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불편 - 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기록, 개정판
후쿠오카 켄세이 지음, 김경인 옮김 / 달팽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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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지은이가 몸소 소비주의로부터 벗어나 절약을 실천하고 자전거로 통근하고 자동판매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컵라면이나 쇠고기를 먹지 않고, 엘리베이터, 다리미, 린스, 샴푸 등을 사용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채소와 곡식을 직접 농사지어 먹은 생생한 기록입니다.

 환경오염으로 병들어가는 지구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일은 적게 쓰는 일입니다. 소비를 한다는 것은 물건을 사들여 놓는 일이고 물건이 생산된다는 것은 자원을 소비하여 지구를 오염시키는 일입니다. 물건을 사면 그 전에 사놓은 물건은 헌 물건이 되어 버리집니다. 물건이 못 쓰게 되어 새로 사는 일은 드뭅니다. 실증이 나거나 유행이 지나서이지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옷입니다. 지금 당장 옷장을 열어보면 입지 않는 옷이 많이 있을 겁니다. 

 미국에서 6벌 입기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속옷과 신발을 제외한 옷 6벌을 정해 놓고 한달동안 그 옷만 입는 겁니다. 이 캠페인에 동참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이틀, 사흘동안 같은 옷을 입어도 직장동료 중 눈치채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배우자들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이 기간 중 인터넷쇼핑이나 옷가게에서 옷을 고르는 일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고 입을 옷을 미리 정해 놓으니(입을 옷이 몇벌안되니)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할 일이 없어 마음이 편해졌다고 고백했습니다. 외국에는 가본 일이 없는 사람이지만 밖에서 유럽인이나 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옷차림을 보면 오히려 간소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가 별로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의 옷차림이 신발부터 머리까지 과하게 꾸민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 보면 산업사회의 소비문화의 원조는 유럽과 미국인데 그 퇴행적 모습은 이 땅에서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겁니다.

 옷뿐만 아니라 사람을 돕는 물건 전체를 가능한 적게 가지려고 하는 것을 해볼만 합니다. '딱 100개만 가지고 살아보기"라는 책이 바로 그런 시도를 기록한 책입니다.

소비를 많이 해주어야, 그러니까 이 산업사회라는 곳은 낭비가 있어야 유지되는 사회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건이 팔려야 기업이 돈을 벌고 일자리가 생기는 구조라는 겁니다. 원천적으로 자연을 파괴해서 자원을 캐내고 그걸로 상품을 만들고 그게 많이 팔려야 좋은 사회라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경제성장이지요. 경제성장은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회목표인데 환경보호라는 것이 될리가 없습니다.

 지은이는 금욕주의나 이념의 강요로 아끼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실천이어야 하죠. 커피전문점에서 가지고 나오는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을 보면 참 크기도 하고 그걸 들고 다녀야 고상한 인간이 되는 것 같은 분위기도 영 못 마땅합니다. 하지만 나부터 먼저 캔음료와 종이컵, 플라스틱컵을 안쓰는 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장을 볼 것을 대피해 튼튼한 비닐봉투를 가지고 다닙니다. 자가용은 진작에 버렸고 두발로 가는 자가용(자전거)를 3년째 다닙니다. 자전거도 사실 굉장한 물건입니다. 걷는 것보다 서너배 빠르게 가니 말이죠. 불편하지 않습니다.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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