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트렌드 노트 - 혼자만의 시공간 트렌드 노트
염한결 외 지음 / 북스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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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있는 걸 정말 좋아한다. 혼자 음악 듣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영화나 공연도 혼자 보고 고기 구워 먹고, 심지어 혼자 있을 때는 화장실 청소도 신난다. 그렇지만 ‘혼밥’을 필두로 처음 ‘혼○’이 부상했을 때는 꽤 속이 상했다. 첫째는 이게 특별한 일인가 싶어서였고(내 주변에는 이미 엄청나게 많았다!), 둘째는 왜 저렇게 궁상맞게 그리느냐였다. 새로운 커뮤니티를 보는 시각에도 이질감이 들었다. 외로워서, 관계에 나를 담그고 싶어서 커뮤니티를 찾는 게 아닌데!

하지만 《2020 트렌드 노트》의 부제 ‘혼자만의 시공간’을 봤을 때는 퍽 반가웠다. 혼자는 외로움이 아니라 ‘상태’라고 표현한 점이 특히 그랬다. 이렇게 ‘혼자’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커뮤니티, 관계 맺기가 특히 그렇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시하고 각자의 취향을 키우면서, ‘뭘 좋아하는지, 뭘 존중하는지’를 중심으로 한 대화와 모임들. 엄청 건강해지잖아!

《팩트풀니스》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 있는데, 나는 사회현상을 분석하면서 끝없는 내리막길만 제시하는 비관적 태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집단, 흐름, 트렌드는 지표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개인이 각자의 삶에서 하나씩 가지고 있는 소수의 것들, 개인으로서 느끼는 행복이나 가치관까지 지표로서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런 행복, 개인의 건강함, 긍정적인 요인에서 출발하는 관계(외로움 말고!!)에 앞으로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20 트렌드 노트》에서 브랜드들의 ‘친구 역할’을 강조했듯이.

소비는 기본적으로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결핍’이라는 게 꼭 배고프고 추운 상태일까? 이런 물질 과다 사회에서?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기성세대까지 새로운 커뮤니티를 찾아 나선 것은 ‘결핍’이라기보다는 ‘행복’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관점 변화는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그래서 《2020 트렌드 노트》의 ‘혼자는 외로운 상태가 아니라 삶을 꾸려가는 태도’라는 입장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이 태도로 가슴을 쫙 펴고, 오늘도 혼자만의 시간을 행복하게 꾸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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