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를 다시 묻다 - 원점에서 생각과 믿음을 정리하는 한알의 밀알 44
도이 겐지 지음, 가미야마 미나코.홍이표 옮김 / 신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동네마다 교회가 서너개 씩은 있는 나라에서 힘든 일이라니 희한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한국 교회는 양적인 성장에 있어서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질적인 성장, 즉 신앙적 깊이에 있어서는 과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하여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는 크리스천으로 살기가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교회다니는 사람 답게 살아가지 못하는 크리스천들을 보며 사람들은 많은 비판을 쏟아냅니다. "교회 다닌다면서 왜 그래?", "하나님이 있기는 하냐?", "기독교가 아니라 개독교겠지!"라는 아주 원색적인 비난도 자주 듣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독교 목사들의 성적인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대형 교회의 횡령과 세습 문제가 매스컴을 타면서 이제는 교회를 다닌다는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천으로서 상당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교회를, 아니 하나님을 어떻게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매우 진실되게 답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일본은 종교적 특수성이 있다고 합니다. 워낙 많은 신을 섬기고 있어 선교에도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일본인 목사의 시각으로 풀어낸 기독교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어릴 적 교회에 안 가본 사람이 거의 없지요. 크리스마스마다 친구들의 초대를 받아 공연을 보고 간식을 먹으러 교회에 갔던 것이지요. 그러나 일본은 상황이 다른 모양입니다. 아주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담아 놓은 것을 봐서는 말입니다.

 

저자는 강의를 하던 때의 경험을 자주 차용했습니다. 강의 중 학생이 던진 질문이나, 과제의 답변 등을 통해 알게 된 기독교 전반에 대한 궁금증을 차근차근 풀어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우선적으로 다루는 것은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입니다. 평화와 사랑을 전하는 기독교가 왜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제시한 것인데요. 사실 이것은 "교회를 다니면서 넌 왜그래?"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저자는 매우 박식한 편이라 생각됩니다. 성경과 역사서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기독교와 기독교를 믿는 사람(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한편,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는 분명 분쟁과는 반대편에 서 있음을 밝힙니다.

 

다음으로 다루어지는 것은 '사랑'입니다. 흔히 기독교의 기본정신은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너무 폭넓은 문제이기에 '이웃사랑'에 한정하여 이를 설명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바 있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내세워 과연 우리는 '이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또 정해져 있는 선을 넘어 행하는 사랑에 대해 말하며 이것이 예수의 사랑 없이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해냅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신, 즉 하나님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공교육을 통해 진화론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또 포스트포더니즘 시대를 살고 있으므로 다양성에 대해 관대하지요. 이는 다양한 신을 너무도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오직 한 분이신 하나님에 대해 무뎌지게 되었지요. 저자는 하나님이 스스로 존재하는 분이며, 그 분이 어떤 분인가에 대해 이해시키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과 관계를 아우르는 신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또 마지막으로 기도를 다루며 하나님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점점 초라해지는 교회의 모습을 보며 실망감에 젖어 있는 크리스천에게 이 책은 스스로의 신앙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그저 당연하게 믿어왔던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덕분에 하나님을, 이웃을, 나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분명 큰 깨달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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