM)은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는 편이다.
“HSM이 ‘사회적으로 적절하다’고 표현할 행동을 LSM은 “가짜”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p. 120
“LSM은 애인인 HSM에게,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태도나 취향, 믿음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바꾸느냐며 실망을 표시할 수 있다....(중략) 하지만 HSM도 나름대로 불만이 있다. 왜 내 애인은 상황을 보면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고 가족의 3분의 2를 멀리할까? 다른 사람들이 눈치로 말했듯이, 그는 정말로 자기 밖에 모르는 무신경한 또라이일까? – p. 121
이 예시를 통해 나는 확신했다. 나는 LSM인 사람, 나의 친언니는 HSM인 사람이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그토록 자주 싸운 이유도 언니와 나의 성향이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속으로 언니가 위선적이라고 비난했고, 언니는 나에게 “대놓고” 또라이라고 놀려대곤 했다.
또한 회사에서 작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HSM은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고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사람에게 흘러가지 못하게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갈등이 생겼을 때도 타협과 협력으로 해결하려 한다. 반면 LSM은 대화의 방향을 바꾸어 자신을 향한 시선을 돌려놓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의 질책을 고스란히 떠맡는다. 많은 LSM들은 그런 행동을 정직하다고 여기지만, 그런 가식없는 태도가 조직에서의 대인관계에 늘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직장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도 그들은 그들 생각에 옳은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HSM이 LSM보다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
2) 페이스북에 그런 것 좀 안 올리면 안 돼?
환경과 성격의 궁합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저자는 물리적인 공간이나 환경뿐 아니라, 사이베리아(Cyberia), 즉 가상 소통 공간의 특성과 성격에 따른 사용 경향에 간단히 분석해 놓았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이용해 소통하더라도 전체 공개보다는 일부 또는 어느 한 사람과 공유하는 기능을 선호했고, 외향적인 사람이 일반적으로 페이스북을 더 즐겨 사용한다. 페이스북에는 너무 사소하거나 사적인 내용은 잘 올리지 않는 반면, 트위터에서는 굉장히 일상적인 일들을 자주 올린다. 성별에 의한 차이도 뚜렷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반적으로 여성은 페이스북에 스스럼없이 공개하는 한편 남자는 그렇지 않는다. 이것은 페이스북이 나오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일을 공개할 때 남성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 같아 오히려 스트레스가 심해지는데, 여자는 사람들에게 격려받을 수 있기에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나니, 내 과거의 행동들과 그것 때문에 들어야 했던 핀잔들이 떠올랐다. 지난 날 발생했던 갈등이 어느 한 사람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저 성별에 따른 본질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자,비로소 죄의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3) 틈새 경쟁 싸움
(…은 중략) “혹시 형제끼리 성격이 왜 이렇게 다른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같은 엄마한테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서로 다르지 않을까 의심한 적이 있지는 않은가?...첫째 아이는 틈새를 선점하는 반면 막내는 자기만의 틈새를 보이는데, 규칙을 지키고 부모의 가치를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나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궁지에 몰린다…. 손위 형제가 먼저 점령한 틈새를 놓고 직접 경쟁하기가 어렵다 보니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데, 그것은 바로 자기만의 틈새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실하고 주의 깊고 틀에 박힌 아이가 되기보다는 모험을 추구하고 규범에 저항하며 반항적 기질을 품은 아이가 된다.
그런데 나중에 태어난 아이의 생물 발생적 영향이 주의 깊고 신중하고 고분고분하다면?…그 결과 나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성격을 벗어나 행동한 대가를 줄이기 위해 회복 틈새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손위 형제보다 더 커진다. 동생의 비밀 장소를 차지하여 할 때 동생이 왜 그렇게 격렬히 저항하는지, 동생에게 혹시 집안의 진짜 반항아가 아니냐고 물을 때 동생이 왜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는지 이제 그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이다.” – p. 305 - 306
‘집 안에 어느 구석이든 울 곳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이 내용을 읽자마자 나는 당장 언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이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중학생 때부터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좁은 집으로 이사간 탓에 가족 서열에 따라 내 방은 사라졌다. 그때부터 나는 집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주로 밖으로 나다녔다. 그 특성은 아직도 남아있어서, 이제는 내 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혼자 모든 일들을 처리하기 좋아한다. 그러나 나의 이런 성격적 특성을 온전히 이해할만한 지식이 가족들에게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곳을 찾아 다니고, 가족의 전체적인 의견이나 논리와 늘 다른 나를 보고, 가족들은 ‘이상한 해’, ‘또라이’와 같은 애칭으로 불렀다.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치가 떨리도록 싫었지만, 나는 정말 내가 과하게 반항적이거나 성격이 모가 나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자랐다. 그러나 이는 막내라면, 정도는 각자 다르겠지만 응당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성격 특징일 뿐이었다. 이것을 깨닫고 나자 가족에게 받았던 상처가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나와 화해하기
이처럼 우리 모두는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마음을 꿰뚫는 저자의 설명이 위로가 되긴 하지만, 언제까지고 내게 상처 준 사람들만을 탓할 수 없다. 사실 내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들은 내게 가장 큰 사랑을 주기도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물학적 본성을 파악하여, 질 높은 삶을 살도록 가장 잘 격려할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각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
“친구가 죽고 추도사를 부탁 받았는데 추도사를 읽다보니 눈물이 흐른다. 슬퍼서만은 아니다. 죽음을 애도하는 글에서 자꾸 자신이 보이기 때문이다.” P. 308
"나와 나 자신 사이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유익할지언정 힘들어질 수 있다. 나와 나 자신은 어떤 식으로든 화해가 필요하다.” P. 309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에게 받았던 오해와 상처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잠시, 상대에게 ‘미안했다’라는 사과를 받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내게 사과하고 상처와 화해할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
인생을 사는 동안 졸업, 결혼, 이혼, 실업, 퇴직 등과 같은 굵직한 사건을 겪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성격과 지나온 삶을 성찰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지난 시절,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고 나와 자아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과거는 그것이 어떠한 모습이었던지 간에, 잊어버리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덮어주고 안아주어야 할 대상이다. 내가 내 자신과 화해하지 못했는데, 누가 나를 이해해 줄 것이며 또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나의 지난 날은 어떤 방식이든 지금의 내가 되도록 일조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엮은 추억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 마지막 문단을 반복해서 읽으며, 찡해지는 코 끝을 부여잡고 이 모험의 시기를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 춤에 두 번째로 초대되는 사람들은 (첫 번째 사람은 내 역할의 자아) 그동안 우리에게 중요했던 다른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미래를 심어주고, 우리 모험을 응원하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 자, 건배하자! 당신을 위하여, 누가 뭐라 해도 당신 자신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를, 당신의 인생 여정을 함께할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성격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당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당신의 농담에 웃고, 가장 절실한 순간에 당신을 꼭 붙잡아주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 p. 311
"나와 나 자신 사이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유익할지언정 힘들어질 수 있다. 나와 나 자신은 어떤 식으로든 화해가 필요하다." P.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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