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한알 속의 우주 - 무위당 장일순의 이야기 모음, 개정판
장일순 지음 / 녹색평론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장일순 선생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중들이 자주 접하는 테레비와 신문에서 소개하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일부러 인터넷기사를 검색해야 찾아 볼 수 있는 분입니다. 한 번도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쓴 적도 없고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젊은 시절과 옥고를 치른 때를 빼고 고향 원주땅을 벗어나 본적이 없는 분입니다.

 자신은 무능한 인간이라고 겸손해 하셨지만 빼어난 서예가이자 사회운동가였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자주 쓰신 말씀처럼 '밑으로 기어라'는 신조를 지키셨습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아인슈타인과 서신을 주고 받으며 원월드운동에 참여했고 중립평화통일을 주장하다 군사정권에 의해 옥고를 치렀으며 30대초반에 나이에 학교를 섭립하였습니다. 70년대에는 재야운동가들의 어버이같은 존재였고 한살림이라는 농촌과 도시의 농산물직거래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종교는 천주교였지만 노자철학을 통달했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허한 삶을 살았습니다.

 책에서 자주 나오는 노자의 세가지 보배라는 것이 있어요. 자(慈), 검(儉), 겸(謙)입니다. 그 중에서 불감위천하선(함부로 세상에 나서지 않는다)로 표현되는 겸(謙)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저마다 잘났고 자기가 해야 세상이 잘된다고 떠드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책에서 보고 어디서 듣고 그것이 진리라며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설득하고 다닌 때가 있었습니다.

 대량소비와 폐기가 온세상을 병들이고 그 댓가로 이미 폭설과 폭우같은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언제쯤 인간들은 이 산업시스템의 참혹한 결과를 알고 멈출까요? 어떤 이는 저탄소녹색성장이라는 말을 하면서 권력을 휘두르다 물러났고 그 자리에 오른 어떤 이는 이제 창조경제라는 것을 하겠답니다. 그 사람들에게 녹색은 무엇이고 창조는 도대체 무얼 창조한다는 걸까요? 단어는 조금씩 바뀌지만 똑같은 경제성장논리이고 물건을 많이 찍어내서 팔아먹어야 되고 그걸 얼른 갖다버리고 새로 사야 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선생은 예수님말씀과 노자말씀을 자주 인용하며 오늘날의 세상에 위기를 쉬운말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책은 선생이 영면하고 그분이 강연과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았습니다. 지난 백년에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사상가라면 유영모선생과 함석헌 선생 그리고 장일순선생을 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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