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in KYOTO+ 나우 인 교토+ - munge의 컬러링 프로젝트 NOW in 시리즈 3
munge(박상희) 지음 / 김영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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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며 떠나는 여행_나우 인 교토 Now In Kyoto

 

 다른 것은 몰라도 어릴 적 부터 그림에는 소질이 없었다. 색에 대한 감각도 꽝이었고, 난 어차피 해도 안되는 분야에는 애초에 손을 대지 않는 편이다. 컬러링북이나 드로잉북이 한창 화제가 되었을 때 건드리지 않은 이유는 바로 해봤자 예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우 인 교토>를 보았을 때는 2011년 겨울, 오사카 대학으로 세미나를 갔던 기억이 떠올랐고 (세미나라고 쓰고 먹방여행 이라고 읽는다) 다시 한번 간절히 오사카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오사카 대학에서 이 주간 열렸던 세미나와 토론이었고, 나는 과 친구들 몇 명과 함께 그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드넓은 오사카 대학 캠퍼스를 거녔던 기억도, 오사카 대학/대학원생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도, 아침이면 거리를 가득 메우던 자전거 출근족들도 모두 그립지만, 가장 다시 경험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오사카 "음식"이었다. 그리하여 <나우 인 교토>를 펼치자마자 나는 음식 그림이 있는 페이지를 찾아보았고, 다시 한번 먹고 싶은 마음에 입이 침이 고일 정도로 열심히 색칠했다.


 

 


 사실 먹방 그림만 꾸몄던 이유는 오사카 음식이 그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풍경 그림을 예쁘게 색칠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토의 봄이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덕에 셔터만 누르면 화보가 된다는 그 풍경이라 더욱 망설였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교토의 봄을 완성하고 계시던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컬러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더니, 우리 엄마는 이 그림을 채우는 동안 정말 편안하고 즐거워보였다. 이 책 뿐만 아니라 시리즈북은 <나우 인 스페인>, <나우 인 파리> 도 사드릴까보다. 

 이 음식 그림들을 완성하며 얼마나 행복했던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는 음식 하나 때문에 진심으로 일본에 가서 살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을 정도로 일본 음식과 나는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매일 매일 이런 음식들을 먹고 산다면, 나도 일본 영화에서 자주 보던 주인공들처럼 밥상 앞에서 이미 행복을 느낄지도 모른다.

 


 와가시 채색 후.. 인데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사진을 열심히 찾아보다가 맞는 모양을 찾기 힘들어 그냥 알록달록 색칠해버렸다. 사진에서 색이 너무 채도가 높게 나온 듯 하다.

 

 귀여운 페코짱 ... 은근히 힘들었다. 이거 칠하고 나니 빨간 색연필이 엄청 닳아 있었다. 아이폰 6 카메라가 지나치게 좋아서 채도가 다 높게 나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녹차 아이스크리-무

 

 오니기리! 오사카는 편의점 음식마저 환상적이었다. 언젠가 하루는 친구들끼리 숙소로 묶었던 호텔 근처에 있던 편의점에서 음식과 캔맥주를 다 털어서 새벽 4시까지 먹고 마시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다다음날도.....


 초밥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음식인데 가장 먼저 완성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먹고 싶다.

 

 은근히 타코야키가 가장 그리기 까다로웠다. 가지고 있던 색연필의 색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코야키도, 소스도, 생선포(?)도 그리고 이쑤시개 마저도! 갈색톤이어서 어떻게 칠해야 할지 굉장히 난감했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색으로 명암을 주려고 노력해봤으나, 실패였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먹방 그림에 타코야키를 빠뜨릴 수 없었다.

 

 오사카의 타코야키하면 그림에 나온 저 가게가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당시 예상치 못하게 훨씬 맛있는 집을 발견하였다. 내가 묶었던 호텔 근처 동네였는데, 밤에 친구와 함께 동내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동네 포장마차였다. 거기서 먹던 타코야키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나던 쫄깃한 타코야키.. 오사카 여행을 다시 가면 그 가게에 꼭 다시 들리고 싶다. 제발 아직도 장사를 하고 계시길 바란다.

 


 몇 년전 밤에 보았던 빛나던 도톤보리 거리를 떠올려보았다. 그때는 겨울이어서 싸라기눈이 흩날리고 있었는데, 추운 줄도 모르고 거리를 샅샅히 뒤졌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쩌면 '학생'이라는 신분은 인생에서 가장 흥분되고 빛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단지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낯선 곳에 가서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할 기회가 주어졌니 말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새로운 세상을 알고자 뻔질나게 인천공항을 다녔던 나의 선택은 지금 돌이켜봐도 잘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때 쌓은 추억의 힘으로 현재를 버티고 있다. 그러나 그 추억의 힘이 시들해져가는 요즘, 이제는 더이상 공부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분이 아니니 떠나고 싶다면 순전히 나의 자본만으로 떠나야한다. 게다가 배움의 기회도 예전처럼 많지 않을 것이니 덜 흥분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컬러링북으로 교토와 오사카를 만나고 나니, 다시 한번 온전히 그곳을 느끼고 싶어졌다. 곧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것만 같다.

 


안녕 교토, 오사카, 고베, 나라! 다시 만나서 반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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