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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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 (p. 66)


연휴 중 '작심' 이라는 이름의 스터디까페에서 이 책을 읽었다.

혼자 숨어 들어서 시간을 보내기 충분한 곳,


연휴 마지막 날, 혼자 깜깜한 곳으로 들어가

'추락의 해부' 라는 영화를 보았다.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 (p. 66)


끝없이 추락하는 것 같은 각자의 어떤 상황에서

위로가 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게 하는

잠언 같은 소설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디서 부는지 모를

바람이 많이 부는 

옆에서 불다가 위에서 불다가 바지를 때리다가

머리를 쓰다듬다가 볼을 치다가

몸을 따스하게 휘감아도는

그러나 뜨거운 바람의 바다 앞에 서 있는 듯 하다.


살아가는 것에 대해 굼벵이 같고 갑각류 같고 보아뱀 같은

일기를 열심히 쓰는 '모수' 라는 인물이 죽었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해변여관을 운영하는 모수는


해변여관 옥상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옥상 난간에 팔을 괴고 서서 오른발과 왼발을 살짝 교차시킨 채

담배를 피우는 '연' 이라는 사람과 같이 지냈다.


그리고 그 둘을 어디선가 본듯한

'천' 과 '한나' 라는 사람이 나온다.

둘은 연인 사이로 해변여관을 방문했다가 헤어지고 천은 여관에 그대로 남는다.

한나는 그녀의 엑스가 죽어가고 있다고 연락을 받자

곧장 그 곳으로 가 같이 죽는다.


천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신이 맡은 배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하나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그런 텅 빈, 뭔가에 사로잡혀 아나운서이자 리포터였던 한나는 천을 선택했었다.


모수의 죽음 이후 남겨진 연의 독백처럼 소설은 시작되지만

결국은 죽었던 모수가 아무도 읽지 않을 것같은 사실적인 것만 적는

어떤 내용을 다시 독백을 하는 것처럼 소설은 끝이 난다.


주변에서 원하든 원치않든

많은 죽음들이 우리는 살면서 많이 보고 겪게 되면서 무감각해지기도 하나,

여기서는 "안된 사람이 많다고 해서 안됐다는 게 의미 없는 말이 돼버릴 수도 있나요,

죽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죽음이 의미 없는 말이 돼버릴 수도 있나요." (p. 37) 

이라고 되묻는다. 많은 무감각 무의미들이 결국은 수많은 감각과 의미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답하고

진실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고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거라고 생각하며 술도 마시고

"몸이 잦아들고 마음이 편해지고 졸음이 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p. 56) 

라는 것에 질문을 하고 꿈을 꾸고 감탄하고 혼자 있으면 쉽게 답할 수 없는 곤란한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마치 바다에 혼자 와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스스로에게 이제 다시 너에 있을 자리로 돌아가보자 라고 말하는 듯 했다.


나는 뭔가를 하고 있고 천천히 시간은 지나고 있고

과거의 겪은 것으로 인해 불안하고 불편할 수도 있는 지금.

주위의 이 모든 것 너머에는 

이 시간 이후의 또 다른 수많은 나를 마주치는 것임을 망설이지 말자고 그래도 가보자, 그래도 안되면 쉬어 가자라고 자꾸 말하는 듯 했다. 


네 명의 인물은 원하든 원치않든

서서히 이별을 진행 중이다.

네 명은 동시에 사막이 되어가기도 하고

안개가 되어가기도 하고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는 그런 느낌을 준다.

담배연기처럼 파도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다시 나는 그리고 당신은 우리는 망망대해에 던져져 

그렇게 해가 지고 뜨고 하는 하루를 살고 있다.


이장욱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을 원래 '침잠' 이라고 지었다가 포기하였다고 한다.


혼자 있고 싶을때

침잠하고 싶을때

바다를 곁에 두고 읽으면 좋은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중독성이 강한 책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바다 속으로 빠질 시간이다. 거침없이 항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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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당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어"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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