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를 집었는데 머리카락이었고, 휴대폰을 꺼냈는데 죽은 비둘기가 손에 잡혔다. 놀라서 눈을 비비자 젖은벽지의 얼룩이 사람의 형상으로 번지고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비밀스러운 제의를 올렸던사람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난 것이다. 나는 털썩 주저앉은 채고막을 파고드는 기도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아야 했다. 그들 사이로 보이는 할머니의 검은 실루엣은 마교의 여제사장처럼 우뚝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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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그가 걸인 행세를 하고 나온 적이 있다. 다 떨어진옷에 가발을 쓴 그는 쉴 틈 없이 사람들을 몰아치며 웃겼다.
세상이 떠나가라 웃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후드득 눈물이나왔다. 필사적으로 웃음의 그물을 치는 그와 통통한 물고기처럼 왁자하게 입을 벌리고 웃는 사람들의 결합은 이상하리만치 감동적이었다. 사소한 수치심 하나까지도 깊숙이 간직하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자신을 재료 삼아 대중과 줄다리기를 하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용감해 보였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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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렇게 온몸을 부딪쳐본 적이 없다. 어느날 나를 둘러싼 어항이 녹아버리고 늙은 내가 흘러나오는 순간이 올까 봐 늘 두려웠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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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는 일종의 종양과도 같아서, 사람들이 모든가지를 잘라내고 심지어 본줄기에 상처를 주어도 그것은 새로운 변종으로 태어나려는 수단을 발견한다고요. 내 영혼은 얼마나 상처 받고 굴욕을 당했었나요! 그런데 이제 내가 생각한기록들만 읽어봐도, 동요하던 자기만족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지자를 발견했는지 당신은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내가 차츰얼마나 커다란 계획의 꼭대기에까지 올라갔는지도요. 오, 이런 유익한 이웃 사랑이 내 마음속에 그렇게 깊이 뿌리박고 있지 않았다면, 그래서 내 자기애가 잘못 자라서 기형이 되었다면,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요?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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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버지께서는 두 가지를 내게 각인시키셨으니, ‘인과응보의 확실성‘과 ‘본보기가 되는 선행‘이라는 명제가 그것이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근거는 너무 고상하고 그 가르침은 너무 사랑이 풍부하여 어쩔 수 없이 내 민감한 영혼에 고정되었소.
첫 번째 생각에 난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는데, 아버지는 자주내가 그분께 드리는 걱정이나 즐거움은 내 자식들로부터 되돌려 받거나 보상받게 되리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라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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