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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평점 :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어떤 분야의 책들을 즐겨 읽나요? 책을 좀 좋아한다 싶은 사람들은 집에 못 읽은 책들이 산더미이고, 읽고 싶은 새책들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시간은 부족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책 제목에 있는 '오십'은 이 책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얘기가 나왔으니 해보자면, 오십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길을 어느정도 지난 상태이다. 또한 소설을 즐기기엔 시간에 쫓기고, 인문서를 파고들기엔 두려울 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건넨다. 이제는 무엇을 왜 읽는지가 아닌 어떻게 읽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균호 저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5년째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여러 매체에 청소년을 위한 독서 칼럼을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는 《오래된 새 책》, 《아주 특별한 독서》,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읽기》 등이 있다. 저자는 고전에 관련된 책들도 몇 권 집필하며 아무도 읽지 않는 고전을 모두가 읽는 고전으로 알리는 데 몰두했다고 한다. 좋은 소설을 한 권 읽는 것은 뛰어난 인문학 서적 여러 권을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고전이 왜 고전일까. 여전히 명작의 반열에 올라 있는 고전과 시대에 따라 새롭게 나오는 잘 쓴 작품에는 수많은 인문학적 의미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막상 고전을 읽어보려고 하면 막막할 것이다. 이 책은 '소설 인문학'이라는 것에 대해 소개하고 독자들을 안내한다. 고전은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시대의 역사, 종교, 인간의 본질 등 많은 것들을 알아내고, 그렇게 한다면 좀 더 풍요로울 것이다. 이 책에는 들어봤을지도 모르는 고전들이 꽤 등장한다. 독자들이 소설 인문학이라는 것을 접하고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의 '오십'은 중요하지 않다. 소설 인문학에 빠져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소설의 소재뿐만 아니라 무더운 날씨, 혼잡한 거리, 악취, 먼지, 술 취한 사람들, 창녀촌, 집세를 내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가난한 사람들, 도저히 사람이 거주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좁은 방, 자신의 딸이 몸을 판 돈으로 싸구려 보드카를 마시며 인생을 한탄하는 하급 관리 같은 도시의 어두운 모습을 서술한 대목은 작가의 상상이라기보다 그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면을 조명한 르포에 가깝다. 한마디로 《죄와 벌》은 첫 문장의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를 포함해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신문 기사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춘향전》에는 관리들이 이 도령의 답안을 보고 잘 쓴 문장에 점을 찍고 동그라미를 치는 장면이 나오지만 실제로 그 시험지가 3만 명분이라면 잘된 구절을 표시하기는커녕 제대로 훑어보기도 어렵다. 그러니 채점이 형식적이고 졸속이었다. 더구나 시험을 치른 당일 합격자 발표를 해야 했으니 채점자로는 정말 극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일제의 출판 탄압이 심했기에 해방이 되자 신간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지만, 한동안 신간은 수요를 맞추지 못했다. 책의 전성시대가 도래했고 그에 맞추어 200여 곳의 고서점이 생겨났다. 당시에는 책의 수요도 많았지만, 책값도 대단했다. 1946년 당시 직장인들의 평균 임금은 월 2,000~3,000원이었는데 《자본론》 전집이 1,800원, 《사회과학대사전》이 1,500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