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 걷기여행 - 힐링여행으로의 초대
문신기.문신희 지음 / 디스커버리미디어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내 개인적인 버킷리스트에 오름 순례하기가 있다는 것은 밝힌 바 있다. 제주오름 걷기 여행은 그래서 나에겐 더 다가오는 책이었다.

 

책 앞에 소개되는 지은이의 말을 읽고 나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잠깐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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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마지막 풍경 미학

 

오름은 제주도 사람 내면에 자리 잡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오름은 작은 산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로, 섬 전역에 퍼져 있는 368개의 기생화산을 일컫는다. 오름은 제주도와 동시에 탄생한 368개의 생명이자, 사람보다 수만 년 먼저 자리를 잡은 터줏대감이다. 한라산이 제주의 아버지라면 오름은 제주를 키워낸 어머니이다. 사람들은 오름 곁에서 농사를 짓고, 소와 말을 기르고, 약초와 식수를 구하며 살았다. 그리고 죽어서는 오름에 묻혔다. 오름이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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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소개말 아닌가?

본문에서 엄선한 오름을 하나씩 소개한 글을 읽으면 날림공사 책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게 된다. 애정이 섞여 있고 관찰력이 뛰어나면서도 적절한 표현을 쓸 줄 아는 작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중간중간 나오는 오름 사진은 그냥 사진만 봐도 힐링이 된다.

 

이 책, 읽을수록 진국이다. 가볍게 톡 쏘는 맛이 아니라 깊은 향기가 느껴지는 글이다. 오름에 대한 애정이 있던 분들, 꼭 읽기를 권한다.

 

인상깊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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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의 초원에는 눈을 흐리게 하는 색깔이 없다. 귀를 멀게 하는 난잡한 소리도 없다. 코를 막히게 하는 역겨운 냄새도 없다. 입맛을 상하게 하는 잡다한 맛도 없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나는 그런 중산간 초원과 오름을 사랑한다.  

- 중산간을 사랑한 사진작가 김영갑의 말

 

제주 올레길이 사람의 길이라면 중산간 지대의 길은 자연의 길이다. 올레길은 바다와 함께 공존하는 제주도를 보여준다. 반대로 오름길은 제주의 속살이 얼마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지 보여준다

- 본문 102쪽에서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고 오름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사냥을 했으며 가축을 방목했다. 병에 걸리면 약초를 구했고 생존을 위해 오름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생을 마감한 뒤에는 오름에 묻혔다. 오름에서 태어나 인생을 살다가 다시 오름으로 되돌아가는 무위의 삶. 오름은 제주 사람들의 삶을 머금고 있는 곳이다.

-본문 86쪽에서

 

그리하여 바람과 싸울 때마다, 땅을 일굴 때마다, 그리고 외딴 섬이 주는 고립감에 몸을 떨 때마다, 아름다운 풍경의 위로를 받으며 다시 희망을 찾아내곤 하였다.

상상력과 희망이 제주를 지탱해준 힘이자 정신의 밥이었다.

-본문169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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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오름들의 매력(만나고 싶은 오름들)

-용눈이오름(이름 유래: 용이 누워있는 모양. 용의 눈을 닮았다는 용과 관게 된 이름): 여자의 알몸을 닮았다는, 아름답다 못해 관능적이기까지 하다는 오름. 많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한 오름. 김영갑씨, 유홍준씨, 저자 등

-아부오름(이름 유래: 앞오름이라고도 함. '아부'는 아버지 다음가는 사람이라는 뜻. 오름의 생김새가 어른이 좌정한 모습과 닮았다고함): 평화의 콜로세움. 깊은 분화구가 땅속의 제국 콜로세움 닮아. 영화 <이재수의 난>촬영지.

-백약이오름(이름 유래: 약초 백가지가 자라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치유의 산. 오름 곳곳에 소가 풀을 뜯는 여유로운 풍경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펼쳐짐.

-따라비오름(이름 유래: 따라비 주변의 모지오름, 장자오름, 새끼오름 등을 거느리고 있는 가장이란 뜻. 따애비, 혹은 땅하래비): 뒤태가 더 아름답다. 가을이 오면 온 산을 억새가 뒤덮음. 세 개의 분화구마다 억새가가득차는 아름다운 광경.

-영아리오름(이름 유래: 신령스러운 기운이 흐르는 산)

-조근대비악오름(이름 유래: '조근'은 '작은', 선녀'대비악'이 놀던 오름): 선녀가 놀던 오름. 정상에 서면 남서부 드넓은 초지 위에 섬처럼 떠있는 오름들의 모습 조망. 말을 방목하기 좋은 지역으로 유명해 조선시대부터 '국마장'운영.

 

또 이 책의 백미는 책 마지막에 나오는 부록이다.

부록1은 지은이가 제안하는 오름 트레킹 코스 부록2는 제주 토박이가 소개하는 맛집과 카페다.

부록1은 정말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올레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많지만 오름 트레킹을 제대로 해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이렇게 한번에 다닐 수 있게 코스를 묶어 준 것은 참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오름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각종 교통시설을 소개해 준 것도 마음에 든다. 지은이가 제안하는 트레킹 코스 10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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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 코스(오름1코스): 제주도를 대표하는 오름. 3-4시간 정도 소요.

다랑쉬-아끈다랑쉬-손자봉삼거리-용눈이오름로-용눈이오름-손지오름

*송당 코스(오름2코스): 콜로세움처럼 웅장한 분화구. 영화 <이재수의 난>촬영지. 제주 중산간의 멋 감상. 약 3시간 30분 소요.

송당마을-구좌읍 공설묘지-높은오름-송당6길-아부오름-송당마을

*금백조로 코스(오름3코스): 오름들이 각각 개성을 지니고 있어 지루하지 않으며 제주 중산간 지역이 간직한 자연 감상. 3-4시간 정도 소요.

백약이오름-좌보미오름-거미오름

*가시리 코스(오름 4코스): 제주 중산간지역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코스. 서재철의 자연사랑 갤러리가 종착역. 3-4시간 소요.

따라비오름(북동쪽 하산)-큰사슴이오름-정석비행장-녹산로-중산간도로-가시리-서재철 자연사랑갤러리

*추사 코스(오름 5코스): 추사가 대정의 유배지를 향해 걸었던 길. 아름다운 자연+역사

약 4시간 정도 소요.

추사유배지-인성리방사탑-바굼지오름(단산)-대정향교-향교로-사계북로-산방로-형제해안로132번길-사계리해안공원-사계리해안도로-송악산(해안 진지동굴)-대공포진지-섯알오름

*군산 코스(오름 6코스): 제주도 남쪽 해안가를 조망할 수 있는 군산에서 대평마을 지나기. 약 2시간 30분 소요.

군산산책로-군산-뉴제주펜션쪽으로 하산-대평마을-대평포구-예래포구-대평마을

*서귀포 코스(오름 7코스): 아름다운 해변과 서귀포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는 코스. 약 3시간 소요.

고근산-서호마을-서호호근로-스모루교차로-이어도로(법환 방향)-법환포구(마을회관 옆길을 따라 걷기)-해안길-서건도-강정천-강정포구

*새별오름 코스(오름 8코스): 제주 서부를 대표. 2시간 정도 소요

새별오름-이달봉

*이시돌 코스(오름 9코스): 제주의 푸른 들판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코스. 평화와 여유. 3시간 30분 정도 소요.

이시돌목장-정물오름-당오름-금악동길-광산로-금악목장길-누운오름-누운오름삼거리 남쪽의 시멘트 길로 진입-금악동길-이시돌목장

*수월봉 코스(오름 10코스): 드넓은 고산평야와 제주도의 낙조. <인생은 아름다워>배경인 자구내포구. 차귀도까지 즐기는 코스. 약 3시간 정도 소요.

고산마을-고산육거리-고산서2길-수월봉-엉앙길(해안가 길)-자구내포구-노을해안로-당산봉-절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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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동서남북 지리가 대강 눈에 익은 나로서는 10개의 코스를 설명으로만 접해도 황홀하다. 지은이가 일러준 10개의 코스를 꼭 가 볼 예정이다.

 

부록2의 맛집과 카페도 기대 이상이다. 카페는 눈에 익은 이름들이 많았지만 맛집은 정말이지 여러 책에서 잘 못 접해본 숨어있는 맛집이었다. 그냥 대충 선택한 이름들이 아니라는 내공이 느껴졌고 소개글을 읽으니 다 한번씩 방문해 보고 싶은 집들이었다. 복사해서 갖고다니고 싶은 목록이다.

 

베스트 원츄 목록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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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서문시장 대우식당(한우): 정육점에서 사오는 한우. 여행객에게 소문안난 비밀장소.

*교래토종닭(조천닭): 반기문 유엔 총장이 다녀간 곳

*모메존가든(호박오리): 호박과훈제오리의 절묘한 향연. 오리매운탕

<서귀포시>

*삼보식당(해물뚝배기, 옥돔매운탕): 서귀동

*네거리식당(갈치요리): 특히 갈치국이 일품. 천지동

*용이식당(돼지고기 두루치기): 서귀포시민에게 가장 인기있는 두루치기 전문점. 밥은 무한리필. 요즘은 연예인들까지 찾는 명소.

<제주 서부>

*육거리식당(백반): 고산육거리에 있는 백반집. 육개장, 돌솥비빔밥 등 유명. 수월봉 근처

<제주 동부>

*소라네집(전복요리): 성산포 최고의 전복 맛집

*검은여식당(성게미역국): 성게알이 가득한 성게미역국. 표선의 자랑.

<제주 남부>

*무뚱 식도락식당(옥돔국): 제주도 전통 옥돔국과 고등어쌈. 이집 옥돔국은 라면회사 회장님이 연구원들에게 맛을 살리라 지시한 집. 남원읍사무소 옆? 으잉 우리동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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