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 ‘나는 괜찮다’고 여겼던 당신을 위한 인권사회학
구정우 지음 / 북스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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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대화하는 건 그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다. 이렇게 말하면 참 낭만적이고 포근하지만, 알아간다는 게 늘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사람은 저마다 여러 가지 면을 갖고 있어서 어느 순간에는 , 이건 아닌데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관계를 아예 끊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를 알아온 시간들이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근거를 공부한 것이다.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를 내려놓은 후 한동안 숨고르기를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특히 한 구절에서 뒤통수를 쾅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8장애인 앞에 놓인 차별을 없애려면의 내용이다.

장애인들의 불쌍한 처지만을 부각하여 동정심을 끌어내고, 이에 반대하면 님비즘’, ‘집단이기주의로 비난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차분한 토론과 설득 없이 선악구도에서만 바라봤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스스로가 인권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다. 장애학생을 위한 서진학교가 반대에 부딪혔을 때에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면 저래선 안 된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분개는 과연 어디에 기인하고 있었을까? 정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이해할 수 없다고 덮어두지 말고 그들의 분노를 차분하게 들춰볼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하지 않았을까?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에서는 공감을 이야기할 뿐 아니라 독자와 함께 분노의 근거를 되짚어 본다. A의견을 설명한 후 반대되는 B의견도 차분히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C의견까지 짚고 넘어간다. ‘?’하고 손 들고 싶어지는 순간에는 성실하게 그래요, 그럴 수 있죠라고 수긍하며 또 다른 논거를 내놓는다. 덕분에 나도 차근차근히 논의의 구조를 따라가 보면서 싸우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왜 그렇게 해야 해?’라는 질문에 그게 옳으니까라고만 대답하던 때를 떠올리며, 정의라는 명분으로 나의 고집에 상처받았을 과거의 사람들에게 가만히 손을 내밀어 본다. 미안해요, 당신을 좀 더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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