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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로 만난 박상영 작가의 신작.
<대도시의 사랑법>이라는 제목을 읽고 아 이번의 제목 만큼은 제대로 외워둘 수 있겠다 싶었다.
그는 언제나 실화인 것 같지만 동시에 너무나 소설 같은 일을 써낸다.
소설은 사람들이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대도시의 상징인 공항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커다랗고 높은 천장에 매끄러운 바닥, 정갈한 쇼파와 수 많은 화면과 안내 방송.
사람들은 커다란 짐을 끌고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인다. 공항에서 우리는 어디서와 어디로 떠났다.
도시는 떠나온 사람들이 모여든 곳. 나 역시 규호를 그런 도시에서 만난다.
어디서든 금방 뿌리 내리는 규호는- 그래서인지 제주도에서 인천으로,
이태원으로, 신사동으로, 중국으로 자꾸만 옮겨다닌다.
나는 수 없이 이 도시를 떠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왜인지 발목이 잡혀 남아있어야만했다.
그 것은 내가 나에게 벗어날 수 없는 것 처럼, 내 안의 카일리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우리는 도시로부터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쉽게 떠나지 못한다.
도시는 나보다 화려했기에 탐이 나고, 어디보다 편리해서 한 번 맛보면 끊어내기 어렵다.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든 도시에서, 우리는 사랑을 한다.
지쳐버린 도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카일리가 있음에도 그때 왜 선뜻 나와 사귀기로 했냐고.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으니까. 그래서나 그러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다고. 나는 그 말이 좋아서 계속 입 안에 물을 머금듯이 되뇌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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