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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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100자평에 좌절하시는 작가님의 모습이 나온듯해서 웃음이... 초급 한국어 부터 팬입니다! 이번에도 너무 잘 읽었습니다. 계속 반복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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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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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보다ㅡVol.1 얼음》서평
이 책은 수박얼음을 간 음료를 마시며 읽었다.
머리와 가슴과 입술 모두 차가운 상태로.
순서없이 얼어붙은 이야기 > 얼음을 씹다 > 차가운 파수꾼 > 채빙 > 귓속의 세입자 > 운조를 위한 넘기는대로 작가들의 차가운 세계관이 읽으면서 주위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제 곧 여름이 찾아온다.
냉동인간, 미이라 같은 사한 이라는 존재가 나오는 구병모 《채빙》은,
추앙이 아닌 갈앙이라는 단어 표현대로 매우 동경하고 사모하는 사랑의 이야기 같았다.
한 채빙꾼이 모든 세월을 지켜본 영험한 존재에게 말을 걸고 관심을 주는 행위가 그렇게 보였다. 인간들의 역사를 이미 다 오랫동안 본 인간인듯 인간이 아닌듯한 제의의 대상이 되어버린 초월의 존재는 수억의 세월동안 모든 것을 아는 동시에 어떤 것도 모르는. 마지막에 생명이 아닌 것처럼 되어버려 마치 뿌리 잃은 꽃처럼 노래하는 장면은 너무 아름다웠다. 처연하게 세상의 종말을 그리는 한 생존자의 기도 혹은 노래 같았다.

곽재식 《얼어붙은 이야기》는 한 인간의 인생을 구하기 위해서 은하계 몇 개를 희생시킬 수 있는가 라는 질문부터 신선했도 제6조사실 이라는 소재로 조사는 우리가 끝내지 않으면 영원히 안끝난다 이런 글귀들을 보았을때는 권력에 집중된 언론 등 요즘 세상의 흐름도 날카롭게 비꼰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보았다
그 시점을 정하는게 상당히 예술적인 영역이라고 한다면, 마치 이 단편은 현실과 허구 사이의 시점을 위트있게 잡아낸 작품인 것 같다.

남유하 《얼음을 씹다》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속도감있게 내용을 상상하면서 읽었다. 꽁꽁 언 멸망의 세계에 인간성을 상실하고 생존을 위해 가족의 인육을 먹어야 하는 섬찟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괜찮다고 말한다, 고 하였으나 결국은.
짧은 분량이 아쉬웠다.

연여름 《차가운 파수꾼》은 폭염의 시대에 '선샤인' 이라는 차가운 사자가 나오는데 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비밀의 기지에서 태양이 궁금해 셀로판지로 장난치거나 불장난을 한다거나 각자의 비밀을 털어놓던 생각이 많이나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에 그 절대자 파수꾼이 점차 잠들어가면서 어떤 침묵은 세상 어느 긴 말보다 훨씬 거대한 대답이다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진정한 절대자는 침묵으로 그냥 보여줄 뿐인 것 같다. 담배연기 속 에 푹 빠진 폐의 꽈리같이 복잡한 심경이 들었으나 이것 역시 희망 엇박자의 첫 발걸음일지도 모르겠다.

박문영 《귓속의 세입자》는 다른 작품들보다 가까운 미래 2034년 제 25회 월드컵 배경으로 외계의 한 존재가 귀 속으로 들어와서 나누는 대화를 소재로 사람과의 경계 혹은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지성체가 아니에요. 사람은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져야 살아갈 수 있어요.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아요. 라고 말한 부분이 코로나 시대 이후의 회복을 말하는 우리의 삶, 인간관계의 회복성을 외치는 것처럼 들리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마지막으로 천선란 《운조를 위한》작품은 가장 인상깊었는데 어떻게 보면 꿈이야기 같기도 하고 병원에서 잠시 마취하고 풀려났을때 몽롱한 기분으로 미래의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운조라는 인물이 수의사라는 원인이 없이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삶보다는 안락사 등 죽이는 일을 많이 하면서 빠르고 간단하게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시간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지 않느냐고 말한다. 지겹지... 지겹지... 정말 삶에 대한 희망이 버팀목이 되는지 전쟁 중에도 태어나는 생명들의 경외감 같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었고 짧은 분량이 너무 아쉬웠다.
웃음과 눈물은 종을 관통한다 라는 구절에는 절로 밑줄을 긋게 되었다. 매일 작아지는 방 안에서 지냈다던 운조에게. 얼음조차 가슴을 문지르고 그 심장으로 태양을 끌어안을 수 있을거라고 열망하던 운조에게. 다정하고만 싶고 안아주고만 싶었다. 같이 붉은 눈으로.

*책을 너무 집중해서 읽느라 읽는 기간 충혈된 시간이 많았다.
**이 책은 문학과지성사 출판사의 서평제공으로 먼저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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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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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학대는 성공이나 성취면에서 눈이 멀면 정상적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 책은 제니퍼 프레이저 라는 괴롭힘 및 학대 치유 전문가, 

교사이기도 한 저자가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뇌가 얼마나 쉽게 사회 및 정서적인 부분에 취약하고

한번 상처를 입고 망가진 뇌는 회복하기가 많이 어렵다는 사실을 느꼈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말이나 행동으로

누군가를 다치게 했을때 그 파장은 한 개인뿐 아니라

그 가정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 이 사회를 파멸로 이끌수 있고

그 결과를 처음으로 되돌리기가 어려운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뇌가 한번 다치면 변화를 두려워 하고

더이상 비판을 하려 하지 않고

그 상처를 회복하기 위하여 신경가소성 이라는 물질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써서 다른 긍정적인 곳에 쓰여야 할 곳에

쓰이지 못하고 퇴화하여 버리는가.


이 책은 

괴롭힘으로 인하여 그 이후 뇌는 어떻게 훈련하여야 하고

삶을 다시 살아갈 것인가 

겉으로는 말짱해 보일지 몰라도 오랜 트라우마를 남긴 것은


특히, 아동기의 학대가 중년의 만성질환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중년을 바라보는 나로서는

이미 쉽게 권위에 순종하는 방식에 젖어든 것은 아닌가


더 배우려 하지 않고 뇌의 잠재력을 눈감고 있지 않았나 반성하게 만든다.


그만큼 잔혹한 정서적, 신체적 학대의 피해와

이것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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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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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이라는 괴물은 누구나 가해자고 피해자이다. 우리 모두가 꼭 읽어야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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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헤어졌어 문지아이들 173
김양미 지음, 김효은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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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양미 작가님의 9번째 신작 동화집으로 5편의 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뒷표지에는 아동문학평론가 분의 추천사와 함께

3단계(초등학교 5~6학년 이상 권장)로

중학생으로 곧 넘어가는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라고 써져 있었다.





동화책을 얼마만에 읽는것인가,

중간 중간 삽화들의 색감이 동화와 잘 어울리도록 아름다워서 

글 한번 보고 그림 한번 찬찬히 보니 더 따뜻한 시간이었다.


어른이 읽는 동화. 글씨 크기가 다소 커서 읽기가 수월했다. 

6살, 4살 조카들이 더 크면 같이 읽고, 읽어주고 싶었다.


*첫번째 이야기 - 내 친구의 눈


색각 이상의 불편함을 가진 공석찬이라는 친구.

놀리는 친구를 대신해 나섰다가 휘말린 친구 진오.

섣불리 도와주는 것보다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일까

먼저 살피는 태도와 배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나중에 캠프가서

자신의 나무를 찾아 그 곳에서(800년된 비자나무 아래)

뒤늦은 속내를 나누며 사과를 하는데

비슷한 것을 찾아 좋아하는 것이 아닌,

다름을 서로 인정했을때 그 관계의 향기가 짙어지는 것 같다.


서로 불편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건강한 관계를

뿌리부터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그러한 시간들이

충분히 필요한게 아닐까, 그런 부분들을 유년시절의

친구들과의 우정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두번째 이야기 - 그럴 수도 있지, 통과


제목을 처음 보자마자

영화모임의 한 친구를 떠올렸다.

그 친구가 으레 하는 말버릇이 '그럴 수도 있지, 암. 그럴 수도 있지...'

였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서로의 의견이 수만가지 나오는데

그 친구는 그럴때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렇게 말을 흐리곤 했었다.


여기서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새 박사인 할머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아이가 알던 할머니가 아닌 지금의 할머니와 새로 만나곤 한다.

할머니는 불안할때면 웃곤 하던 손자의 습관도 알고 있고


금고의 비밀번호를 잠깐씩 잊어버리는 거라 생각하니(p.69)

거실에서 낮잠자다 깬 것처럼(p.75)


낯설어진다. 아빠는 겁쟁이처럼 더 심해지면 요양원에 보내드릴까 고민 중이다.

그렇게 기억을 잃어가셔도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p.82)

손자를 생각하지만

늘 대답은 '몰라, 그럴 수도 있지, 통과' 를 외치면서 따뜻하게 이야기가 끝난다.


누군가는 이미 할머니가 계시지 않을 수도 있고,

건강한 할머니가 계실 수도 있고, 이 책처럼

변해가는 할머니가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모두 할머니의 함함한 새끼들이다. 오늘따라 보고 싶은 할머니 생각이 났다.

잊어버리는 것과 잃어버리는 것은 다르다는 글의 내용이 

한 글자 차이지만 가슴에 남았다.


*세번째 이야기 - 누가 토요일을 훔쳐 갔다.


여기에는 도둑맞은 가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딱히 잃어버린 것은 없지만, 집에서 잃어버린 것이 없는지 찾다가

아빠의 비상금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5편의 이야기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그 중에서도 한 가족이 같이 가게 된 삽화는 너무 재미있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자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을테니까.


"아빠가 베란다에서 한숨 쉬고 있어."(p.109)


집 분위기를 표현하는 부분의 대화들이 웃음이 나게 한다.


예전에 집에 도둑이 들어서 그 이후 불안한 마음에

한동안 문단속을 꼭꼭하고 가족끼리 더 뭉쳤던 추억이 떠올랐다.




*네번째 이야기 - 잘 헤어졌어 


이 책의 표제작으로 제목을 동화책답지 않게 다소 강렬해서

긴 이야기가 담겨있어 긴장하고 책장을 넘겼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친구와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잘 살피는 아이로 이미 한달 전에 헤어진 7년을 알았던 13살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 사이 모든게 거짓없이 다 털어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몰랐던 이야기 혹은 내가 너만 알고 있어야 해 하는 비밀들이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되었을때의 서운함 혹은 배신감.


'그 애한테 궁금한 게 하나도 없어져서요'(p.131)


정말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호기심과 관심, 궁금함이 없어지는 순간,

그 관계는 황량한 겨울거리에 서 있는 나뭇가지의 앙상함만 남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정이든, 사랑이든, 가족이든

그 관계에서 어떤 금이 가고 있는 문제점을 모르고 

마냥 견뎌왔던 시간안에서 그저 만남을 지속하거나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서로의 편지(쪽지)를 주고 받으며 그 문제점을 찾으려 하고

솔직함으로 털어놓는다. 

(이럴때는 동화속 내용이지만 정말 잘난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똑똑하고 어른스럽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말들은 짧지만 글로서 진심을 더 담아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이 어린 친구들이 어른들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는 지금 쓸쓸하다. 나는 네가 지금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헤어질 결심을 앞으로 살면서 여러번 하겠지만

지금의 첫 헤어질 결심을 열렬히 응원한다.


마지막 '상태씨와 이사' 까지

다섯편의 이야기 모두 나오는 아이들이

참으로 따뜻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깊고

그냥 아이같다고 생각했다. 요즘 아이같지 아이도 많고

어른같지 않은 어른도 많고 아이같은 어른도 많고

어른같은 아이가 많은 세상이라서 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나오는 헤어질 결심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도 잘 헤어져야 하고

아이들에게도 잘 헤어지고 새로운 만남도 건강하게끔 생각해보는 

시간이 이 책을 읽으며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작가님도 마지막의 작가의 말을 통해서

'과거의 나와 잘 헤어지고, 오늘의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쓰게 된 동화들이다.'

라고 적어주셨는데 책을 읽고 나니 공감이 갔다. 


오늘의 나를 찾으러 이만 가봐야겠다.


(*문학과지성사 에서 사전 서평단으로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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