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암자로 가는 길 2 ㅣ 암자로 가는 길 2
정찬주 글,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어느덧 찬바람이 익숙해져버린 겨울 초입을 지나고 있다. 암자로 가는 길의 첫 장을 펼치며 어디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할지에 대한 고민은 의미가 없었다. 겨울이다. 겨울 암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살필 수밖에.
겨울 암자에서 시작한 나의 책읽기는 시간을 거꾸로 되돌렸다. 겨울은 가을을 낳고, 가을은 여름으로, 여름으로부터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저자가 만난 암자들은 옛이야기를 건네기도 하고, 조용한 미소를 담은 풍경을 선사하기도 하면서 '쉼'을 선물해주었다. 거꾸로 읽거나 바로 읽거나 할 필요 없이 이 책은 아무 때나 아무 장이나 펼치면 바로 그 순간 길이 열리고 고요한 '쉼'을 건네는 것이었다.
암자에 이르러 세상에 대한 노여움과 피로를 내려놓는 나그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작은 암자에 앉아 조용히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이미 귓가에는 바람소리가 선선하다. 저자의 성찰과 수행의 과정에 동참하다보면 잠시 세상은 조용해지고, 가만히 멈춘 채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한 여자가 절 뜰에서 소리없이 운다. 암자는 그 여인의 비움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다. 다만 그곳이 그 길에 있었기에 누군가의 뜰이 되었고,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우리 나라 곳곳에 잠시 쉬듯 자리한 암자들을 보며, 누더기같은 욕망을 벗고 있는 그대로 바로 보는 법을 배워본다.
'쉼' 끝에 꼬리처럼 춤추는 마침표와 물음표. 이 화두가 한동안 머릿속을 채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